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게 웃던 얼굴이 왜 이렇게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는지 모르겠네요
연애를 시작하면서 항상 감성적이기보다는 이성적이었기에
인연이나 첫눈에 반한다 같은 말은 믿지 않았고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 충분히 고민하고 생각하고 나서야 연애를 시작했어요
그래서인지 상대방과의 감정 역시 만나면서 천천히 만들어왔고
상대방에게 일방적으로 매달리거나
감정적으로 약한 입장에 있지 않게되었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어요
연애를 하고싶다는 생각도 외로움도 느끼지 못하고 하루 하루 바쁘게 살아가던 일상속에서
수업 시간이나 학교 앞에서 그친구를 마주칠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모든 마음을 빼앗겨 버렸어요
혹시 그거 아세요? 수십명의 다른 사람들이 마치 배경처럼 느껴지고
내 눈에는 정말 그사람 하나만 보이는 기분
친구와 웃고 떠들면서도, 모든 정신은 그쪽으로 가있는 기분
많은 용기를 냈고 다행히 받아주었어요 그렇게 만남을 시작했어요
그친구를 위해서라면 시간도 돈도 노력도 잘 못하던 애정 표현도 힘든 일이 아니었고
예쁘게 웃는 그친구 모습을 볼때면,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날만큼 기분이 좋았어요
글쎄요 로맨스 영화처럼 뜨거웠거나 불타오르는 감정은 아니었어요
그 친구를 좋아해야하는 이성적인 이유가 수없이 많은 것도 아니었고
감정적으로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거나 외로워서도 아니었어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런 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냥 같이 손잡고 있는게 좋았어요
서로 알아가면 갈수록 사랑해주고 모든걸 함께하고 싶었어요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었고 그 밖의 다른 생각, 조건, 이유 같은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전에 경험했던 상처에서 비롯된 낮은 자존감은 집착을 만들었고
혼자만 달려갔던 마음은 오히려 그친구에게 부담이 되었네요
그친구에게 나는 더이상 매력적이지 않았고 오히려 일상을 힘들게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나봐요
사실 두달 정도의 짧은 만남이라 이렇게 아플줄 몰랐어요
이별을 극복하는 과정도 충분히 경험했고
어린 나이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무뎌진다는 것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특별했던 시작처럼 이번에는 마지막도 많이 다른가봐요
사랑도 많이 받고 자랐고 항상 사람들을 이끌기 좋아했고 누구보다 밝고 건강했었는데
새벽에 숨쉬기가 너무 힘들고 쓰러질것 같아 응급실에 다녀왔어요
신경성 호흡 장애라는 이름도 생소한 진단을 받고 신경안정제를 먹고 있어요
침대에 누우면 5분만에 잠들어 세상이 뒤집혀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지금은 한두시간만에 잠에서 깨버려요
조용하고 어두운 새벽에 혼자 깨어있는 상황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힘들고 무서워서 아직까지 아침 해를 보고 겨우 잠들어요
아무도 없는 바다 한가운데에 혼자 버려져 있는것 같아요
운동도 공부도 친구들 만나는 일도 미래를 위해 노력하던 열정도
좋아하던 게임도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네요
영화보는걸 정말 정말 좋아하는 친구였어요
앞으로 그친구와 극장에서 수 많은 영화들을 보고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일상을 상상했기에
혼자 집에 있을때는 자주 보곤 했던 영화들도 이제 보고 싶지 않아요
잠에서 깨면 멍하니 하루 종일 소파에 앉아있어요
혹시 어머니 걱정 하실까봐 TV 보면서 억지로 웃고 안정제도 몰래 먹고 있어요
없는 약속도 만들어서 일주일에 세네번은 밖에 있다가 들어와요
시간이 지나면, 다른 사람을 만나면, 공부를 열심히 하면, 취업을 하면 괜찮아 질거라는
혹은 좋은 사람 소개시켜 준다는 친구들 위로에도
정말 그 친구 아니면 안될 것 같다는 한가지 생각뿐이에요
같이 걷던 길을 혼자 걸을때나 TV에서 새로 개봉한 영화 광고를 볼때
분위기 좋은 카페나 좋은 식당을 찾았을때
지금까지 함께 해왔던 일들, 앞으로 함께 하고 싶었던 일들
세상 모든 것들 하나 하나에서 하루 종일 그 친구가 생각나요
그러다가 겨우 잠들면 그친구와 다시 이별하는 꿈을 자주꿔요
꿈에서라도 잠시 만났다는 반가움과
헤어진 다음날로 다시 돌아간 것만 같은 아픔이 동시에 느껴지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정말 죽을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요
하루 중에 아마 가장 힘든 순간인것 같아요
처음으로 느껴보는 무력감과 공허함에
하루 하루를 그냥 흘려 보내는 일조차 더 이상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이별을 통보받고 두세번 억지로 붙잡고 이제 정말 안된다는걸 알면서도
마지막으로 그친구를 만나던 날이 벌써 그리워요
친구로라도 남았다면 그래도 조금씩 연착륙이 되었을까요
붙잡았을때 그친구가 거절하며 힘들어하는 표정을 보면서 너무 가슴이 아파
절대 연락하지 않겠다고 약속했기에 이제는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아무것도 없네요
더 이상 힘들고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혹시나 간단한 안부인사라도 오지 않을까
그러면 조금 괜찮아질것 같은데, 위로가 될것 같은데, 한번만 더 보고 싶은데
이미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사람이라는걸, 내 생각 하지 않을 거라는걸
알면서도 하루종일 휴대폰만 바라보고 있는 스스로가 아파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예전의 내가 어떤 감정으로 하루를 보냈는지 생각나지 않아요
그 친구를 모르던 그 때는 특별한 일 없어도
주말이면 하루종일 집에서 뒹구는 일만으로도 행복했던것 같은데
오늘 저녁 또 습관적으로 처방받은 약을 찾고 있던 내 모습이 갑자기 충격적으로 다가왔어요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아픔은 상상해본적도 없고
어떤 느낌인지 알 수도 없었는데
지금 정말 힘들어요
인원수가 많지만 그래도 같은 과라서 개강하면 아마 마주칠것 같아요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 처럼 밝게 웃으며 인사할 수 있을까요?
너무 너무 보고싶은데, 스쳐가는 얼굴이라도 보면 조금은 괜찮아질까요?
너무나 특별하고 소중한 사람에게
나는 그저 불편한 인사 정도 나누는
잊혀지는 사람이 된다는게
너무 서글퍼요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지는게 아니라 더 아파지고 있다는걸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지금까지 경험했던 상황과도 다르고, 혼자서 감당할 수 있는일이 아니라는것도 조금씩 느끼고 있어요
스스로의 상태가 너무 위태로운것 같아요
용기내서 병원에 한번 가보려고 해요
혹시 상담까지 함께 진행 해주는 부산에 괜찮은 정신과 병원 알고 계신분 있으면 도와주세요
기록에 남지 않으려면 비보험으로 진행해야한다고 알고 있어요 혹시 아시는분 있으시면 도와주세요
두서 없는 하소연이 많이 길었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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