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신들조차 광우병이라는 질병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이 부족하다.
광우병은 아직 그 실체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질병이다. 위험부위, 월령, 전파경로 등에 대해 학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광우병의 특성상 소나 인간이 광우병에 걸렸는지 여부는 겉으로 보이는 증상으로는 쉽게 결정할 수 없고 뇌조직 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런데 도축되는 모든 소에 대해 전수 검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므로 광우병에 걸린
소가 얼마나 많은지는 알 수 없다. 또한 광우병의 증상이 노인성 알츠하이머(치매), 유전 질환에 의한 알츠하이머
등과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광우병에 걸렸음에도 알츠하이머로 진단받고 죽는지도 명확히 알
수 없다. 이에 대한 명확한 연구결과가 나오려면 최소 15~20년 이상의 추적조사가 필요한데 전 세계적으로 광우병에 대한
논란이 시작된 지 채 10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아직 학계에서도 광우병에 대한 합의된 결론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광우병이 그리 위험하지 않다고 말하고있고 누군가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광우병에 대한 양 측의 입장에서 어느 일방도 한 쪽의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2. 광우병 시위의 내용을 좁게 해석
만약 학계에서 광우병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졌다면 정부도 과학적 근거로 적극적 해명을 할 수 있었겠지만 학계에서도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라 명확한 해명은 불가능했다. 단지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소위 '괴담' 중에서 지나치게 위험성이 과장된 부분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해명했을 뿐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먹거리와 관련된 문제, 그리고 치사율 100%에 육박하는 질병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 국민들이 의구심을 품는 것과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애초에 이를 명확하게 해명할 과학적 근거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광우병 시위에 대응할 수 없었다.
이러한 정부의 태도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켰으며 결국 광우병 시위는 광우병 자체에 대한 문제 뿐 아니라
정부의 막가파식 국정운영에 대한 저항을 포괄하는 시위로 확대되었다. 따라서 광우병을 특정 무리에 의해
선동된 자들의 시위라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광우병 시위는 광우병 자체에 대한 불안감 뿐 아니라
국정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의식도 포함된 시위였다.
3. 후견편파의 오류
광우병 시위가 한참 지난 뒤에야 선동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후견편파의 오류('그럴 줄 알았다'는 오류)에
빠져있다. 선동되었다고 주장하는 이들조차 광우병에 관한 전문가가 아닌 이상 2008년 광우병 시위 당시에
'광우병은 그리 위험하지 않습니다.'라고 말할 과학적 근거는 부족했을 것이다. '괴담'에 이끌려 시위에 나온 사람들도 있었겠지만'괴담' 중에 정말 과학적 근거가 없는 주장들에 정부가 부분적으로 반박하면서 시위는 차츰 수그러들었다.
따라서 이들이 사리판단이 안되는 선동되는 자들이라 말할 수는 없다. 애초에 정부가 부분적이라도 해명을 했다면, 최소한
시위에 대해 정부의 입장이라도 밝혔다면 그렇게 많은 사람이 거리로 나올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맥락은 이해하지 못하고 광우병 시위가 선동이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후견편파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후견편파의 오류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 마치 사전에 예측을 했던 것처럼 말하는 오류이다.
예를 들어 강도가 쳐들어와서 은행 직원들을 잡아 놓고 은행을 털었다고 치자. 그런데 강도를 잡고 보니 강도가 갖고
있던 총은 실탄이 없는 빈 총이었다. 이 상황에서 '나는 빈 총일줄 알았어'라고 은행직원들을 조롱하는 모습이
광우병 시위를 선동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모습과 매우 닮아있다. 빈 총 인줄 알았던 사람은 강도 자신 밖에 없었다.
결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겁니다.
어떤 사회 현상을 이해할 때, 미리 결론을 내려놓고 증거를 찾아내는 것은 매우 쉽습니다.
왜냐하면 사회 현상은 자연 법칙과 다르게 이런 측면도, 저런 측면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견해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자신의 입맛에만 맞는 증거들을 모으기는 너무나 쉽습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 구축된 논리는 조악하기 그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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