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제 글에 반말과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악플을 다는 분들이 많으셔서 글을 내렸습니다.
대략 글을 읽어보니 부산대학교에서도 사법시험과 로스쿨에 대한 의견이 나뉘어 있는것 같습니다.
이는 비단 부산대에서만 확인되는 갈등은 아니며 스터디를 하던 서울대, 성균관대 형님분들도
학내가 이 주제로 논의가 분분하다고 합니다.
특히 서울대학교는 로스쿨 진학자가 많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고 하구요.
저도 이 논쟁에 끼어서 갈등을 부추기겠다는 의도는 아니지만 당장 5년의 고시생생활을 했던
당사자로서 제 생각을 짧게 적어보려 합니다.
신림동고시촌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제가 거기서 2년동안 살았습니다.
거기에서 보면 사법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있고 변호사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몇몇만 알고지낼 뿐 집단적 교류는 없지만요.
올해 3월과 4월에 신림동에서는 사시존치를 바라는 사람들이 집회를 하기도 했었고
분서갱유라고 하는 사시존치 행사도 모정당 당사앞에서 개최한다는 전단지도 받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사시존치 운동하던 한 분은 돌아가시기까지 했구요.
다른 한편으로는 로스쿨생들의 집단행동도 있었죠. 자퇴서제출 및 사시존치를 주장하는 교수에 대한
공개사과요구도 있었던 걸로 압니다.
사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의 배후에는 이해관계들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고
그에 따라서 각자가 각자의 명분을 내세웁니다.
가령 사법고시 낭인 망국론이나 로스쿨 금수저론 같은거겠죠.
사실 신림동 생활하다보면 그렇게 까지 일반화 할 수 없는 경우도 부지기수로 봅니다.
저는 방값싸다는 신림9동 맨끝 미림여고 뒤쪽 고시촌에 살았습니다. 흙수저죠.
그런데 같이공부하던 누나 중에는 신림2동에 넓직한 원룸에서 사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금수저라고 단정할수는 없지만 그렇게 여유가 없어보이지는 않았습니다.
한편 여러 고시학원에는 변호사시험을
몇년째 낙방을 한 소위 변시낭인들이 수도 없이 많습니다. 부산대 로스쿨 출신들도 물론
있겠죠. 그 중에서도 고급외제차 끌고와서 수업듣고 가는 분도 있고
저랑 같이 신림9동 언덕길 끝 방값이 가장 싼 지역에 사는 사람도 있습니다.
수저론과 낭인론이라는게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정당화 하려고 만든 억지성 논리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사시에 낭인이 많은것도 사실이고, 로스쿨에 고위층자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적어도 지성인이라면 그러한 이해관계에 따라 상대방을 비난하고 의심하고
심지어 거짓으로 몰아가는 짓 만큼은 하지 않는게 옳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공부를 했던 사람들인 만큼,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들은 첨예한 논리로 토론하는 모습
(개인적으로 스터디 형이 말해준 서울대학교 스누라이프의 로스쿨 토론얘기를 듣고 많이 느꼈습니다)
이 더 지성인에 걸맞는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는 이미 폐지된다고 예고된 사법시험을 선택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로스쿨에는 가고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또다른 분란의
씨앗일 될 수 있어서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마지막 1차시험에 합격을 하고 2차 기득권 중 한번을 사용했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는 수 밖에 없었지요.
한편으로는 자신의 이해관계를 관철시킬 수 있는 로스쿨생들이 부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선택한 길이기에 군말없이 공부만 했죠.
사법시험이 존치되면 감사할 일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그저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제가 가야할 길이라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과격하게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분들께 묻고 싶습니다.
당신은 사법시험 준비생의 눈물을 아십니까?
물론 사시생만이 사시존치여부에 대한 논의를 독점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력에 기반한 공정한 사회라는 명분을 위한 주장인지 아니면
감정이나 이해관계에 얽메인 비난꾼일 뿐인지 스스로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제 입장에서는 감사하나 어디선가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고시생에게 그런 과격한 주장은 제가 오늘 마이피누에서 봤던 반응과 같이
위로받고 싶고 격려받고 싶은 마음에 비수가 되어 박힐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법시험을 무조건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붇고 싶습니다.
로스쿨은 과연 사법시험의 과제를 모두 극복하였습니까?
물론 극복하는 과정 중이라는 답변을 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로스쿨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이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자각하시고 겸손한 자세와 이성적인 태도로
토론에 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신림동 고시촌에서 만난 몇몇 변호사시험 준비생 분들중에는
소위 S대 출신 엘리트지만 변시에서 몇번의 고배를 마신 분도 있고
훗날 인권변호사의 꿈을 가진 분도 많습니다.
사시생 중에 신림동에서 고시식당 설거지 알바 하시면서 공부하는 분도 있고요.
사시든 변시생(제가 신림동에서 본 로스쿨 졸업생)이든 다양한 인간군상들이 모여 있고
대부분은 자신의 공부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쓰고보니 이 글도 두서가 없군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쩌면 아직 자신의 것이 아닐지도 모르는 이해관계에 너무 매몰되어
서로를 비난하고 의심하고 과격한 행동을 하는 것 보다 아직은 이성적인 토론을 통해서
어떠한 제도가 타당하고 합리적인지 진지하게 논의하는게 지성인에 걸맞는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아직 우리는 20대고 세상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많지않습니다.
사시생이라고해서 로스쿨이라고해서 지금 판검사, 변호사인 것도 아니고
아직 배움의 길에 있는 한사람은 학생일 뿐입니다.
이익집단처럼 행동하기 보다는 무엇이 대한민국을 성숙한 법치국가로 나아가게 할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머리를 맞대고 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