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북핵 규탄 성명서를 내는 것에 그렇게 감흥이 없습니다. 실효적이지도 않을 뿐만아니라, 개인적 생각으로는 무조건적인 규탄을 찬성하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즐뽕님이 여러차례 요구하는 '북핵 규탄 성명서'에 대해서 총학생회가 답변을 보고 충격을 금치 못하겠네요.
다음은 총학생회장의 답변입니다.
사회 문제에 목소리 내고 연대하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것은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사회에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내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북핵 문제가 그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북핵 문제를 대처하는 우리 정부가 안이하게 대처한다면 국민으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모르겠지만 북한을 향해 핵개발 중단하라고 목소리 내는 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행동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자기 만족 수준에 그치는 성명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북한을 향해 핵개발 중단하라고 규탄하는 성명서를 낸다하면 국제 평화를 위협하여 우리나라에도 위협 요소가 되는 IS나 최근 평화헌법을 개헌하여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을 향해서도 성명을 내야하는 것인지요...?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위치로서 낼 수 있는 목소리'를 상식적으로 내는 총학생회를 지향합니다. 북핵 규탄 성명서는 내지 않겠습니다. 의견 주셨지만 반영하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끝에 '죄송합니다.'라는 말만 있을 뿐 이 글의 내용은 말 그대로 현대 정치의 전형적인 병폐인 무의사결정(Non-decision making) 행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요구하는 쟁점 사안을 총학생회장이 자의적으로 안건으로 삼지도 않고 배제하고 있죠. 나아가 위 글을 보면 "상식적으로" 소리를 내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북핵 규탄 성명서는 내지않는다고 말합니다. 저는 앞서 말했듯이 '북핵 규탄 성명서'에 찬성하지 않지만, 이것이 "비상식적"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부산대학교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장이 학우의 의견을 "비상식적"이라고 매도하는 글을 버젓이 쓰고 있습니다. 이게 총학생회장이 할 수 있는 말입니까?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표가 가지는 본질적 역할이 무엇입니까? 자신의 사견을 대표자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소통없이 전체의 의견으로 외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게 대표입니까? 자신과 맞지 않는 의견을 "비상식적"이라고 매도하면서 자신의 신념만이 정의라고 말하는게 대표입니까? (총학이 그렇게 욕하는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교과서 사건 때,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면 "혼"이 나간거라고 막말한거랑 학우의 의견에 "비상식적"이라는 뉘앙스로 답을 하는거랑 도대체 뭐가다른지?)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표가 가지는 본질적 역할은 자신의 사견을 표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대표하고 있는 집단의 구성원들의 의사를 몸소 나서서 모우고, 토론과 대화의 장을 마련하고, 더 나은 결론을 도출하도록 봉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자신의 사견을 하나의 구성원으로서 설득할 수는 있겠죠!)
그런데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은 말로는 "독단적"이지 않다고만 하고, 실제 행동은 과거 어떤 총학생회장보다도 독단적이고, 독재적입니다. 언제부터 부산대학교 총학생회장의 자리가 독재를 할 수 있는 자리가 되었나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표가 자신의 사견에 안맞다고 하여 애초에 의사결정과정에서 배제시키고, "비상식적"이라는 뉘앙스의 글을 쓰는 것이 진정 "상식"에 맞는 행동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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