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드는 사건이 있었다. 소위 ‘안철수 돌풍’이다. 올해 8월 이전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사퇴하는 바람에 갑자기 안철수 교수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었고, 여론조사 결과 지지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놀라운 것이었다.
그 동안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던 정치인들을 압도적 차이로 누르고 1위로 등극했다. 지난 9월 6일 불출마 선언을 하고 박원순 변호사를 지지한다는 발표를 하자 5% 정도에 머물던 박 변호사의 지지도는 순식간에 1위로 올라섰다. 차기 대통령 후보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해 오던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와도 우열을 가리기 힘든 승부로 예상되는 조사결과들이 속출하고 있다.
마음만 먹으면 서울시장이 될 수 있고 인기를 계속 유지하면 대통령도 될 수 있다. 서울시장과 대통령이라는 자리의 특성상 인기의 이면에는 리더십이 전제로 깔려있다. 그렇다면 안철수 교수의 리더십은 정말 대단해 보인다. 성공한 리더로 널리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임진왜란 당시 23전 23승으로 조선을 지켰던 이순신 장군, 그란마호를 타고 가서 쿠바혁명을 성공시킨 체게바라, 가난한 섬나라 싱가포르를 국가경쟁력 세계1위 국가로 만든 이광요 전 수상, 베트남 독립의 영웅 호치민의 리더십을 연상하게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성공한 변혁적 리더들이고 탁월한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것이다. 안철수 교수에게도 이러한 탁월한 리더십과 카라스마가 있다는 말인가? 입소문을 통해서 알려진 바에 의하면, 안 교수는 높은 도덕성, 솔선수범의 모범, 강한 신념과 자신감, 창의와 혁신성, 따뜻한 배려 등 리더로서 중요한 자질들을 갖추었다고 짐작된다. 그러나 행정의 최고책임자나 정치지도자로서 매력적 비전이나 발전 전략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더구나 직위에 필요한 전문적 능력도 입증되지 않았다. 아직은 안 교수의 카리스마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았고 변혁적 리더십도 검증되지 않은 단계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데 왜 안 교수는 검증되지 않은 부분까지 포함하여 과도한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일까? 김영삼 정부 초기 당시 김영삼 대통령에게 보여주었던 ‘환호’와 같은 ‘들뜬 기대’라고도 볼 수 있지만,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실망이 안겨 준 ‘반사적 이익’이 더 크다고 하겠다. 특히 기성 정치인에게 볼 수 없었던 안 교수의 장점들이 너무 크게 와 닿았던 것 같다. 부도덕하고 무능하면서 자기이익만 챙기려고 싸우는 정치권에 대한 누적되어 온 불만이 안철수라는 돌파구를 만나 화산폭발처럼 분출한 것이다. 정치권이 제대로 했더라면 ‘안철수 돌풍’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동안 한나라당은 집권여당으로 자만에 도취되어 있었고, 민주당은 제1야당으로 현실에 안주하고 있었다. 부산대학교는 지역의 최고 대학이고, 교수와 학생도 지역에서는 최고 수준이라 자부하고 있다. 자칫 자만과 매너리즘에 빠지다가 ‘안철수 돌풍’과 같은 복병을 만나면, 부산대학교 또한 오늘의 한나라당이나 민주당과 같은 가엾은 신세가 될 수 있다. 파도와 돌풍은 항상 오고 있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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