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다니시는 분들 정말 하느님이 있다고 믿으세요?

겸손한 수리취2015.10.11 17:00조회 수 2592추천 수 2댓글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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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쓰는 게시판에 종교에 관한 글을 써서 죄송합니다.

어디 얘기할 곳이 없어서(종교를 가진 지는 오래 됐지만 종교 관련한 사람과 가까이 지내지 않아서 아는 사람이 없습니다.) 부득이하게 여기에 적게 되었습니다.

 

저는 거의 태어나자마자 세례를 받았구요.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그냥 엄마따라서 성당에서 미사를 보고,

초등학교 들어가자마자 어머니 손에 이끌려서 첫영성체를 받았어요.

어머니는 틈틈이 계~속 묵주기도를 하시고 저녁이 되면 초를 켜놓고 성모님께 기도를 하시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성당문화(?)를 가까이 접하고 살았습니다.

돌아가신 외할머니도 천주교 신자이셨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식사 전에 기도하시거나 묵주를 들고 기도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컸고, 집 안에는 성모상, 십자가, 예수님 사진이 있어서 되게 자연스럽게 믿음과 관계없이 나는 천주교 신자구나 하고 생각하고 자랐습니다.

그러나 저는 어릴 때부터 사람들과 종교 이야기하는 걸 매우 꺼려할 뿐만 아니라 너무 독실한 신앙에 대해서는 강한 거부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에서는 친구들이랑 두루두루 잘 지냈지만 성당에 가면 친구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어울리고 싶지도 않았고 어울려지지도 않더라구요 이상하게도...똑같은 아이인데도 학교에서는 친하게 잘 지냈는데 성당에서 만나면 그렇게 어색할 수가 없었습니다. 성당에서 또래 아이들과 같이 앉아서 미사를 보고 교리를 듣는 시간이 너무 어색하고 불편해서 너무너무 싫었습니다. 성당 주일학교 선생님도 불편하고 그냥 다 불편했지만 엄마가 가라니까 갔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안 그런데...사춘기 때부터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종교에 강한 거부감을 느껴서 엄마 때문에 억지로 억지로 1년에 한 번 크리스마스 때 성당에 끌려가면 미사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사이비종교에 입단한 어리석은 사람들처럼 보였습니다. 속으로 생각하는 게 뭔가 의식적으로 생각한다기보다는 정말 무의식에서 이끌려 나오는 진심같은 거였어요...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죄책감이 들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어요.

하느님에 대한 강한 믿음도 없고, 사실 지금도 하느님이 계신 지 안 계신 지 잘 모르겠어요...그냥 계시면 좋겠으니까 성당에 가자 그 정도... 아니면 할 수 없지 이런 마음...?

저는 성경도 하나도 모르고 한 번도 제대로 읽어본 적도 없습니다.

강론 때 감명받는 이야기도 있지만 거부감 드는 말씀도 많아요.

아내는 남편에게 순종하라거나 너희가 나를 믿지 않으면 불행해진다던가 하는 좀...요즘 세상과 동떨어진 말씀들은 당장 그 자리에서 뛰쳐나가고 싶을만큼 불쾌해서 얼굴이 절로 찌푸려집니다.

특히 나 혼자만 믿는 것도 죄이고 다른 사람에게 전파해야한다는 말씀은 정말 너무 거부감 들어서 거부감을 넘어 혐오스럽기까지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싫어하는 이유는(교회 다니시는 분들 죄송해요.) 너무 막 전도하려고 드니까 그런 거잖아요.

그래도 지금 인생 너무 암흑기라서 기댈 곳 없다보니 엄마 말대로 정말 하느님 찾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몇 달 전부터 성당 좀 갔었어요. 진짜 몇 년만에 갔더니 왠지 눈물이 막 나서 몇 주간은 미사 중에도 열심히 울었습니다.

진짜 하느님이 계신건가 막 그런 생각도 들고...다 잘 될 것만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은...일이 다 꼬여버리고 그렇게나 하느님을 열심히 믿는 엄마도 점점 더 힘들게 사는 걸 보니까 성당에 가기 싫어집니다.

게다가 종교가 없어도 잘 사는 사람들도 많고...

저 역시도 하느님 등지고 산 동안 아무 탈 없이 잘 살았던 거 생각하면...마음이 어지럽습니다.

제가 탱자탱자 놀면서 기도만 열심히 하면서 저 좀 도와주세요 그랬던 것도 아니고 열심히 노력했는데 연속적으로 좌절할만한 결과만 남고 나니까 그 분이 정말 계신가 진짜 계시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지 막 이런 생각 들고...

이런 생각하는 내가 또 속물같고...뭐 바라면서 성당 간 거냐 이런 생각이 들어서 자책하게 되고...

신부님께 면담 신청이라도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뭔 소릴 해야할 지 정리도 안 되고...

엄마한테 진짜 하느님이 있냐고 그러면 나는 의심스럽다고 그래서 죄책감 든다고 종교 얘기하는 것도 거부감 든다고 얘기하면

엄마는 있고 없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네가 살면서 힘들 때 의지할 곳이 있길 바래서 너에게 성당에 가라고 했던 거라고 계속 미사만 나가라고... 말씀하십니다.

엄마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 또 성당에 가면 가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믿음을 강조하니까 마음이 불편해요.

게다가 남들 앞에서 하느님 얘기하는 게 불편한 이유가 제가 하느님을 진심으로 믿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이 드네요.

정말 계시다고 생각한다면 당당하게 종교 얘기하는 데 크게 거부감이 없겠죠...저 뿐만 아니라 타인이 하느님 얘기를 해도 마찬가지겠죠...

다른 사람에게 믿으라고 권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그러기도 정말 싫구요.

친구들이 가끔 저한테 성당에 대해 물어볼 때는 너무 곤혹스럽습니다. 마치 무교인 사람이 종교에 관한 질문을 받은 느낌...?

그냥 헐 나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성당에 대해 얘기해도 되나? 하느님 믿으라고 해도 되나? 근데 쟤가 성당 갔다가 나처럼 사이비같다는 생각하면 어떡하지? 쟤가 괜히 내 말 듣고 갔다가 거부감 느끼면 어쩌지? 그런 생각때문에 말도 잘 못 하겠더라구요.

그냥 모르겠어요...

저는 성경말씀 읽고 싶지도 않고...토막토막 여성비하하는 듯한 느낌의 구절들이 정말 강하게 거부감들어요.

성당에서 독서? 강론? 그럴 때 읽어주시는 말씀 들으면 가끔은 정말 이게 하느님 말씀이고 예수님 말씀이야? 이런 생각이 듭니다. 뿐만 아니라 성경은 사람이 쓴 건데 그게 진짜 하느님 말씀이라는 증거가 어딨냐 싶은 마음이 가장 커요.

어릴 때 성경이 베스트셀러라길래 부분적으로 읽어봤었는데 하느님이 그다지 자비로운 분처럼 느껴지지가 않고 오히려 옹졸한 느낌이라서...에휴 이런 생각도 또 죄겠죠. 전 고해성사를 맨날 봐도 모자란 인간입니다. 지옥갈 것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앞으로 계속 믿는다 하더라도 지금까지처럼 그냥 내가 생각하는 내 마음 속의 자비로운 하느님을 믿고 싶을 뿐입니다.

카톨릭 신자분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하느님이 계시다고 생각하시나요?

전 그냥 무교로 사는 게 맞는 인간일까요...

이런 마음으로 어디 가서 카톨릭 신자라고 말하는 것도 부끄럽네요.

지금도 이따가 성당 가야하나~말아야하나~고민되네요...

성당 다니시는 분들 마음 불편하셨을 글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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