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적 존재가 우주 만물을 만들었다’는 창조론과 ‘생물은 모두 변화하며 발달하고 있다’는 진화론. 이 두 학설은 인간의 기원에 대해 신의 창조와 진화라는 입장 차를 무려 150년 이상 좁히지 못하고 있다.
19세기, 찰스 다윈이 자연선택설을 근간으로 진화 사상을 담은 <종의 기원>을 출판하면서 창조론과 마찰이 시작됐다. 20세기 초반까지 창조론이 우세했으나 후반에 들어서면서 유럽과 미국 등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진화론을 교육시키기 시작했다. 철학연구회 장효숙 간사는 “종교가 힘을 잃고 신본주의가 무너지면서 과학의 시기가 도래했다”며 “동시에 인본주의가 주목받으면서 진화론이 힘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창조론자들은 과학과 창조론을 결합한 ‘과학적 창조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창조론의 개념은 창조이전 신의 이야기를 다룬 메소포타미아의 에누마 엘리쉬와 수메르의 에아 신화 등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스도교적인 입장에서는 유일신 하나님이 태초에 만물을 창조한 것을 이른다. 반면 다윈은 라마르크의 용불용설(사용하는 기관은 발달하고 사용하지 않는 기관은 퇴화된다는 학설)을 채용해 종의 기원을 적었다. 생존경쟁, 적자생존, 우승열패 등 사회사상에서도 다윈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사회학회 정성희 연구원은 “다윈의 주장은 사회다윈주의(사회진화)로 발전해 약육강식에 의한 식민정책을 합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오랜 논쟁의 역사만큼 창조론자들과 진화론자들의 견해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한국창조과학회 관계자는 “진화의 중간 단계인 연결고리 화석이 매우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진화론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국과학사학회 김연진 위원은 “거북이와 말의 생활환경은 다르지만 골격은 유사하다”며 “공동조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다윈의 진화론이 발표된 이후 찬반 세력은 기나긴 논쟁의 역사를 지나왔다. 이른바 ‘옥스퍼드 학회 논쟁’이라고 불리는 윌버포스 주교와 헉슬리의 대립은 유명한 사건 중 하나다.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 서용진 팀장은 “옥스퍼드 학회 논쟁에서 인간의 기원에 대해서도 진화론을 적용한 동물학자 헉슬리가 우위를 점하면서 진화론 보급이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창조론 대 진화론 논쟁에 빠지지 않는 또 다른 사건은 ‘스코프스 재판’이다. 1925년 미국 테네시주 데이턴의 공립학교 교수 스코프스는 진화론을 가르쳤다는 이유로 고발됐다. 한국실천신학회 조성도 간사는 “당시 미국 남부는 바이블 벨트라 불릴 정도로 프로테스탄트 정통주의를 신봉했다”며 “테네시주 의회는 성서에 나오는 천지창조설에 반하는 이론 교육을 금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스코프스는 100달러의 벌금형을 선고받았고 이 주법은 1967년까지 존재했다.
한편 우리나라 역시 창조론자들과 진화론자들의 논쟁으로 시끄럽다. 지난해 1월 교과서에서의 진화론 삭제’를 목표로 하는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이하 교진추)가 출범했다. 교진추 최민섭 교육부장은 “진화론은 과학적 가설”이라며 “학문 체계를 바로잡고 신앙적 갈등 해소를 위해서 교과서 개정운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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