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지기 전날 밤 쓴 글

생생한 멍석딸기2016.01.31 10:11조회 수 5501추천 수 18댓글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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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1학년 1학기부터 4학년 2학기까지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전 날 밤 쓴 글인데 편지형식이고...또 함께 했던 시간동안 행복했다고 전해주고싶은데 차마 말을 전할 용기는 안나구, 이렇게 올리면 혹시나 들어와 보지 않을까 싶어서 올려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벽마다 밤을 새며 부쩍 너에 대해 생각하면 갑갑하고 힘들어. 너랑 헤어지고 싶어서.

망설임이 없었던 건 아니야. 그런데 우리 헤어졌던 지난 날을 떠올려보면 거의 네가 헤어지자고 하고 내가 잡았지. 나도 헤어지고 싶었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야. 하지만 욱해서 헤어지는 것 보다는 내 마음이 다하면 헤어지자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내 마음이 가는대로 너를 붙잡았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지 말걸 그랬나 후회되기도 하고 그렇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너와 함께한 그 계절들을 후회하지는 않아.

내 대학생활 대부분을 너와 함께했기 때문에 이 시절을 떠올리면 네가 생각나서 마음이 아프겠지만, 난 이제 너랑 헤어질거야.

그동안 내가 서운했던 것들 쉽게 말하고 쉽게 풀고 싶었는데, 괜한 싸움만 만들고, 그러다 네가 떠날까봐 털어놓지 못했어. 살짝 내가 불만을 비추었을 때 돌아오는 너의 대답은 "그렇게치면 나도 서운한거 있다."였어.
넌 내가 왜 좋냐고 물어본 질문에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너니까."라고 대답했지. 내가 마음이 식어서 너와 만나는 시간에 시무룩한 상태로 있고, 니가 아무리 잘해줘도 마음이 허해서 힘들었을 때, 내가 권태기라고 말하면 '그럼 이제 니가 날 사랑하지 않으니 나도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까봐 두려웠어.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내가 더 잘 할게. 우리 같이 이겨내 보자.' 였는데, 너는 매정하게도 "이렇게나 잘해주는데도 권태기라고 말하는 네가 서운하다."고 했지.
'이 상황에서 헤어지자고 하면 네가 너무 힘들겠지. 조금만 참자.'하며 보낸 시간이 벌써 두 달, 그래서 지금 헤어지자고 말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데 우리 사이는 평소처럼 너무 좋네. 적어도 네 눈에는 그렇게 보일거야. 옛날같으면 전화해서, 주인을 기다리던 고양이가 퇴근후에 야옹거리듯 일상이야기를 재잘거렸을 나인데, 요즘은 전화도 없고 말수도 줄고 이상하다고 했지? 맞아. 나 이상해 지금. 또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온 것 같다고 생각해. 최근에는 싸운 것도 없고 잘 지내고 있는데 왜 이러냐고 물어올 것 같아서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조리있게 해야할 지 고민되는 밤이야. 마음은 미지근히 혹은 이 계절의 온도만큼 차게 식었지만 너랑 함께한 동안 행복했던 기억들과 추억들을 끊어내려는 생각에 코끝이 짜게 느껴진다.

너랑 있어서 사막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나의 대학생 시절이야. 우리가 사귀었던 시간동안,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또 소중히 생각하는지 알기 때문에 이별을 고하기가 더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는 너와 헤어지고 싶어. 미안해. 그동안 너무나도 고마웠어.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 꾸리자는 말, 못 지켜서 미안해. 하지만 지난 날 너와 함께해서 나는 정말로 행복했어. 그동안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건 진심이었어. 당분간 너도 나도 마음이 아프겠지만 우리 이제 더 이상 가까이 안 살고, 너도 이제 많이 바쁠테니까 금방 괜찮아질거야.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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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정도면 가족수준.....
  • @적절한 주목
    그쵸 거의 4년 가까이 사귀었으니까요
  • 눈물이 나네요
  • @청아한 기장
    전 이제 괜찮은데...ㅎㅎ울지말아요
  • @글쓴이
    저도 같은 경험을 몇 달 전에 했어요 6년을 사귀었는데 저는 남자의 입장이었구요 싸운적도 한 번 없는데 이별이 찾아왔어요 아무리 멀리살고 아무리 바빠도 아마 금방 괜찮아지진.. 않을거에요 ㅠㅠ
  • @청아한 기장
    그 분도 저랑 비슷한 마음으로 이별을 고했으려나요?ㅎㅎ 그런데 저의 그 분은 잘 살고 계신 것 같아서 마음이 불편하진 않아요:)
  • @글쓴이
    중간에 헤어진적도 한번 없고 같은 미래를 꿈꾸고 이별은 상상조차도 못했었는데 갑자기 통보받고 얼마나 슬펐는지 몰라요. 아마 글쓴분과 비슷한 마음이었을것 같아요
    정말 혹독한 겨울이네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은 이런 고통 어떻게 안고 살아가는지 모르겠어요 살면서 다신 이별같은거 하고싶지 않아요
    시간이 약이라는데 많이많이 먹어야할것 같아요ㅋㅋ 
  • ㅎㅎ..저도 오늘 결판을 지으러 여자친구가 있는 지역으로 갈 생각인데, 서로 만나자는 말도 없이 한 참을 망설이고 질질 끌다 결국 제가 먼저 만나자고 약속을 잡았어요. 혼자서 좋아하다 지치다 상처입고, 서운하다는 말을 하면 여자친구가 도리어 그럼 내가 어떻게 해야되냐며 화를 내고. 다시 서운했던 제가 미안하다며 사과하는 그런 상황들이 싫었어요. 그러다보니 아예 아무런 말도 하지 않게 되었고요. 결국 그렇게 식지 않을 것 같은 제 마음이 간사하게도 식어버렸네요. 참 겁나는 1월 마지막 날입니다.
  • @기쁜 댕댕이덩굴
    전 식은 상태로 헤어져서 그런지 헤어진지 몇달 됐는데 쭉 괜찮았어요. 그냥 그 사람이 생각나진 않지만 함께했던 그 시간이 그리워지는 정도?ㅎㅎㅎ
    이별을 말하려고 생각하며 눈물로 보냈던 가을을 생각하면 댕댕이덩굴님 긴장하신게 공감되네요...힘내세요!
  • @글쓴이
    위로 고맙습니다. 글쓴분도 마음을 다 할 때까지 만남을 지속하셔서 후회가 없으신가봐요. 마땅히 일어나야 할 일이 일어났다 생각하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시길
  • @기쁜 댕댕이덩굴
    여자친구가 다음에 다시 잡는다면, 받아줄 생각이 있으신가요
  • @기쁜 댕댕이덩굴
    ㅠㅠ 안타깝네요... 여자친구분이 멀리 사셨나요??
  • 크으 방생
  • @적절한 칠엽수
    ㅋㅋㅋㅋㅋㅋㅋㅋ
  • 24살거릅니다
  • 장거리 연애라서 헤어졌나요?
  • @개구쟁이 협죽도
    장거리라고 말할 거리도 아니었어요ㅎㅎ 원래 과 씨씨로 만나서 남자친구는 졸업 후 취업해서 창원으로 갔는데 그래서 매주 데이트 했거든요
  • 넘나 마음 아픈 글.. 잠깐 헤어진 남친 생각해봄...후
  • 왜난 화가나지? 약간 기분나쁘다 왠줄모르겠다
  • 이렇게 말하면 이상하려나....

    꼭 행복하시길...
  • 남친이 이 글 보지않길..
    정말 슬프겠다 나였으면.
    그냥 이런저런 얘기 늘어놔서 남친 감성자극하지말고 걍 헤어지자고 하는게 나은거같아요
    지금 저희가 저 단계 직전인듯 아닌듯해서
  • 감정을 실어서 읽었네여
  • @화려한 미국미역취
    이미 헤어진지 몇달 됐어요ㅎㅎ
  • 남자 너무 이기적이게느껴지는건 나뿐인가
  • 연애가 두렵다... 헤어지는것도 이렇게 힘든데
  • ㅜㅜ 글쓴이님 애잔하다
  • 3년이상 연애한건 결혼할때 숨기세요. 특히 사짜 남자 만날때 흠이 됩니다.
  • @못생긴 누리장나무
    왜 흠이 되죠? 그냥 물어보는 겁니다
  • @외로운 자목련
    전문직들은 주로 어린여자를 선호하구요.
    어릴수록 연애경험이 적다고 생각해요.
    다른남자를 2년이상 만난 여자를
    잘난남자들이 선호할이유는 없죠.
    그런여자만나려고 고생해서 공부한거
    아닐테니깡ᆞ.
  • @못생긴 누리장나무
    그렇군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들으면서도 이해하긴 힘드네요;;
  • @외로운 자목련
    남자가 나이가 들고 사회적 지위가 올라가고 여자를 다루는법을 알게되면요.. 때묻지 않고 순수한 사람을 만나서 내가 좋은 영향을 끼치면서 이끌겠다 하는 마음이 강해요. 나이가 있거나 연애경험이 많은 여자는 속내까지 완전히 내것으로 만들기 힘든게 사실이기때문이에요 이해가 좀 가실까요??
  • @적절한 리아트리스
    이해가요 근데 내것으로 만든다는 표현 자체가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저로서는...
  • @외로운 자목련
    나를 완전히 이해해준다 라는거죠 제가 표현이 격했네요
  • @적절한 리아트리스
    알겠습니다 댓글 감사해요 :)
  • @못생긴 누리장나무
    26살에 사짜 전문직이고 올해부터 법인가는대 다 그런건 아닙니다..
  • 이 글만 읽으면 꼭 글쓴이님은 남자가 서운하다고 할 떄 자기도 서운한 거 있다는 식으로 상황을 덮으려는 사람같네요. 저는 그 부분에 조금 어이가 없었어요. 오랜 만남 유지하셨고 아픔 빨리 이겨내길 바랍니다. 하지만 다음에 만날 사람과는 타협하고 이해할 줄 아는 자세를 좀 갖췄음 하네요.. 저 편지 내용만 가지고 잘못 지레짐작 한 거면 죄송합니다 ..ㅠ 그래도 이 말은 꼭 해주고 싶었어요.
  • @외로운 자목련
    사귀는 동안에 주로 남자친구가 해어지자하고 제가 잡는 모양이어서 저는 제대로 화내 본적도 서운한걸 제대로 말 해 본적도 없어요..ㅎㅎ
    제가 "그때 좀 서운하더라"하고 시간이 지나서 마음이 누그러들었을 때 조금 티를 내면 돌아오는 남자친구의 대답이 그렇게치면 나도 서운한거 있다는 식이었다는 뜻인데 잘 못이해하신 듯 하네요ㅎㅎㅎ
    서운한 마음에 이야기를 꺼낸 건 저지만 마지막에 사과하는 건 늘 저였어요. 그걸 3년간 하다보니 지쳤네요
  • @글쓴이
    헉! 그러네요....죄송합니다ㅠ 편지는 다 제대로 읽었는데 서론은 잘못 읽었네요ㅠㅠ!! :( 맘 아팠다면 조금씩 나아지고 행복해지길 바랄게요.. 제 첫 댓글도 그 남자분한테 하는 얘기네요 그러면.. ㅠ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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