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대학 총투표 이후..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열린다.
한동안 학교 안이 연합대학으로 어수선했다. 총장은 연합대학을 추진하려했고, 이 과정에서 많은 학우들의 의견이 오고가는 모습을 봤다. 나는 여러 과정과 의견들을 들어봤을 때, 현재 추진하려는 연합대학은 반대하는 게 맞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압도적인 반대로 끝이 났다. 그런데 나는 성취감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주변에 학교 친구들에게 연합대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것저것 물어봤을 때 생각보다 관심도 없고, 잘 모르는 학생들이 많았다. 심지어 총투표가 실시되고 있을 때도 학교 안은 왠지 모르게 너무 썰렁해 보였다.
우리학교의 미래가 걸려있는 문제인데
무엇이 문제였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이렇게 평가한다.
대학도 조직의 하나이다. 조직의 발전과 전망을 바로 세우려고 한다면 구성원들을 통한 평가와 전망을 토론하는 자리가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연합대학은 갑자기 언론을 통해 공개되어 당혹감을 주었고, 이후에 총투표까지 과정에서도 우리들은 찬성이냐 반대냐 선택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거창한 비전을 논하기 전에, 무엇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학내 절대 다수 구성원인 우리 대학생들이 우리가 다니고 있는 대학에 대해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기본적으로 필요하다. 지금 대학을 다니면서 질적 만족을 느끼는 학우들이 얼마나 있을까? 大學 없는 대학에서 왜 대학을 다녀야 하는지 한번이라도 묻지 않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원래 이런 거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런 현실에 무뎌지는 나의 모습을 보며 더 슬펐던 적이 어디 한 두 번이었던가! 하지만 놓여있는 현실을 그저 받아들이는 것 밖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심지어 우리가 낸 돈으로 운영되는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제라도 정말 제대로 된 학교 평가와 비전을 구상하고자 한다면 평가의 주체를 대학생을 중심으로 두고 교수와 교직원들이 상호 협력해야 할 것이다.
총투표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긍정적인 측면이 많았다. 현재 추진 중인 연합대학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반감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 부산대 학우들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대학발전협의체’를 통해 학생발언권이 생겼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즘 우리 세대를 지칭해서 자기 일만 생각한다는 일반적인 견해가 아님을 보여주는 고무적인 결과였다.
아쉬운 점은 투표 외에는 의견이나 생각을 학우로서 제시하거나 논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협소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보니 보이는 성과에 비해 공동의 성취감은 적은 총투표가 아니었나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움직이지 아니하므로 꽃이 좋고 열매도 열린다.
경제적으로 어렵고 인구 연령층의 변화, 그리고 세계 정치·경제의 변화들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전망이 어두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이럴 때 일수록 어느 누구의 힘을 빌려서가 아닌 우리 스스로의 길을 찾아나서야 된다. 그리고 이 길은 다소 느리고 조금은 서툴러도 많은 사람들과 마음을 모으고 함께 큰 그림을 그려나가는 과정이 되어야한다. 어느 사회든 위기를 극복한 결정적 힘은 집단 지성과 실천이 발현되었을 때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대학발전협의체’에 기대를 해본다. 현재 공개된 내용으로는 실효성이 구체적으로 확인이 되지는 않지만, 앞으로 국립 부산대의 진정한 비전을 모색하고 실천으로 이어지는 협의체가 되길 기대해본다.
부족한 글이지만 함께 생각을 나누고 싶어 글을 써보았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질학과 13 김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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