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 대학 관련하여 총장님께서 소집한 간담회에 다녀온 후 몇 가지 생각이 들어 부족한 실력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1. 투표가 시기상조라는 말씀
총장님께서는 간담회의 시작부터 끝까지 투표의 시기가 너무 이르다, 총학생회가 너무 성급하게 투표를 진행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학생들과의 토론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씀하시면서요. 하지만 일의 순서를 따져봅시다. 총장님께서는 학교의 구성원, 학교의 주인인 학생들과 조금의 대화도 없었던 상태에서 취임사에서 연합대학에 대해 이야기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말씀이 기사를 타고 나가는 등 공론화가 되었습니다. 전국 거점 국립대 총장 모임에 가셔서도 연합대학을 진행해보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어디에도 학생들과의 교류는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총학생회에서 내린 결정이 투표로써 학생들의 의견을 보여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투표를 진행하자고 결정내린 주체들은 우리의 손으로 직접 뽑은 학생대표들이었습니다.
총장님은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금의 투표, 또는 반대하는 학생들의 태도가 옳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간담회에서 당시 총장님이 나누어 주신 자료를 보면 여러 가지 시대 흐름이나 레짐 등을 언급하시면서 연합대학이 형성되어야하는 이유를 이야기하셨고, 또한 그 이후에는 A, B, C, D 대학과 가,나군 언급, 그리고 연합대학이 되었을 때의 각 대학의 구성까지 설명해두셨습니다. 자료를 보고 난 이후 이 정도 내용이라면 바로 실행하여도 될 정도의 구체적인 안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이 자료를 그대로 찬성 측의 자료로, 구체적인 안으로 낸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그러나 총장님께서는 끝까지 구체적인 안이 나오지 않았다고 총투표가 시기상조라는 이야기만 하셨습니다. 이는 추후에 생길 일들에 대한 책임회피성 발언이라고 밖에는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2. 학생들과의 소통
간담회는 분명 학생들과 소통하기 위한 의도로 마련한 자리일 것입니다. 그러나 총장님은 학생들이 그 어떤 질문을 하든지 ‘총투표 진행이 시기상조다’ 라는 말씀만을 하셨습니다. 또한 연합대학에 대한 질문을 하는 학생들에게는 왜 그런 생각만 하느냐, 아직 아무 안도 없다라고 말씀하시며 질문에 대한 적절한 대답을 피하시는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또한 학생의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겠다는 말씀을 누차 반복하셨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총장님께서 하신 말씀에는 ‘학생들만이 구성원이 아니지 않냐’, ‘학생들이 반대한다고 해서 총장이 사업을 진행 못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라는 말씀들을 하셨습니다. 한 학우가 그렇다면 학생들의 의견을 어떻게 존중해 주실 것이냐는 질문을 했지만 총장님께서는 이전에 했던 말씀들만을 반복하셨습니다. 이외의 질문들에서도 총장님은 제대로 된 대답은 해주시지 않고 회피성 발언들만을 하셨습니다. 끊임없이 대화와 소통을 언급하면서도 본인의 생각을 전혀 굽히지 않고 같은 말만 반복하는 총장님의 모습에서 진정한 소통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3. 무엇이 중요한가
연합대학에 학생들이 가장 많이 반대하는 이유가 정부의 잘못된 국립대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립대는 말 그대로 국가에서 책임을 지고 국민들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위해 세워진 교육기관입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는 서울 소재의 사립대학교에는 엄청난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는 반면에 국립대에는 사립대와 비교하여 터무니없이 적은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국립대는 사업을 통해 국가에서 돈을 따와야 되는 기관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먼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아야하는 기관입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지금 이 작은 파이를 어떻게 쪼개 먹을 것인가가 아니라 이 파이를 어떻게 늘릴 것인가에 관한 것입니다. 이에 관해 총학생회와 학생들은 총장님께 힘을 합쳐 정부의 재정 지원을 늘리는 것에 힘써 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그러나 총장님께서는 ‘그래서 내가 지금 연합대학을 해서 지원을 받아오려 하는 것이 아니냐’, ‘정부에 더 이상의 것들은 바라기 힘들다.’라는 말씀만을 하시며 정작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계신 듯 했습니다. 또한 재정적 문제 때문에 연합대학을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면서도 연합대학의 장점에서 10년에 1조원이라는 재정적 지원을 이야기 하는 총장님의 태도에서 굉장한 모순을 느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에서 저는 총장님의 말씀들에 대한 신뢰를 잃었습니다. 정말로 학생들과의 소통을 통해 부산대학교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고 싶은 게 맞으신가 하는 의문까지 들었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된 소통 없이 사업을 진행하려고 하는 총장님을 조용히 따라가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오히려 총장님이 말씀하시는 연합대학 사업의 진행이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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