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의 최악의 연애

글쓴이2018.05.17 03:00조회 수 7358추천 수 36댓글 21

    • 글자 크기
사귄지 150일때쯤

남들은 권태기가 곧 올거라고 나에게 여러 조언을 해주지만, 나는 그저 내 애인이 한없이 사랑스러웠다.

연락도 잘되고, 매일 아침 잘잤냐는 카톡과, 그사람이 내 생일에 작게나마 챙겨준 손수건. 손수 적은 편지. 나날이 행복의 연속이었다.

누구보다 생각이 깊었고 내 감정을 공감해줬으며 내가 겪는 아픔마저 자신이 덜어주고 싶다고 할 정도였으니까.

그날 밤도 여느때와 다름없었다.
밤이 꼬박 깊어짐도 모르고 서로 카톡으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아마 부산대 앞에서 같이 본 고양이 얘기를 하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렇게 고양이는 어떤 행동이 귀엽냐는둥, 한번쯤 입양하고 싶다는둥 얘기를 나눈 찰나에, 전혀 아무 감정없이 화제를 돌리러 이렇게 물어봤다.

"오늘 저녁은 누구랑 뭐 먹었어?"

그 후로 메세지의 1이 사라지지 않았다.

짐작컨데 자는가보다 싶어서 나도 잠자리에 들었다. 그래 밤이 늦었으니까.

그러나 1은 다음날이 되어도,
그 다음날이 되어도
그 다음날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

몇번이고 전화와 문자를 했지만 받지 않았다.

작은 갈등도 없었던 우리였기에,
나는 그 사람에게 무슨 큰 일이 생긴 것 같아 틈이나면 전화를 했다.

3일째 되던 점심이었다.

내 폰의 배터리가 바닥이 나 친구에게 부탁하여 친구의 폰으로 그사람에게 어김없이 전화를 하려고 했다.

전화 건너편에서 들려오던 익숙한 음성은 아직도 내 기억한편에 생생히 낙인처럼 남아있다.


"지금 거신 핸드폰 번호는 없는 번호이므로..."


누가 뒤에서 머리를 쎄게 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다급히 친구의 카톡으로 그 사람의 아이디를 등록하였다.

프로필사진이 열림과 동시에 내눈에 처음보던 사진 하나가 보였다.


낯선 이성과 다정하고 밝게 웃고있는 그 사람의 모습이었다.


이제야 하나 둘 알기 시작했다.


며칠전부터 프로필과 배경사진을 모두 내린 것이, 프로필이 노출되지 않는 차단을 할 시 내가 차단을 당한지 눈치 못채게 하기 위함이었고

나를 차단하자마자 프로필 사진을 바꾼 것과

핸드폰 번호마저 바꾼 것

활동도 안하는 sns 친구와 팔로잉 마저 차단한것

그 사람과의 이별은 나에게 그사람보다 한두발자국 더 늦게 나에게 날아왔던 것이다.

바보처럼 아무것도, 정말 단 하나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하룻밤만에 영문도 모르고 내 제일 큰 버팀목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그 후로 지금까지 술이 없으면 잠을 자지 못한다.

독한 담배로 머리를 몽롱하게하면 그 기억을 지워줄까봐 한갑을 앉은 자리에서 다 피우고, 속에있는 모든 것을 게워내기도 했다.

눈물은 더이상 나오지 않았다.
난 그날 처음 알았다. 사람이 절망적으로 슬플땐 눈물마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내 모든 것을 하룻밤만에 모조리 잃어버린 기억이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술로 감기지 않는 눈을 감으려 한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57903 아... 왜 하필 내일이 만우절...1 과감한 헛개나무 2013.04.01
57902 참....연애 하기 힘드네요1 다친 빗살현호색 2013.04.01
57901 나 진짜 외로운 가봐..1 재미있는 우엉 2013.04.01
57900 오예~1 착실한 느릅나무 2013.04.05
57899 [레알피누] 아 마이러버..1 피곤한 모란 2013.04.05
57898 하 한숨만..1 정중한 신갈나무 2013.04.06
57897 연애할때 돈과 얽힌 에피소드!를 찾습니다1 난폭한 꽈리 2013.04.07
57896 안녕나의여자친구여.1 흔한 층꽃나무 2013.04.10
57895 .1 흐뭇한 목련 2013.04.11
57894 마음정리ㅎㅎ1 근육질 개옻나무 2013.04.11
57893 졸업이라니...1 겸연쩍은 벽오동 2013.04.11
57892 ㅠㅠ1 게으른 패랭이꽃 2013.04.12
57891 .1 황홀한 변산바람꽃 2013.04.13
57890 반짝이게시판을 보고 문득...1 깨끗한 꼬리풀 2013.04.14
57889 우연히 알게된 연상의 그녀....1 일등 투구꽃 2013.04.16
57888 외로운분들이 많으니 : 외로운 것이 외로운 거지1 활달한 딱총나무 2013.04.19
57887 [레알피누] .1 미운 방동사니 2013.04.19
57886 교양 같이 듣는 오빠1 참혹한 물아카시아 2013.04.19
57885 아무것도 모르는 반짝이1 재미있는 얼레지 2013.04.20
57884 외롭다고 아무나 안 사귄다는 건1 괴로운 망초 2013.04.20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