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정도 지난것 같습니다.
평일 오후, 수업이 마치고 였습니다.
어느때처럼 전 버스 시간표를 확인하고 시간이 널널해서 천천히 짐을 챙기고 강의실 밖을 나섰습니다.
같은 층에 있는 사물함에서 간단히 짐을 챙기고 해가 져서 살짝 어두운 복도를 걷고 있었습니다.
일단 대략적인 전후 사정부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전 23살이고 제대 후 지난 1학기부터 복학해서 학교를 다니는
아주 흔한외모에(중간보다 떨어질지도..) 크지않은키, 통통한몸에 조용조용한 성격인 강제순수(?)형 남자입니다.
저는 복학할때부터 머리가 짧아서 항상 모자를 푹 눌러쓰고 항상 구석에 박혀서 혼자 수업을 들었습니다.
친구들이 있긴하지만 별로 친하지가 않아서 그냥 인사정도 하는사이? 그런 학생이었죠.
그런데 어느날부터 어떤 여자분이 저와 자꾸 눈이 마주친다는걸 깨달았습니다.
처음엔 우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좀 시간이 지나고 보니 내가 이런 속물이었나 싶기도 하고.
(최후이자 최선이라 할수있는 가정을 분명히 알고있지만 저는 감히 그걸 단어로 풀어내지를 못하겠습니다..)
좀더 지나고 보니 서로가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는거라고 생각하는거 아닐까.. 라는 결론까지 이르렀습니다.
그 과정에 있어서 몇번의 마주침, 몇마디의 (아주간단한)대화, 한두번정도 옆에 앉았다는점(사람이많은 수업이라서)
길가다가 마주치면 다른사람에 비해 눈이 꽤 오래 마주친다는 점.
약간의 여성기피? 혐오? 몇년동안 그런게 있었던 저로서는 불편했던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점도 있엇고 그때에는 참으로 오만하게도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저 여자가 날 좋아하나? 그래서 뭐, 나보고 어쩌라고?'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름이 지나고, 저에게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고(그런쪽으론 약간의 여지조차도 없었습니다)
저도 어느정도 마음을 추스렸고 여성기피증(이라고 합시다)은 많이 흩어져버렸습니다..
2학기가 되어 그분을 다시보았을때에는 그분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는 정도?. 그래봤자 학번이름나이 정도지만요..
더이상의 진전은 없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3주전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수요일 오후 수업이 마치고, 어두운 복도에 저혼자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상황을 아직도 정확하게 기억합니다.
휴대폰으로 버스정류장어플을 확인하고, 가방을 한쪽어깨를 빼서 가방앞주머니에 이어폰을 빼고 있었습니다.
그때 앞에서 인기척이 들려서 고개를 무심코 들었습니다.
그 분이셨죠.
전 약간 당황해서 멍하게 눈이 마주쳤습니다. 평상시에도 그랬으니까요.
그분은 빈손에(휴대폰은 가방에 있었겠죠), 한쪽 어깨에 가방을 매고, 혼자였고, 주위에 아무도 없었고,
그분 친구도 없었고, 제 뒤에도 아무도 없었고, 그 공간.그 상황에 저랑 그분밖에 없었는데,
그분이 씩 웃어버렸습니다. 순간 저는 눈을 피해버리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입니다.
저는 처음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무슨 좋은일이 있으신가?"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나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아, 날 알고 싶었나 보다, 그분이 친구가 별로없으니 학부 친구가 필요할수도 있겠다, 내가 참 편해보이긴 하지.."
(최후이자 최선이라 할수있는 가정을 분명히 알고있지만 저는 감히 그걸 단어로 풀어내지를 못하겠습니다..)
최근에는 전 너무 혼란스러워서, 그분의 눈을 계속 피했습니다.. 날 쳐다본다는 것을 의식하지만
전 뻔히 보고있다는걸 알면서도 다른곳을 쳐다봤습니다.
전 제 스스로의 마음에 대해서 판단할수가 없었습니다.
사실 그분이 절 좋아할 하등의 이유도 없고, 저또한 그분을 좋아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건 사실입니다.
아니, 좋아할 이유가 없는게 아니라 좋아한다고 판단할만한 객관적인 사실이 없다는 겁니다.
이것도 좋아한다는 그것 자체만 있으면 되는건가요? 좋아하는데 이유가 어디있냐, 이건가요?
그래서 더 고민됩니다.
제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했다고 해도
이글 자체는 제가 쓴것이고 제 생각에서 나온것이라 주관적이므로
제 입장에서의 의견일뿐 절대 '객관적'이다 할수 없으니
여러분들이 이글을 본다고 해서 사실관계를 명확히 판단할수 없을겁니다..
남자든 여자든 가장 많은 착각을 일으키는 행동이
바로 눈이 마주친다는 점일 것입니다.
저와 그분의 관계에서도 단순한 아이컨텍트 외에는 딱히 뭐라 말할것도 없고,
통성명이나 번호교환? 전혀 안나갔습니다.
제가 다른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는 안하는 타입이라 동기들이 봤을때는 딱 그정도 사이입니다.
"일면식이 있는 사이"
굳이 따지자면 객관적인 사실 하나, 제목에서처럼 '모르는 사이에서의 미소' 딱 하나입니다.
그 미소는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요? 전 아무리 싸매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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