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달쯤 전의 일인것 같습니다.
지하철 2호선 덕천역의 엘리베이터에서 겪었던 일입니다.
닫혀가는 문을 비집어 열고 들어온 두분이 있었습니다. 할머니 한분과 할머니라고 하긴 그런 분이 한분 들어 왔어요.
허리가 굽어서 정말 꼬부랑 할머니에게 상대적으로 50대 후반 정대로 보이는 젊은 할줌마(?)가 엘레베이터 버튼을 설명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할줌마의 말이 많아지고 잔소리가 길어지니까, 할머니께서 화가 나서 말을 던지더군요.
야까마시이 빠가야로! (귀찮아 바보자식아!)
할줌마는 못 알아들었으니 그냥 빠가야로라는 단어때문에 머슥해서 설명을 그만두고 말더군요.
며칠전의 일입니다.
지하철에서 부산대로 오는 늦은 시간에 객차 안 사람들의 시선은 목소리가 큰 할아버지 한분에게 꽂혀 있었습니다.
단지 귀여워서 아기에게 뭔가를 주고 싶었다고 연신 큰 목소리로 이야기하시는 할아버지는 얼굴이 벌겋게 - 거나하게 취하신 모양이었습니다.
끝의 양로석에 앉아 계셨지만 어찌나 목소리가 크신지 반대쪽 끝에 있는 저에게도 들릴 정도였습니다.
그분이 하시는 말씀이 자신은 "쇼와 11년생"인데 손주들도 다 크고 해서 아기들이 이뻐보인다고....
그런데, 두분 다의 상황에서 마음에 걸리는 것은 그분들은 아직도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미생"으로 유명한 윤태호 작가의 작품은 유독 대한민국 현대사 속의 일제 찌꺼기를 많이 비추고 있습니다.
당시 우리에게 수천년간 강대국으로 군림하였던 중국을 굴복시켰고,
막상 유학생들이 가 보니....외국문물을 수용하여 서구화되어 있던 "일본제국"은 말 그대로 선진국이었을 것입니다.
아마 우리 아버지 세대가 보았던 "미국"의 느낌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런데, 그들의 패망을 지켜보고, 그후로 격동의 시간이 지났건만 여전히 그들의 뇌리에 일본은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야 하는 것인지.
그래서 일본말을 하고 일본 문화를 지키고 있으면...지금의 우리가 미국을 생각하는 것과 같을까요?
마치 우리가 영어회화 연습을 빙자하여 길거리에서 친구들과 영어로 이야기하고
미드를 달고 살며, 미국 영화계나 셀레브리티의 삶에 열광하는 것...
아니... 학교 앞 조그마한 Pub에서 기껏 몇마디 콩글리쉬로 미쿡싸람과 몇마디 나눴다고 사진 박고 페북 올리고...
어떤 사람은 미쿡싸람에게서 진정한 사랑을 발견했다면서 애인이라고 자랑하고...
따른 애들은 원나잇이지만, 나는 아름답고 뜨거운 싸랑이어써...
이런 느낌일까요?
그 두 어르신 때문에 요즘 모습들과 겹쳐서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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