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빛 벛꽃은 무엇이 그리 급한지 이파리보다 먼저 터져나오고
햇빛은 항상 그자리에 있건만 더욱 진득해지고
연인들은 바깥에서도 자신의 살갗을 서로 맞대고
새로온 앳된얼굴들을 보며 내가 저랬었나 하며
또다시 반복되는 일상에 놀라움과 염증을 같이 느끼기 시작할때
새로운 1년이 시작된다는 것은 또다시 시험과 기다림의 연속일 것이다.
거의 모든것은 내가 1학년 때와 똑같았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미래가 빛나지 않음을 알기에 기다림은 더욱 쉬워졌고
옛날엔 저 높이 빛나는 높은곳만 멀찍이 바라보며 갔다면
하늘 본지 오래된 나로서는 앞과 바닥을 보는게 편하다.
노력없는 기대는 헛된것을 너무나 잘 알고있다.
바라보는 것에 어떠한 노력을 해야할지 깨달았으며
그건 결코 쉽지 않을것임도 알고 있고
본능보단 미래에 충실해지기 시작한다.
나한테 친절한 사람은 누구에게나 친절하며
모두가 모든것을 원하고
내가 원하는 것은 다른 사람도 원하며
내가 원치 않는것은 다른 사람도 원치 않는것을 알기에
예전의 목적없는 흘러감에서 흘러감 그 다음을 생각하기 시작하고
아까보다 편한 지금 보다는 지금보다 나은 내일을 소망하기 시작한다.
모두가 모든것을 원하는 사이에서 사랑이란 그리 쉬운것이 아니기를 깨달은 나는
누군가에게 흠모 받아본적이 기억도 나지 않아서 누군가를 사랑할 방법을 모른다.
미지의 영역에서 발버둥 치기 보다는
내가 두발 딛고 있는 책 위에 달리는게 훨씬 편하다.
지금도 수많은 연인이 이어지고 사라지며
사랑과 정사에 환상은 사라졌고
눈앞에 숙제가 또렷이 보이기 시작한다.
복학생 선배가 되니 기다림이 덕목이더라.
기대를 하지않기에 인내가 편하고 도전은 힘들어 졌다.
다시 만난 동기들과는 2년의 벽은 너무나 컸으며
내 또래 여자애들은 거침없이 사회로 달려나가고
나는 나 홀로 덩그러니 강의실에 던져놓은 짐짝마냥 있더라
그런데 둘러보니 그 짐짝이 한두개가 아니다.
고독이 익숙해 지기 시작하고, 내 앞날이 또렷해지기 시작할때
그곳에 사랑은 없고 번식의 잔재만 남아있었다.
함부로 나아갔다는 지질하게 발버둥치는 나를 볼까 겁난다.
과소평가보다는 과대평가가 낫다고, 말수를 아끼고 주변에 조용히 동화되어 간다.
점점 회색 인간이 되어간다. 선배들도 다 이런 과정을 겪었을까.
수많은 대외활동과 동아리를 해보아도, 전부 껍데기 뿐이다.
애초에 나는 무엇을 바라고 달리지는 모른채로 껍데기를 태워가며 나를 단련시킨다.
그 속에서 수많은 헛된 기대를 만나며 기대의 무너짐에 따라 나는 단단해진다.
연성과 취성은 반비례 한다고 했던가, 헛된 기대가 다가올수록 아무 느낌도 안나는 것에
그 한번한번이 오히려 위태위태함을 슬그머니 느끼기 시작한다.
그렇게 여름방학은 무엇인가를 하지만 뭔지 모르면서 지나가고
그렇게 또다시 학교에서 냄새나는 은행이 떨어지기 시작하며
나는 식사보다는 섭취를 위해 학식 혹은 싼 밥집을 찾아다니고
누군가와 얽매이기 보다는 나 혼자 떨어져 나가면서
그저 스케쥴에 충실하고 학생의 본분에 전념하기 시작한다.
술은 더이상 씁쓸하지 않지만 즐겁지도 않다.
스케쥴은 시간과 함께 어김없이 다가오고, 나는 나에게 베풀 자비는 있지만 시간에 베풀 자비는 없었다.
그렇게 시간과 걷기는 커녕 이번에도 쫒기기 시작하고
그곳에는 두근거림은 없었다.
그렇게 나무는 이파리를 벗고 사람들은 살갖을 꽁꽁 감추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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