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국선언문 발표에 부쳐]
안녕하세요. 연세대학교 제53대 총학생회장 박혜수입니다. 여러분의 의견을 들었습니다. 누군가는 행동하는 것에 반대의견을, 또 누군가는 찬성의견을 밝혀주셨습니다. 충분치 않은 시간 동안 명확하지 않은 주제로 온라인이라는 일방향적인 소통 공간에서 의견을 들은 것에 많은 아쉬움을 느낍니다. 충분치 않은 소통임을 인정합니다. 이러한 비판을 해주신 여러분의 의견에 공감하며 반성하였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여러분께 약속드렸습니다. 총학생회가 사회적 사안에 중운위를 비롯한 어떠한 의견수렴의 절차도 거치지 않고 독단으로 입장을 밝힌다면 여러분을 주체로서 담아내지 못할 것입니다. 총학생회는 여러분으로부터 양도받은 권리를 바탕으로 목소리를 가지지만 여러분과 지속해서 소통할 때에 그 정당성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희는 총학생회의 방향에 여러분의 목소리를 꼭 반영하겠다고 약속드렸고 지금까지 원칙으로써 지켜왔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매번 늦었습니다. 사회적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시의성을 놓쳤고 그사이 타 대학의 성명들은 줄줄이 발표되었습니다. 매번 긴급하게 중앙운영위원회를 개회하기는 쉽지 않았고 이번에도 늦고야 말았습니다. 결국, 많은 분께서 저희의 대응에 아쉬움을 느끼셨습니다. 중운위를 신속히 개회하지 못한 것은 의장인 저의 책임이며 잘못입니다. 이를 사과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약속을 저버릴 수 없습니다. 저희를 믿고 투표해주신 여러분의 지지 덕분에 이 자리에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약속과 원칙을 저버린 총학생회가 어떻게 부정을 저질러 국민을 배신한 현 정권을 규탄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기에 저희는 이번에도 독단으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라는 이름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늘, 제53대 총학생회 중앙운영위원회는 이 사태를 끝까지 예의주시하고 행동할 것을 만장일치로 의결하였습니다. 그 행동의 ‘시작’으로 ‘연세대학교 총학생회’ 시국선언문을 발표합니다. ‘비선실세’라는 헌정·법치국가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이로 인해 우리 선배님들께서 희생으로 쌓은 민주주의가 붕괴하였고 국민에겐 분노와 절망마저 느끼게 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이어온 연세인으로서 우리는 작금의 불법과 부당함에 떳떳하게 맞서야 할 것입니다.
반대의 의사를 밝혀주신 연세인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여러분의 의사를 반하였다는 책임은 저희의 발걸음을 더욱 무겁게 합니다. 송구스럽습니다만 여러분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판단의 배경과 맥락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내일 오전 10시부터 학생회관 앞에 부스를 세워 기다리겠습니다. 쓰게 비판해주십시오. 이를 겸허한 마음으로 꼭 기억하겠습니다.
더하여 연세의 각지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총학생회는 회칙과 세칙에 따라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총학생회는 개인 또는 단체의 자유로운 의사를 제한할 수 없습니다. 이를 존중하고 토론을 통해 합의를 이끄는 장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다양하게 의견을 개진해 주십시오. 우리는 소통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함께합시다. 이 사태는 단기간에 반짝하고 사라져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우리의 모든 삶에 관련된 일이며 우리의 주권이 부정당한 일입니다.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총학생회는 학내 대의기구지만 여러분의 모든 정치적 결정권까지 위임받은 기구는 아닙니다. 그러니 부디 여러분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십시오. 저희는 분노와 절망으로 가득한 그 수많은 목소리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그 중심에 서겠습니다.
연세대학교 제53대 총학생회장 박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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