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야당의 스탠스에서 정수장학회 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은 세 가지 점에서 결코
이롭지 않을 것 같습니다.
첫째, 노무현 대통령의 친일척결의 치명적 오류가 드러나게 된다.
둘째,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삼성 X파일 관련해서 '고른기회장학기금' 명목으로 받은 8000억원의 정당성이 훼손된다.
셋째, 반 재벌주의 경제 민주화를 추진해야 하는 야당의 입장에서 사유재산의 철벽화는 좋지 않다.
이유를 말씀드리면 이렇습니다.
먼저, 첫째 항목에 관하여 팩트는 이렇습니다.
김지태는 부산상고를 졸업하여 일제의 '동양척식주식회사'에 취직합니다.
동척은 많이들 들어보셨겠지만, 일제의 대표적인 조선 억압 수단이었습니다. 유명한 토지조사사업을 추진했던 곳이죠.
김지태는 폐병으로 입사 5년만에 퇴사를 하게되는데, 이 5년 동안에도 얼마나 공적을 많이 세웠는지
동척으로부터 퇴사시 2만평의 땅을 기간제 상환 조건으로 불하받게 됩니다.
김지태는 매년 상환금을 갚고도 100석씩 쌀이 남는 등 자본을 축적했고, 또 그 땅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부산에 있는 섬유공장 및 화학공장을 차례로 매입해 나가기 시작하여 급기야
'서울에는 이병철 부산에는 김지태'라는 소리가 나돌 정도의 거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김지태는 4.19 혁명 전후로 학생운동 붐이 불자, 부일 장학회를 세우면서 자금의 상당부분을 장학기금으로
전환하였습니다.
한편, 노무현 대통령은 진영 중학교를 나와 부산상고를 졸업하기까지 이 '부일 장학회'의 장학금으로 공부를
했으며, 인터뷰에서도 '김지태 씨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다.'는 내용의 인터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들의 인연은 이것 뿐만이 아닌데,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사로써 이름을 날린 사건을 아는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이른바 '100억대 상속세 사건'이죠.
이 사건을 맡은 노무현 대통령이 변호로 방어에 성공하면서 의뢰인은 100억대의 상속세를 피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이 때의 의뢰인이 바로 김지태였습니다.
이 사건으로 노무현 대통령은 일약 스타 변호사로 부상합니다.
여러분은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후,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 친일척결임을 기억할 겁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반민족행위조사위원회를 꾸려서 친일인사를 색출한 후 그들의 재산을 국고에 환수조치 한 바
있죠. 그런데, 참으로 어색하게도 이 때 당연히 명단에 등재되었어야 할 김지태의 이름은 누락되고 맙니다.
또한, 노무현 대통령은 과거 독재정권 하의 피해사례를 보상해주기 위하여, 독재정권당시피해조사위원회라는
것을 통해 많은 피해사례들에 대한 보상을 하면서, 어이없게도, 김지태에게 친일행적에 대한 면죄부를 쥐어주고
맙니다.
이른바, 김지태가 사유재산에 침해를 받았으니, 원상복구 내지 손해배상을 하라는 권고조치를 내린 것입니다.
김지태 유족이 명예훼손 운운 하는 것은 이 위원회의 권고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제로, 논란의 대상이 된 박근혜 후보 측은 판결의 주문은 이렇습니다. '강제성이 없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의사능력이 현저히 결여 될 상태의 강박으로 까지는 볼 수 없어 주식 증여를 인정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강탈 내지 장물'이라는 이미지는 나꼼수의 주진우 기자가 위 판결의 주문을 '강탈로 볼 수 있으나
시효가 도과하여 인정하지 않았다.'는 식으로 왜곡한 내용이 일파만파 동일성을 가진 언론에 퍼지면서 비롯된
것입니다. 박후보는 어째서 이런 단순한 왜곡도 지적을 할 수 없었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만, 어쨋건
이런 사족은 떠나서, 법원의 판결과 위원회의 권고결정 중에는 3권 중 하나로 독립된 사법부의 결정이
앞선다고 보아야 하겠죠.
둘째 항목에 관해서 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임기 중 이른바 삼성부수기를 통하여, '고른기회장학기금'이란 명목으로 삼성으로부터
8000억원을 받아낸 바 있습니다. 이러한 과감한 행동으로 그간 대기업에 반감을 가지고 있던 많은 이들의
지지를 얻어낸 바 있지요.
이는 세번 째 항목과도 바로 직결됩니다.
민주당의 정통적인 스탠스는 '반재벌 친서민'노선으로 요약될 터인데, 사유재산을 철벽화 해버린다면
민주당의 경제 민주화는 허울뿐인 껍데기가 되고 맙니다.
설사 대권 창출 후에, 반재벌 친서민 노선으로 전환한다 하여도 이번 사건으로 그 정당성을 확보하기가
매우 난감해지죠. 기업에 칼이라도 들었다간 '사유재산 침해다. 정부가 사유재산에 칼을 들이댄다!'며
길길이 날 뛸 테니까요.
더군다나, 친일인사를 비호하는 것은 정말 아닌 것 같습니다.
박지원 대표의 말이 정말 가관이더군요. 더한 친일 덜한 친일, 착한 친일 나쁜 친일..
이건 뭐 대체 뭐 하겠다는 건지;;
문재인 후보도 성급하게 장물 운운 하는 걸 보면, '참 저 사람이 정치경력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정치적인 관점에서, 정수장학회의 현 이사장을 내 치면서 자신의 캠프 쪽과 협상이 된 사람을 밀게
된다면 자금지원 등의 여러 이점이 있겠지만, 이는 눈 앞의 나무만 봤지 숲을 못 보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국내 언론들 및 인터넷 언론들을 보면 실망스럽습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나는 정치인의 개로소이다.'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네요.
포털들은 더 말 할 것도 없구요.
제발 국민들이 더 이상 쓸데없는 분노로 기력을 소모함이 없이 정확한 정국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바른 저널리즘, 바른 정치문화가 하루 빨리 정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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