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할까요? (조금 길어요)

황송한 파피루스2015.12.30 06:21조회 수 2018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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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있었던 추억도 정리할 겸 새벽에 조금 길게 적어볼께요. 전 남자입니다. 상대방은 저보다 3살 어리구요.

저는 지금 졸업해서 계약직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곧 계약이 만료되구요. 근데 같이 일하는 분을 많이 좋아합니다. 짝사랑하면서 좋아했다 포기했다를 반복하고 있네요.

먼저 그 동안 있었던 이야기부터 해볼께요. 처음 출근했을 때는 친절한 사람이구나라고만 생각했었어요. 잘 웃고 그 모습이 진짜 예쁘더라고요. 저에 비해 너무 예뻐서 좋아하는 마음도 없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기회가 생겨서 둘이서 맥주 마시고 오락실 가서 같이 놀면서 친해졌습니다. 친해진 후에 회식 끝나면 몰래 둘이 카페가서 이야기도 하고 블럭도 맞추고 놀면서 좋아하게 됐습니다.

그 분이 블럭을 샀는데 잘 못 맞추시더라구요. 그래서 카페에서 맞춰줬는데 그 블럭을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바꿨을때 오해하고 마음이 커졌던 것 같습니다.

그 후에 제가 영화보자고 데이트 신청해서 영화도 보고 드라이브도 하고 했습니다. 그날 처음으로 치마 입은 모습보고 너무 예뻐서 고개돌려서 몰래 웃었네요.

한 번은 주말에 같이 할 일이 생겨서 제가 빨리 끝내고 놀러가자고 하니깐 약속있는데도 알겠다고 가자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진짜 등신이라 좋아하는 표현도 잘 못해서 어색해졌다 친해졌다를 반복했어요. 대화를 해도 뭔가 겉도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남자 여자로서의 이야기는 서로 하지 않고 회사이야기 사는이야기만 했거든요.

다시 포기하고 있을 때쯤 마침 시험이랑 면접 준비 때문에 신경쓸게 많이 생겨서 거의 한달을 대화없이 지내게 됐어요.

시험이랑 면접을 다 떨어져서 회사에서 멍하니 지내고 있었어요. 마침 눈이 많이 오길래 옥상에서 혼자 있다가 갑자기 왜 그랬는지 카카오톡 보내서 눈사람 만들자고 옥상으로 올라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같이 눈 사람 만들었구요. 이 때는 거의 포기한 상태에서 계약도 끝나가니 좋게 마무리 하고 싶었던거 같아요.

그런데 또 흔들리는 일이 생겼어요. 몇일 전에 만든 눈사람을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프로필 사진으로 바꿔놨더라구요. 이 때 연락을 해봤어야 되는데 결국 못했네요. 그 사람은 아무 의미 없이 그런 사진 프로필 사진으로 올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진짜 제가 봐도 병신이네요.

그리고 어제 계약끝나기전에 마지막으로 저녁먹자고 해서 같이 밥을 먹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얼마전에 소개팅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말할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한달동안 말 안하고 지낸시기 였던거 같네요. 잘 안됐다고, 소개팅 같은거 안하냐고, 어떤 여자 좋아하냐고, 소개팅 할만한 사람 알아보겠다고 말하더라구요. 저는 소개팅 같은거 안한다고 어떤 남자 좋아하냐고 물어보고. 아마 서로 남녀 이야기를 한게 처음이에요. 밥먹고 오는 길에는 생각이 복잡해서 말이 안나오더라구요.

제가 회사 주변에 살아서 계약끝나도 밥먹을 사람 없을 때 연락하겠다고 하고 헤어지고11시쯤 집에 와서 잠들었는데 중간에 깨서 이 글을 써요. 써놓고 보니 제가 봐도 그 여자도 저를 좋아한다는 소리를 듣고 싶어서 쓴글 같네요. 좋았던 일만 적었으니..

사실 제목으로 고백할지 물어봤지만 결국 저는 못할거 같아요. 제가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냥 그 동안 있었던일 생각하면서 글로 남겨놓거 싶었어요. 몇시간 후면 출근 하는데 출근해서 얼굴 볼 수 있는 날도 몇일 남지 않았네요.

누워서 스마트폰으로 한시간을 넘게 쓴거 같은데 글재주가 없어서 사람들이 잘 읽을지 모르겠어요. 어떻게 끝내야 할 지 모르겠는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행복한 연말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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