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5시 55분
nc백화점 앞에 서 있는 동안 내 머리속에는 딱 두가지 생각이 있었다.
그녀의 체형 선택은 통통이었는데,
그녀가 그냥 통통하면, 좋은 곳에 가서 피자를 먹을 거고.
그녀가 도저히 봐줄수 없을정도로 뚱뚱하다면, 돈까스 집에 가서 돈까스 먹고 빨리 헤어지자.
사실 나는 그냥 차 마시고 싶었는데. 시간이 시간인지라 저녁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내 이름을 부르면서 그녀가 나타났는데...
그녀의 외모에서는 2개의 얼굴을 가진 야누스 마냥 두명의 연예인이 있었다.
직접적으로 누굴 닮았다고 여기에 쓸 수는 없는거고...
다른 사람으로 빗대어 표현하자면
제시카와 임혁필, 함은정과 호나우딩요의 관계와 같았다.
뭐 난 외모 따지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뚱뚱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했고...
그녀가 통통한 것에 너무나 감사했다...
아니 정확히는 통통하다고 별로 못 느꼈고 보통에 가까웠다.
충분히 보통사람이어서 좋았다.
우리는 피자를 먹으러 갔다.
처음에는 얘기가 잘 통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공통점 찾기 놀이가 되어버린것 같은데..
그 시작이 아마 롯데자이언츠가 아니었나 싶다.
롯데자이언츠
그녀는 롯데의 광팬이었다...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를 사직에서 직관을 했고,
sk와의 플레이오프도 dmb로 볼 정도의 열정을 가진 흔치 않은 여자였다.
근데 내가 야구를 안 좋아한다... 정확히 말하면, 관심은 있는데 챙겨보는건 아니다...
나는 야구를 기사로 보는 사람이다. 그래서 강민호가 5차전에 실수한 것도 알고,
롯데 감독이 해임된 것도 알고,
김응룡 감독이 한화에 온 것도, 류현진이 이제 메이저리그에 간다는 것도 안다.
단지 경기를 안 챙겨볼뿐...
그녀의 멘트를 좀 잘 받아줬어야 했는데...
여기서 내가 희대의 개드립을 날리게 된다..
"제가... 언젠가부터 야구장을 안 가게 됐는데.. 예전에 야구장에서 한 번 싸움날 뻔해서,,
그 이후로 안 가게 된 것 같아요..
그런애들 있잖아요... 앞에서 서서 뒷 사람 안 보이게 절대 안 앉는 애들... 걔들땜에...
근데 우리가 쪽수가 많아서 진짜 싸우지는 않았아요ㅎㅎ"
ㅅ1ㅂ 이 무슨 개드립이란 말인가...
야구좋아하는 사람한테,
야구장에서 싸움날 뻔한 뒤로, 야구장을 안 간다는 말을 하다니...
집에와서 이 말한게 어찌나 후회가 되는지...
여기 다 적을수 없지만.... 중간중간 애드립을 많이 날렸는데...
애드립을 치다보니 망드립도 나오는 법
사직야구장 드립은 역대급으로 잘 못 날린 드립이 아니었나 싶다..
모든 문제의 시작이 롯데였고 이 외에도 대화가 잘 안 된게 많았다....
락에 L자도 모르는 대화
그녀는 락밴드 중에 뮤즈와 라디오헤드를 좋아한다 그랬다..
이 멘트를 내가 받아줬어야했는데..
뮤즈는 알긴하는데(starlight, time is running out, plug in baby) 딱 세 곡만 알고.. 별로 즐겨 듣질 않고.
라디오헤드는 들어도 들어도 내 귀에는 안 들린다...(creep 말고 아는게 no surprise 정도....)
라헤는 진짜 내 귀에 너무 안들려서 도저히 받아줄수 없었다...
하지만 크립 말고도 아는게 있는 것만으로도 어딘가???
이걸 내가 물고늘어졌어야 되는데... 작년에 지산에 내한 왔던건 아냐...
아마 우리나라에 다시는 안 올거다.... 그래서 갈까 했는데... 라헤 안 좋아해서 안 갔다...
이렇게 쭉쭉 이어갔어야했는데...)
나 "아......... 저는 오아시스 좋아하는데(회심의 카드였다. 설마 오아시스는 좋아하겠지.. 여자들이 얼마나 좋아하는데..)"
그녀 "아......"
나 "아,, 혹시 락 좋아하시면 탑밴드 보셨어요 저는 피아 좋아하는데...??"
그녀 "아니요.. 저는 탑밴드 안 봤어요.............피아는... 제 친구가 좋아하는데..."
나 "아 안 보셨구나................"(탑밴드도 안 봤는데.. 슈스케를 봤을까 싶어 슈스케는 안 던졌다...)
(여기서의 문제가... 일단 뮤즈랑 라헤를 물고 늘어진 다음에 탑밴드나 다른 밴드로 주제를 바꿨어야 되는데,,
급한 나머지 내가 너무 빨리 바꿨다...
게다가 오아시스는 한 물 간지 10년도 넘었고.. maroon5 카드를 썼어야 했다고 뒤늦게 후회했다)
영화
흔히 그렇듯이 "영화 좋아하세요?"란 주제가 나왔다.
우리 둘다 가장 최근에 본게 '광해'였는데...
나는 특히 영화를 보고나서 어떻더라 주저리 주러리 말을 잘 못한다.. 걍 별 생각 없이 보는 타입이라..
보고나면 줄거리도 잘 생각 안 나고..
광해 앞에 뭐 봤냐고 내가 물었고.... 머묻거리길래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나이트 라이즈' 카드를 던졌다.
진짜 좋아한다고... 혹시 보셨냐고...... 인셉션 만든 감독이라고....
그녀는 배트맨 3부작 중 단 한편도 보질 않았다.......
나는 개봉 첫날 조조로 보고 왔는디............
영화 자체를 썩 좋아하지는 않는다더라.... 이쯤되면 광해 본게 신기할정도다.
이 외에도
피자 먹고 나서 맥주가 먹고싶어, 술 좋아하냐 물으니깐, 술도 안 받고, 안 좋아한데..
노래 부르는거 좋아하냐니깐 락은 좋아한다면서, 그건 또 싫다네...
그녀와 내가 사는 곳이 너무 멀었고..
그녀는 알바인생이라 그랬다...
집이 좀 어려운 편인 것 같은데.. 집에 손 벌리기 싫어서 자기가 벌어서 쓴다고 그랬다...
다른건 모르겠고,, 이 점 하나가 된 사람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 잘사는건 아닌데.... 크게 욕심이 없어서(나는 그 흔한 시계도 없다. 물론 이 날도 시계 안 참)
알바도 안 하고 용돈 받아 쓴다...
그녀 앞에 할말이 없었다... 내가 어떤 놈으로 보였을까 싶다...
현재 시각 7시 30분.
그렇게 우리는 싸이와 김장훈을 방불케 하는 평행선을 달리고....
'내가 커피마시러 갈래요?' 했는데...
그녀는 내게 정말 딱 잘라서 이렇게 말했다.
"죄송한데.. 오늘은 약속이 있어서 안 되고, 다음에 커피 사줄게요..."
우리는 1시간 30분 만에 헤어졌다.
진짜 엄청 얘기는 많이 했는데 막상 시간은 별로 안 흘러서 신기했고..
너무 공통점이 안 맞아서 둘다 대화가 서로 너무 힘들었다...
어제 내 매칭녀가 10시에서 11시쯤 익게에 후기를 썼었다.
막상 만나니까 공통점이 너무 없어서
이 남자 어떡해야 되냐고 썼었는데....(이 글은 후에 삭제되었다...)
이때 나도 심란한 마음속에 피누를 하고있었는데... 이 얘기가 누가봐도 너무 내 얘기 같더라....
앞에 리플 단 세명이... ㅃㅃ, 억지로 만날 필요 없다 그래서,
그 리플 직후 "우리는 안 맞는 것 같아요.."라고 카톡오더라......
니들 세명이 가볍게 날린 그 리플 덕분에..... (후에 그 글은 자기가 쓴게 맞다고 하더라...)
총평
모르겠다... 처음 보다보니, 공통점이란게 별로 없을수도 있겠지만
사람만 괜찮다면, 맞춰갈 수 있는것 아닌가..
나는 한 번 더 만나서 좀 더 알아가고 싶었는데...
그건 절대 안 되나봐..
생각 바뀌면 다시 연락해라. 악의가 없었다면 거짓말 친건 용서해줄게.
세 줄요약
1.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과의 소개팅은 정말 힘들다는걸 느꼈다.
2. 이 사람 잡아야겠으면, 안 좋아하는것도 좋아한다고 거짓말이라도 쳐야되겠다는걸 느꼈다.
3. 대화 주제 잡으면 좀 물고늘어져라... 공통점 찾으려고 계속 빨리 바꾸니까..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더라.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