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통합. 요즘 이 단어가 너무 자주 들린다. 대한민국 우파의 남북 통일론 ‘흡수통합’, 우리학교 김인세 전 총장의 주장 부경대를 ‘흡수통합’에 이어 이번에는 해운대에서 이런 말이 들린다. 오는 29일에 개장될 영화의전당이 시네마테크 부산(이하 시네마테크)을 낼름, ‘흡수통합’ 한다고.
영화의전당은 부산국제영화제(이하 BIFF)를 세계 5대 영화제로 육성하고 아시아 영상산업 중심도시 기반 조성을 위해 건립된 영상복합 문화공간이다. 센텀시티 신세계백화점 부지 뒤에 5만4,335㎡의 넓은 공간에1,678.5억 원이나 들여 설립될 이 공간은 세계 최장 길이의 지붕에 LED조명을 설치해 세계인들의 이목을 끌 예정이다. 또한 연간 7,000회의 영화 상영과 2,000회의 이벤트가 이뤄지는 공간으로 사용될 터라 많은 영화인들의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제는 ‘영화도시 부산’이 아니라 ‘영화구역 센텀시티’라고 말해야 할 정도로 해운대 센텀시티에서 부산의 영화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BIFF의 발생지였던 남포동 상영관에서는 더 이상 BIFF 개봉작을 상영하지 않고 센텀시티 내에 위치한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영화의전당 내에서만 BIFF가 진행된다. 또한 독립영화 공간의 정수 시네마테크도 영화의전당 내로 옮겨질 예정이라 센텀시티의 위상은 과도하게 높아져 가고 있다.
최근 시네마테크 앞에서 열렸던 1인 시위도 이와 같은 문제의식의 연장 선상에서 지역 예술인들이 나선 것. 시네마테크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만큼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개발 논리에 의해 역사적 장소를 철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시네마테크 철거의 원인이 수영만 요트경기장 재개발사업으로 인해 해양 레져 시설들이 들어서기 때문이다. 이에 지역 주민들까지 시네마테크를 보존하자는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지난 1999년 8월에 태어난 시네마테크는 수영만 요트경기장에 터를 잡은 후 예술ㆍ독립영화 상영, 시민 영상 교육, 각종 영화 관련 자료 및 필름 보관 등 지역 독립영화 공간의 허브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 ‘능력 있고 착한’ 시네마테크가 지붕 대부분에 BIFF라는 글자를 적어놓은 영화의 전당에 들어서면 그 순기능이 온전히 보전될 수 있을까. 시네마테크 건물 및 기능의 역사성, 상징성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어진다. 혹 영화의전당에 편입돼도 시네마테크의 가치를 보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아직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지난 16일 부산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의 모임 ‘부산영화인연대’가 출범했다. 이 발대식에서 부산독립영화협회 김이석 대표가 <영화유산으로서 시네마테크 부산의 가치-부산의 극장환경을 중심으로>를 발제하고 참석자들과 함께 시네마테크 건물의 보전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부디 이들의 목소리로 부산 독립 영화의 보고 시네마테크가 제자리에서 자신의 빛나는 가치를 오롯이 풍겼으면 한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6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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