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부산대학교 총학생회 산하기구 복지위원회에서 약 1년 반의 기간동안 활동했던 15학번 학생입니다. 작년 4월부터 올해 10월 말까지 복지위원회 소속이었고 올해는 기획국장의 직책을 맡아 한가위 귀향버스, 예비군 버스, 책벼룩시장 등의 사업을 진행했습니다. 이를 먼저 밝히는 이유는 아무것도 모른 채 단순히 반감만 가진 사람이 지레짐작하는 것이 아닌 실제 학생회 활동을 짧지 않은 기간동안 했었던 내부자의 입장에서 느낀 점을 말씀드리고자 함입니다.
처음 들어가게 된 계기는 학생회 새내기 모집 플랑을 보고나서였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새내기일때의 총학생회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으로 학생회에 들어갔습니다. 학생회 새내기는 모두 복지위원회 소속이었고 저도 복지위원회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조금씩 이상한 낌새를 느꼈습니다. 복지위원회를 담당하던 총학생회 선배가 복지위원회 회의시간에 교양을 한다며 가져온 자료는 하나같이 정치적인 내용 일색이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회의마다 그러한 자료를 보여주기를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함께 실천을 하자고 했습니다. 저는 총학생회가 이런 곳인지도 몰랐고 나서서 활동하는 것을 꺼렸으나 만날 때마나 그런 이야기는 반복되었고 점점 복지위원회실을 가는 것이 꺼려졌습니다. 그러다가 2학기 선거홍보시즌이 되고 총학생회에서 정치활동하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해단으로 빠졌을때부터 복지위원회실에 자주 방문했고 남아있는 친구와 뜻을 모으면서 2학년에도 복지위원회를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정해단에 관해서는 아래에 따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복지위원회에 남은 것은 ‘올해는 더 낫겠지’하는 막연한 기대감과 ‘내가 선배니까 내가 잘하면 되겠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복지위원회에 저처럼 정치활동이 아닌 학생복지만 하고 싶어하는 새내기들이 들어왔을 때 그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었고 조금씩 그런 사람들이 많아지면 복지위원회가 정치활동을 하지 않고 학생복지에 뜻 있는 사람들만 모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실패했습니다. 결국 이 시점에서 남은 새내기는 지금 정해단을 하느라 사퇴한 두 명이 전부입니다. 다른 새내기들은 각자의 이유로 복지위원회를 떠났으나 선배가 정치적인 활동에 참여할 것을 묻는 상황과 마이피누나 과선배들이 말하는 정치하는 총학에 대한 반감으로 인한 것도 컸다고 확실하게 얘기하고 고민을 털어놓은 새내기만 세명이었습니다. 저 또한 현재는 사퇴한 상황입니다. 남은 복지위원회 사람들이 연합대학반대실천을 하고 시국선언을 하느라 바쁜 동안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결국 1년동안 나름 노력한다고 했지만 바뀐 것은 하나도 없었습니다. 총학생회의 활동을 싫어하는 아이들은 모두 떠났고 남은 아이들은 모두 총학생회 활동을 하느라 바쁜 상황이 똑같이 반복되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에 너무 회의감이 들어 사퇴를 결심했고 10월 말에 사퇴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잘못한 거 많습니다. 새내기들을 제가 더 잘 챙겼더라면 남아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자주 오는 친한 사람만 챙기고 제가 똑같이 겪은 그 아이들의 고민을 전혀 헤아려 주지 못했습니다. 기획국장으로서 남은 직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사퇴해 공백을 만들었습니다. 다만 1번 선본이 당선되어 내년에도 총학생회를 하게 된다면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리라 생각해 이를 막고자 글을 올리는 것입니다. 현재 복지위원회에는 단 2명의 인원만 남아있습니다. 12명의 인원으로 시작해 7명의 새내기 중 2명이 남고 5명의 선배 중 3명이 남았습니다. 그리고 새내기 두 명과 복지위원장은 정해단을 하기 위해 복지위원회를 사퇴하고 1번 선본을 돕는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저는 사퇴했지만 학우분의 택배수령이나 우산대여등의 일을 진행할 사람이 필요해 간간이 복지위원회실에 들르는 실정입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리지만 사퇴한 저에게도 잘못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큼이나 복지위원장과 복지위원 2명이 한 선본의 당선을 위해 복지위원회를 사퇴하고 선거운동에 전념하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부디 내년에는 정치활동에 휩쓸리지 않고 복지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복지위원회를 만들어주세요. 복지위원회를 꾸리고 정치활동에 관심없는 후배들도 챙겨줄 총학생회를 뽑아주세요.
그들은 마이피누내에서 항상 존재해왔던 총학생회를 향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일부’로 취급합니다. ‘모두가 아니라 소수가 그런 것이다, 투표율이 우리학교 학생들의 의견을 보여주고 있지 않느냐‘라고 말입니다. 저는 반박할 수가 없었습니다. 세습을 이어오던 작년 선본은 75%가 넘는 찬성표를 받고 당선되었기 때문입니다. 학내여론을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투표라 생각했기에 저는 입다물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한 때 함께 했었던 16학번 새내기의 글을 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제 자신을 반성해 이렇게 글을 올립니다. 저는 아직도 제 생각이 학우 여러분 대다수의 생각과 같은지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기회가 찾아왔기에 이렇게 각오하고 말씀 드립니다. 선거를 통해 학우들의 생각을 보여줍시다. 우리의 한 표는 작은 표도 아니고, 의미없는 표도 아닙니다.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학우들에게 주어진 최대의 권리입니다. 부디 이러한 학교의 현실을 바꾸고 싶다면 투표해주세요. 주변사람들에게 알려주세요. 친구에게 이 글을 보여주세요. 그렇게 해야만 변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손으로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다같이 동참해주세요.
추가.
얼마전 대나무숲에 올라온 1번 정후보님의 글 잘 읽어보았습니다. 기존 총학에 문제를 느끼고 바꾸겠다 하셨으면 기존 총학과 함께 하던 사람들과도 등지고 새로 선본을 꾸리고 다른 사람들을 모으셨어야죠. 정말 가슴에 손을 얹고 선본원들이 함께 정치적 활동을 같이 하던 사람들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으신가요? 그럼 정후보님 부후보님이 직접 뜻을 함께할 사람들을 새로 다 모으신 거죠? 그게 확실한거죠? 적어도 제가 아는 바로는 사드배치 반대 내일로를 함께 갔다 온 사람들이 네 명은 되네요. 최소한.
정해단?
선거철이 되면 함께 정치활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이 모여 정해단을 꾸립니다. 정해단은 정책해설단의 줄임말로 1번 후보의 선본원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말입니다. 기존에 함께 정치활동을 하던 사람들 중 대부분이 다음 후보의 정해단으로 들어갑니다. 그런 식으로 학생회는 기존의 세력을 유지합니다. 논란이 있었던 ‘내정자’라는 말은 쉽게 말해 후보가 출마를 결심하고 나서 자신을 도와줄 사람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총학생회와 함께 정치적인 활동을 해온 세력들이 그들 내부에서 다음 후보로 누가 나올지 결정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저는 정해단이 아니고 그런활동에 깊숙이 관여하지 않아 확실히 그렇게 정해졌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내정자 여부는 몰라도 이번 선본에도 같이 정치활동하던 사람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새내기에게 강요하고 세뇌한다?
강요는 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강요는 하지 않아요. 다만 정의감과 죄책감을 들게해 함께 하게끔 만드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죠. 새내기가 처음 왔을 때 하는 교양은 아주 보편적인 문제를 다룹니다. 세월호나 위안부할머님들에 관련된 문제등이 그 예입니다. 올해는 한일합의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했습니다. ‘위안부할머님들이 원하시지도 않은 내용이 정부의 멋대로 합의되었다. 이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새내기들에게 ‘우리는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이고 너도 함께 하지 않겠느냐?’ 하는거죠. 정의감에 불타는 새내기는 좋은 일이니까 함께하는 것이고 함께하지 않는 새내기는 ‘나는 사회문제를 등한시하고 남의 고통을 못 본 척하는 인간인가’ 라는 죄책감이 드는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죄책감이 많은분들로 하여금 학생회의 정치활동을 비판하는데 막연한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이니까요. 실제로 저도 한동안 ‘우리가 하는 일은 좋은 일인데 왜 학우들이 반대하시지?’ 라는 고민에 빠져 학생회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고민했었습니다.
정치하는 학생회는 문제인가?
- 여기서부터는 철저히 저의 개인생각입니다 -
제가 고민 끝에 얻은 결론은 ‘지금의 학생회는 문제가 있다’입니다. 학생회의 구성원들 대부분은 정의감을 원동력으로 활동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옳은 일이라고 생각하는거죠. 학우들이 반대하고 비판하는 이유는 ‘아직 우리가 하는 활동을 잘 몰라서 그런 것이다‘,’실제로 만나보면 다 이해하고 응원해주시더라‘라고 얘기합니다. 물론 눈앞에서 세월호, 위안부 이야기를 한다면 그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마음 아픈 현실이고 등한시해서는 안되니까요. 하지만 지금 학생회의 가장 치명적인 문제점은 그 활동들을 멋대로 정하고 행동한다는 겁니다. 그 기준은 확실히 정치적이죠. 방향이 잘못되었습니다. 학우들사이에서 얘기가 나왔을 때 이를 수렴하고 활동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을 시작하고 나서 반감을 가진 학우들을 설득하려고 하는 거죠.정치적인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그 활동이 학우분들의 공감을 얻을만한 내용이면 조용히 넘어가는 거고 너무 나갔다 싶으면 역풍맞는겁니다. 학생회가 정치활동하고 학우분이 비판하실때마다 하는 말이 ’사회의 일부로서 학생들이 나서야 할 일이라고 생각해 나섰다‘라고 하는데 그 기준은 학생들의 의견이 아닌 본인들의 기준입니다.
p.s. 지금쯤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고계실 그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입니다.
옆에서 1년 반을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당신들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믿기 힘들겠지만 저도 당신들과 비슷한 이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앞에 나서고 싶지는 않은 겁쟁이일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존경스럽습니다. 스스로를 희생해가며 집회에 참가하고 서명을 받고 강의실에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저는 할 수 없는 일이거든요. 다만 제가 바라는 학생회, 제가 바라는 복지위원회는 설사 정치적 이념이 다르다 하더라도 소외받는 일이 없는 곳입니다. 먼저 결정하고 학우들을 설득시키는 곳이 아닌 학우들과 의논하고 결정하는 곳입니다. 당신들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학생회를 맡기에 좋은 사람들은 아닙니다. 총학생회가 아니여도 얼마든지 지금과 같은 활동을 할 수 있으니 그만 자리를 내려놓으시고 누구에게도 욕먹지 말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시길 바랍니다. 저를 많이 미워하시겠지만 일년 반 동안 제가 그곳에서 느꼈을 소외감과 박탈감을 조금은 이해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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