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십번은 자살충동 일어나던거 근근이 억제해오고
최근까지도 갑작스럽게 자살충동 계속 일어나는거 꾹꾹 눌러담고 살아온 사람으로서
그 글을 보고 들었던 생각 몇마디 남겨보고자 합니다.
사람이란게 다 달라요.
어떤 고통을 마주했을때 그걸 이겨내는 사람도 있고,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겨내는 사람은 새롭게 자기 갈 길을 살아나갈 것이고
이겨내지 못한 사람은 하루하루 죽지 못해 살아가거나, 혹은 스스로 목숨을 저버리기도 하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이겨내지 못하는 사람을 우리가 비난할 권리가 있을까요?
'그깟 고통 하나 이겨내지 못하는 바보같은 녀석'이라는 말. 과연 우리가 그렇게 말할 자격이 있을까요?
뭐 어떻게 말하면 그럴 권리나 자격, 사람이라면 다 있겠죠.
하지만 저는 정말 그렇게 못하겠습니다.
올해 2월 4일에 655박 656일의 군복무를 마치고 전역했습니다.
군복무를 하면서 딱 한 번을 빼고는 자살 생각 하지도 않은 채 꾹꾹 참고 전역했습니다.
군대에서 그렇게 자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도 참았습니다.
정해진 끝이 있는 군생활이 끝나면 그래도 행복한 날이 오겠지 하고 참았습니다.
군입대 전까지 자살 생각을 한 번도 안 한 것도 아니고, 수없이 많이 했고, 시도도 몇번 했는데
그래도 군복무하면서는 참았었습니다.
그런데 전역한 지 얼마 안 있어서 주위에서 일이 터졌습니다. 좀 심하게 터졌습니다.
그 때 처음으로 전역을 후회했습니다. 차라리 재입대해서 현실도피하고 싶기까지 하더군요.
(하지만 결국 그렇게는 못했습니다. 솔직히 군생활 잘하고 전역한 것도 아닌 터라...)
그리고 들었던 생각이 왜 죽지 못해서 살아있나 하는 거였습니다.
사람들을 바라보는 신뢰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심지어 내 가족조차 못 믿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살아있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몇번이고 자살충동이 확 일어났었죠.
그 상황에서 어떻게 어떻게 억제하고 계속 살았습니다.
사실 지금도 자살충동이 가끔씩 일어납니다. 기껏 억제하고 살아보려 하면 계속 일어납니다.
요새 저의 일상은 자살충동이 일어났다가 그걸 억제하고 또 다시 반복되는 일의 연속입니다.
저도 어떻게 보면 남들이 보기엔 아무렇지 않은 걸로 자살충동을 느끼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자살충동을 막 느끼고 힘들어할때 주위에서 많이 도움을 주기도 했고요.
그런데 고통을 받아들이는 자세는 사람마다 다르덥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람이 고통을 이겨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망정
그 사람이 고통을 이겨내지 못하는 걸 비난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제가 실제로도 그러고 있으니까요.
글이 좀 두서가 없었죠?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이겁니다.
제발 자살하고 싶다는 글 올리는 사람한테 막말하지 말자는 겁니다.
'자살하고 싶다...' 이런 식의 글을 올리는 분들의 진짜 의도는 '제발 날 좀 살려줘.'라고 생각합니다.
'살고싶은데 정말 앞날이 안보인다. 나는 정말 방법을 못찾겠는데, 제발 날 좀 도와달라...'라고...
저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그런 사람한테 막말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정말로 살고싶어서 발버둥치는 사람한테 막말을 해댄다면...
그게 바로 그 사람을 자살로 이끄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군생활에서 유일하게 자살 시도를 했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한번 해야겠네요.
막 병장 진급을 했을 때 2달 선임하고 싸웠었습니다.
그 선임하고는 예전부터 계속 트러블이 있던 사이였는데 그 때 제대로 터졌었죠.
그러고 나니까 도저히 살 마음이 안 생기더라고요(속사정은 좀 복잡합니다.)
그 때 처음으로 자살 시도를 했었습니다.
PP선 몇 가닥을 꼬아서 올가미를 만들고, 목에 걸어매고, 그걸 또 문고리에 걸었었죠.
그렇게 내가 목을 떨구기만 하면 목이 졸리는 거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렇게 해서 자살이 되긴 할까 싶을 정도로 어설펐는데 그 때는 정말 각오했던 거였고요.
그런데 그걸 1달 선임한테 들켰었습니다. 저한테 지금 뭐하냐고 하는겁니다.
아무 대답 못하고 가만 있는데 그 선임이 이러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라고.
이제 100일도 안 남았는데 이건 아니라고.
그 동안 500일 넘게 참아왔는데 이러면 안 되지 않냐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그 선임의 눈에는 눈물이 고여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마음을 고쳐먹었었습니다.
그 1달 선임하고도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에 싸운 적이 있는지라 사이가 안 좋았는데
그런 선임도 자살하려 한다니까 눈물을 보이더군요.
제발 죽지 말라고, 남은 시간 다 채우고 세상 밖으로 당당히 나가야 되지 않겠냐고 그러는데
도저히 죽을 수가 없덥니다.
결국 남은 시간 다 채우고 전역했죠.
(참고로 자살 시도를 했었던 그 날은 휴가 나가기 전날이었습니다.)
군대에서 자살 시도를 했던 그 순간, 제 앞에 눈물을 보이며 자살을 말리던 그 선임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쯤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겁니다.
이렇게 되고 나니까, 적어도 다른 사람이 자살하고 싶다는 말이 나오면
제발 그러지 말라고, 어떻게든 살아야 된다고, 그런 식으로 이야기하게 되더군요.
저를 살려냈던 그 선임이 했던 대로 말입니다.
정작 지금 이 순간에도 언제 자살충동이 일어날지 모르는 저인 걸 생각하면 우습지만요.
본래 이런 이야기 자유게시판에 쓰기는 참 어색한 이야기인데
하필 자유게시판에 글이 올라온 터라 저도 이렇게 자유게시판에 남겨봅니다.
그 글을 썼던 @미래인간 님... 부디 마음을 다잡고 살아나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