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안하게 되는 과정 - 남자 1학년

흐뭇한 궁궁이2016.09.24 02:00조회 수 5420추천 수 37댓글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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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다.

 

만화에서만 보던 캠퍼스 라이프가 나한테 펼쳐질것 같다.

 

아무래도 만화는 만화지만, 그래도 나한테 만큼은 핑크빛 앞날이 기다리고 있을것 같다.

 

물론 힘든일도 있겠지만, 다 겪는것 아니겠는가. 아무리 그래도 나만큼은 한군데서라도 부각을 보일것 같다.

 

아무 동아리에 들었다. 선배들을 만난다. 아무런 특색이 없는 회색인간 인것 같다. 그런데 어디든지 잘 어울린다.

 

예쁜 동기와 누나들이 보인다. 핑크빛이다. 사귈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벌써 머릿속에는 수많은 망상이 이어지고 앞에만 가도 떨린다.

 

하지만 그렇게 갈 용기는 나지 않는다. 만약에 나에게 먼저 다가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막상 다가기는 커녕 그쪽에서 말을 걸어도 어버버하고 세번 이상 대화를 진전시키기가 힘들다.

 

하지만 다가오면 나한테 관심있나? 생각하고 머릿속에선 온갖 상상을 핀다. 그리고 저 여자애는 내꺼다 다짐하기도 한다.

 

그렇게 첫번째 동아리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다. 속이 쓰리고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즐겁고 새로웠다.

 

그리고 다음주, 과생활을 한다. 동기놈들은 전부다 수업을 모르겠다고 한다.

 

기초중의 기초라 나도 사실 대충 이해는 가지만 어울리기 위해 나도 모르겠다고 한다.

 

아마도 나는 똑똑한 것이라. 그리고 점심 시간, 그 여자애에게 카톡을 보내본다. 수많은 고민끝에 떨리는 손으로 보낸다.

 

약속이 있다고 한다. 다음을 기약한다.

 

그렇게 천천히 시간이 흐르고 흘러 다음 동아리 모임에 간다.

 

첫 모임때와는 다른 조금 더 가라앉은 분위기. 서로 서로 친한애들끼리 얘기 하고 있다. 

 

나도 MT때 알던 애들이랑 얘기하지만, 마음은 그 여자애와 얘기하고 싶어 미칠 지경이다.

 

2차에서 드디어 그 여자애랑 같은 테이블이다. 두근두근 거린다. 다들 적당히 취기가 올라 분위기도 한껏 즐겁다.

 

술게임 도중 그 여자애가 남친이 있다는 말이 나온다.

 

허탈하다. 난 어장관리 당한것인가 하고도 생각 하고 마음속의 모든 달아오름이 순식간에 식는다.

 

진실된 즐거움은 사라지고 그저 힘빠진 웃음만 지으며 대화를 힘겹게 이어나간다.

 

나한테 친절했던것은 뭐지 하면서 생각하지만, 아직 나는 내가 특별하지 않을거란 생각은 버리지 못한다.

 

각인되어 있는 생각이다. 나한테 친절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친절하다는것을 알지 못한다.

 

그렇게 중간고사를 친다. 애들이 다 망했다고들 하지만 나는 그럭저럭 친것 같다.

 

연애는 상관없고 공부에 매진하기로 한다. 하지만 중간고사가 지나니 갑자기 수업내용이 급격히 어려워지게 된다.

 

과 아이들과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고, 도서관에서 휴대폰만 만지작 거리는 시간이 늘어난다.

 

지치기 시작한다. 그 무렵 동기애들이 여친이 생겼다는 소식이 하나 둘 들린다.

 

부럽다. 하지만 자신도 이번년에 생기겠지라고 어렴풋이 믿고있다.

 

그리고 중간고사부터 기말고사까지는 희미하게 지나간다.

 

입학부터 중간고사까지는 경계가 뚜렷했다면, 중간고사부터 기말고사까지는 안개처럼 흘러갔다.

 

그 중간에 나는 무엇을 한걸까, 뭔가에 발버둥 치지도 않고 발악한 적도 없으며 열정을 불태운 적도 없었다.

 

그저 흘러갈 뿐이었다.

 

그렇게 성적이 나오고, 정확히 중간정도인 성적.

 

인정하는 감도 있지만 당황스러운 감도 없진 않다.

 

그런 애매모호한 붕뜬 상태인채로 여름방학이 오고, 그저 그대로 안개처럼 흘러갈 뿐이다.

 

주변에서는 핑크빛 커플들이 지나가고, 봄은 안개애 가려진채로, 여름이어서 햇빛이 땅에 내려꽃는데,

 

바닷가에서는 비키니 입은 선남선녀들이, 계곡에는 다정한 가족들이,

 

TV에서는 펜션에 놀러가는 커플들, 연예인들이 우결같은 프로그램에 나오고,

 

나는 그저 집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다. 그저 집에 있다.

 

가끔씩 일탈을 해보기도 하지만, 내가 생각한게 아닌 다른 느낌, 

 

내 미래는 내가 막연하게 생각한 방향만 존재할뿐, 확실히는 보이지 않는다.

 

애초에 내가 목표한게 정확하지 않은데 보일게 있어야지

 

그렇게 2학기가 온다.

 

끝없는 여름방학도 사라지고, 그렇게 다시 수업을 나가게 된다.

 

많이 달라진 동기들, 안보이는 아이들도 몇명 있다. 서로 말이 많이 줄어들고,

 

몇몇은 체념한체로, 몇몇은 목표를 정한듯 눈빛이 형형하게, 몇몇은 핑크핑크한 아우라가 뿜어져 나오고,

 

나는 그저 시간과 계획이 흘러가는대로 강의실에 앉아있다.

 

마치 게임속의 유닛처럼 강의를 듣는다 -> 강의실에 앉아있다 와 같은 알고리즘 속에서

 

강의를 듣고 들으면서 노트에 칠판과 영사기가 비추는 내용을 그대로 적고있다.

 

2학기가 되니 상당히 가라앉은 분위기. 동아리모집을 다시하고 나의 동아리에도 새내기가 들어오지만

 

내가 무뎌진 걸까 아니면 사람들이 같이 무뎌진 걸까

 

1학기때의 강렬한 느낌은 온데 간데 없고, 시원해진 가을날씨 마냥 자신들의 목표에 좀더 집중하는 느낌이다.

 

서로서로 단단히 결속하며, 그렇게 동아리에서도 각자의 모임 비슷한게 생기기 시작하고,

 

커플들은 서로 단단히 들러붙으며, 신기하게도 새로운 연인의 탄생은 확연히 줄어든 분위기,

 

그속에 나도 있는것을 알고 있으며, 그렇게 시간에 모든걸 맡기고 중간고사까지 흘러가다가

 

기말고사를 치고, 그 뒤에 남은것은 평균인 성적과

 

어디에 특출나지도 않은, 흐릿한 꿈만 있는, 어떤 색깔인지도 모를 1학년 한명이 서있는것을 볼수 있다.

 

연인의 핑크빛도 아니고, 과탑같은 붉은 빛도 아니며, 힘들여 일해서 돈을 모으는 노란빛도 아니고

 

편안하게 쉬고있는 초록빛도 아니며, 그렇다고 고독속에서 조용히 참고있는 파랑도 아니다.

 

그렇게 겨울방학이 온다.

 

그렇게 나는 군대로 간다.

 

 

 

 

 

 

 

 

 

 

 

 

 

- 픽션이고 내 요즘 내 인생이 뭐같아서 끄적여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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