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ologue
길을 걷다보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어디인지 목적지를 향해 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언제나 그런 나를 알아 체는 곳은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릴 때이다.
나의 발끝이 보도블록 위에 멈춰진다.
시선을 조금씩 올리면 하얀 횡단보도의 라인이 서서히 늘어난다.
어느새 나의 시선은 맞은편에 서 있는 사람의 발끝에 멈춘다.
사람이 붐비는 거리라 그런지 건너편에도 사람이 많다.
그리 관심을 가지지 않고 한 명 한 명 스쳐 지나가는 시선이 곧 고정된다.
누구를 찾은 것도 아닌데 잠시지만 이상하리만큼 오래 머문다.
하지만 이내 시선은 바뀐 신호를 인지한다.
규칙적인 하얀 선들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다.
선을 하나씩 넘다보면 나의 몸은 앞으로 나아간다.
나의 귓전을 스치는 바람,
마주 보며 오는 사람들이 어느 순간 나의 곁을 스쳐 각자 갈 길을 바쁘게 간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어디로 가야할지 생각해본다.
왜 이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는지...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나의 걸음은 맞은편을 향한다.
지금 내 곁을 스쳐 가는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순간 온몸이 떨리도록 소름이 돋는다.
뭐지?
라고 아무생각 없이 멈춰 뒤를 돌아본다.
횡단보도 가운데 서있는 나...
그리고 자기와 상관없다는 듯 흘겨보고 지나가는 사람들...
나의 눈에 특별히 잡히는 것들이 없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본다.
비는 오지 않지만 연한 회색 구름이 시선에 넓게 퍼져있다.
밝다?
해가 보이지 않지만...
날은 흐리지만...
주변이 밝다.
다시 걷기 시작한다.
횡단보도를 건너서서 맞은편...
아까 내가 서있던 곳을 본다.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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