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학 후 1학년 1학기부터 4학년 2학기까지 오랫동안 사귀었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기 전 날 밤 쓴 글인데 편지형식이고...또 함께 했던 시간동안 행복했다고 전해주고싶은데 차마 말을 전할 용기는 안나구, 이렇게 올리면 혹시나 들어와 보지 않을까 싶어서 올려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벽마다 밤을 새며 부쩍 너에 대해 생각하면 갑갑하고 힘들어. 너랑 헤어지고 싶어서.
망설임이 없었던 건 아니야. 그런데 우리 헤어졌던 지난 날을 떠올려보면 거의 네가 헤어지자고 하고 내가 잡았지. 나도 헤어지고 싶었던 적이 없었던 건 아니야. 하지만 욱해서 헤어지는 것 보다는 내 마음이 다하면 헤어지자고 말해야겠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에 내 마음이 가는대로 너를 붙잡았지. 지금 생각해 보면 그러지 말걸 그랬나 후회되기도 하고 그렇지만 어쨌거나 지금까지 너와 함께한 그 계절들을 후회하지는 않아.
내 대학생활 대부분을 너와 함께했기 때문에 이 시절을 떠올리면 네가 생각나서 마음이 아프겠지만, 난 이제 너랑 헤어질거야.
그동안 내가 서운했던 것들 쉽게 말하고 쉽게 풀고 싶었는데, 괜한 싸움만 만들고, 그러다 네가 떠날까봐 털어놓지 못했어. 살짝 내가 불만을 비추었을 때 돌아오는 너의 대답은 "그렇게치면 나도 서운한거 있다."였어.
넌 내가 왜 좋냐고 물어본 질문에 "날 사랑해주는 사람이 너니까."라고 대답했지. 내가 마음이 식어서 너와 만나는 시간에 시무룩한 상태로 있고, 니가 아무리 잘해줘도 마음이 허해서 힘들었을 때, 내가 권태기라고 말하면 '그럼 이제 니가 날 사랑하지 않으니 나도 널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까봐 두려웠어.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내가 더 잘 할게. 우리 같이 이겨내 보자.' 였는데, 너는 매정하게도 "이렇게나 잘해주는데도 권태기라고 말하는 네가 서운하다."고 했지.
'이 상황에서 헤어지자고 하면 네가 너무 힘들겠지. 조금만 참자.'하며 보낸 시간이 벌써 두 달, 그래서 지금 헤어지자고 말해야겠다고 생각이 드는데 우리 사이는 평소처럼 너무 좋네. 적어도 네 눈에는 그렇게 보일거야. 옛날같으면 전화해서, 주인을 기다리던 고양이가 퇴근후에 야옹거리듯 일상이야기를 재잘거렸을 나인데, 요즘은 전화도 없고 말수도 줄고 이상하다고 했지? 맞아. 나 이상해 지금. 또한 돌아가기엔 너무 멀리온 것 같다고 생각해. 최근에는 싸운 것도 없고 잘 지내고 있는데 왜 이러냐고 물어올 것 같아서 헤어지자는 말을 어떻게 조리있게 해야할 지 고민되는 밤이야. 마음은 미지근히 혹은 이 계절의 온도만큼 차게 식었지만 너랑 함께한 동안 행복했던 기억들과 추억들을 끊어내려는 생각에 코끝이 짜게 느껴진다.
너랑 있어서 사막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났던 나의 대학생 시절이야. 우리가 사귀었던 시간동안,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또 소중히 생각하는지 알기 때문에 이별을 고하기가 더 많이 힘들겠지만, 그래도 나는 너와 헤어지고 싶어. 미안해. 그동안 너무나도 고마웠어.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 꾸리자는 말, 못 지켜서 미안해. 하지만 지난 날 너와 함께해서 나는 정말로 행복했어. 그동안 너에게 사랑한다고 말했던 건 진심이었어. 당분간 너도 나도 마음이 아프겠지만 우리 이제 더 이상 가까이 안 살고, 너도 이제 많이 바쁠테니까 금방 괜찮아질거야. 잘 지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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