피누소개팅이 나에게 남긴 것..

꼴찌 털쥐손이2012.08.24 14:15조회 수 3886추천 수 8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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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하루종일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일에 손에 잡히지도 않고, 울다가 웃다가를 반복하였죠.

새벽늦게 잠이 들고 눈을 뜨니 머릿속이 어느정도 정리가 되던군요.

조금 이른시간 출근 후 마이피누를 훑어보며 짧은 한달간의 기억을 회상하게 되었죠.

그리고는 쓸까 말까 고민끝에 이글을 마지막으로 마음을 정리하고자합니다.


저는 피누소개팅 3차 지원자입니다.

매일 반복되는 빡빡한 삶속에서 끝없는 공허함에 빠져있던 저는 어느날 마이피누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마침 진행중이던 3차 마이피누 소개팅이 눈에 들어왔죠.

모든걸 제쳐두고 마이피누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부대 메일이 없는 관계로 스샷을 찍어 관계자에게 메일까지 보내가며 가입을 하고 아슬아슬하게 지원서를 넣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나이가 적지않아 광탈의 가능성이 높았지만 매칭결과가 나올때까지 너무나 설래더군요. 

퀘퀘한 삶에 찌들었던 저에게 뽑아쓰는 세제한장이 투척 된 것처럼 삶이 본래색을 찾은 느낌?




피.소는 제 삶에 활력을 주었습니다..(1)




공대생님이셨죠? 아픈몸을 이끌고 매칭결과를 올려주셨습니다.

잘보이지 않는 매칭결과 스샷을 확대하고 눈을 찌푸려보고 꾸역꾸역 찾아내려가 어느 여성분과 매칭되어 있는 제 번호를 확인했습니다.

그날은 아주 광분했었죠.

그때부터 마이피누과 메일함을 문지방이 닳도록 드나들었죠.

7/21 메일이 드디어 날아왔습니다.

아...뭐라고 보내야하지? 남자인 내가 먼저 보내야할텐데..뭐라쓰지?

고민 끝에 결과물은 카톡같은 짧은 두세줄의 메일이었죠.

그리고 초조하게 기다린 결과 한두시간 뒤 답메일이 왔었습니다.

이어진 칼답장, 메일 교환에 불편함을 느끼고 빠르게 카톡으로 옮겨왔습니다.

애초에 카톡프로필사진을 제 얼굴로 해두었죠.

얼굴에 자신이 있는게 아니라 맘에 들지 않으신다면 상처 받기전에 먼저 접어주시길 바라면서요.

그분도 프사를 본인으로 바꾸어 주시더라고요.

이때부터 하루가 어떻게 가는줄 몰랐습니다.

한시도 폰에서 눈을 뗄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뒤 서로 너무나 바쁜 나머지 어렵게어렵게 시간을 얻어 얼굴을 볼수 있었습니다.


첫 대면 때 사진보다 실물이 더 이쁘시더라고요.

소개팅도 몇차례 해봤는데 다른때와 다르게 쉽게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괜히 머릿속에서 한차례 필터링을 거치다보니 더 말수가 줄어들고요.

잘못보이면 어떡하나 조심스레 이야기를 하다보니 카톡할때완 분위기도 좀 다르고..

그분은 일주일내내 쉬지않고 카톡을 하면서 받은 느낌 그대로였습니다.

시원시원한 성격에 돌려말하지 않으시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죠.

그리고 오프라인으로 그 모습을 확인했을때 이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솔직하고 시원한 모습에 끌렸습니다.


그날 이후로도 줄기차게 다른 일은 뒤로한채 카톡과 그분에게 집중했습니다.

자다가도 카톡소리에 잠이 번쩍 깰만큼...

그렇게 두번째 만남 세번째 만남을 가졌죠..

아쉬운건 항상 바쁘셔서 너무나 짧은 시간의 만남이었다는거..


제가 금사빠족인건지..

이때까지 다른 썸이나 소개팅과는 다르게 호감에서 감정이 급속도로 발전하여 이사람이다 확신이 들기까지했습니다.

가만히 있으면, 놓쳐버리면 안될 것은 초조함이 들정도로 빠졌네요.

제생각이지만 남자는 한여인의 보조개하나에도 빠져들수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전 그분에게 걷잡을 수 없이 빠져든것 같습니다.


..이게 사랑아닐까요?




피.소가 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져다줬습니다....(2)

 



그런데 이런 저에게 그분은 너무 급하게 다가오려는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정말 솔직하신분..그래서 더 끌리던분..

그래서 저는 꾹꾹감정을 누른체 그분에게 맞추기로 했죠..

좀 더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마라고..

제가 불안했던건 이러다 그냥 잘아는 오빠로 전락하는건 아닐까?

이분은 나에게 호감이 있긴 한건가?

저도 조금 돌직구 스타일이라 그대로 물어봤습니다.


그분이 그랬죠 호감이 있지 않고는 이렇게 연락도 하지 않았을거라고..

그분의 스타일을 잠시나마 내가 망각하고 있었구나..

그리곤 다시 모든걸 그분께 맞추고자 노력했죠..


주변에서 그러더군요 소개팅인데..세번째 만남,적어도 다섯번..아니면 한달안에..

답이 안나오면 아닌거라고..

순간 솔깃도 했지만 사람이 어떻게 다 같겠냐고...제 갈길을 갔습니다.

본인이 직접 이렇다고 말하는데 주변 말이 들어오지도 않았죠..

제게 필요한건 시간이라고만 생각했답니다.


머릿속에는 온통 지금 뭘하고 있을까? 뭘해줄수 있을까? 언제 볼수 있을까?

스스로 이러다 스토커가되는거 아냐?하고 주춤할 정도로 하루종일 그 분생각뿐이었죠..

지난 한달간 저에게는 마치 세상에 그분 하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전 마치 런던올림픽 펜싱경기같은 무한의 시간대를 보낸기분이랄까?

스스로도 생각했죠 나혼자 너무 앞서서 다가간다. 마인드 컨트롤~!!워~워~!!

여유를 찾고자 최선을 다하고 시간이 더빨리가길 그분도 나와 같아지길..


그렇게 한달이 지났습니다. 정확히 한달이네요..



마치...삼류소설전개 마냥...

더 이상 서술이 필요 없을만큼...


그녀의 과거가 그녀를 안고 훨훨 날아가 버렸습니다.


앞의 기나긴 서술이 무색할만큼 한순간의 일이었죠.

바로 어제였습니다.

그녀에게 다가온 과거를 다시 떨쳐내려고 나간다던 그녀는 과거와 함께 멀리 가버렸어요.

삼일...삼일간 있었던 그녀의 흔들림은 저에게 악몽이었습니다.

그녀를 찾아가 정말 진심이라고 다시 돌아가지 말라고 정말 잘해주겠다했지만 시간은 무서운거더군요.

시간과 함께 흐른 추억은 더 무섭고요...

그녀는 지난 추억을 따라 떠났고 전 못마시던 술을 찾게 되었습니다.

어제 저녁 술을 찾아 만든 약속..그 마저 취소되어버리고..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술상대 해 줄 룸메마저 없는 어제였습니다.

텅빈 방에 쭈그리고 있으려니 아니다 싶더라고요.


쉴새없이 내리는 비에 휘적휘적 걸으며 생각해보니 

나혼자 너무 매달렸나?

혼자 몰입한건가?

내가 그동안 표현을 잘못한건가? 그녀가 나의 진심을 못느낀건가?

순간 붙잡으려 갔을때 나는 진심이었지만 보는 입장에서 그저 찌질해 보였을까?

뭐 사귀던거도 아니고 이글 쓸만한 건덕지도 없었다고 보여질수 있겠지만..


저는 그렇습니다..

짧은 한달 한순간 한순간 진심이 아닌 적 없었다고...

오래 본 것도 연애한것도 아닌데 이렇게 가슴이 까맣게 타 무너져 내릴줄은...


그녀의 미안하다는 말에 그냥 그렇게 화조차 제대로 못내보고 이제 절대 헤어지지말고 오래 사랑하라고 마지막 말을 전했습니다.



피.소는 의도치 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3)



자고 일어나서 이렇게 길지만 제 감정의 십분의 일도 담지 못한 글을 쓰며 정리를 합니다.

한동안 정신없이 흩여놓았던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면서 간간히 글을 쓰다보니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흘러버렸네요.


다 정리 되어갑니다. 혼자 안달내고 혼자 정리합니다.

다행이 오늘따라 일거리가 많군요.



전 이성적이고 낙천적이라 이렇게 정리합니다. 

내인연 아니었다고.. 

그래서 이렇게 어이없게 내팽개쳐진거라고.. 

사람이 늘 주인공만 하고 살순 없잖아요? 

가끔 조연도 해줘야지..

이것도 하나의 추억이겠죠?

멀찍히 한걸음 물러서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거.. 썸타다 만건데...

뭘했다고 징징거리나..찌질해보이게...ㅋㅋ


피.소는 이렇게 추억하나를 던져주네요...(4)


그렇습니다 쓰고나니 끝없이 긴 저만의 후기네요...조금은 쓰라린...

그냥 좀더 빨리 끝났으면 더 나았을껄...진심으로 다가가니.. 진심 많이 아프네요..

그래도 진심이 없다면 다음 기회도 없는거겠죠?



그렇게 피.소는 활력과 사랑을.. 그리고 쓰라린 상처를 줬지만 기억 한편에 추억도 남겨줬네요..



혹시나 제글을 보신분들은..

그리고 앞으로 소개팅에 참여하실분..

전에 보니 답장없는분도 있고 사진만 덜렁보고 접는 분도 있으시던데..


심심하다고 신청하고 그냥 아무나 걸려봐라는 생각이나 이번에 보고 아님 다음에보고 라는 생각으로 신청하시려고 하신다면 말리고 싶습니다.

분명 진심으로 소원하며 신청하는 분들이 있어요.

사진 한장에 거절하고, 귀찮아서 연락끊고,갑자기 부담되서 접고..전부 상대에게 상처가 됩니다.


피누소개팅 저처럼 썩좋지 않은 결말도 있고 이런저런 말도 많지만..

전 잊지못할 행복한 한달의 추억을 얻었습니다.

추억은 못되도 자그마한 기억이라도 남을수 있는 피.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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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이제 전 뭘하면 좋을까요? 

일만 죽어라 한다 해도 퇴근하면 또 뭘하죠..?

기다리는 시간이 많은 일을 하니 앉아서 넋을 놓게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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