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入夏 Part II
결심을 굳혔다.
아무 일도 아닌 것으로 그녀에게 화를 내는 내 모습을 발견한 그때...
나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겠다 다짐했는데...
더 이상 그녀를 웃게 할 자신이 없었다.
그녀의 아르바이트가 끝날 때까지 입구에서 기다렸다.
연락은 하지 않았다.
인기척이 났다.
“오빠... 뭐해 여기서... 전화하지...”
“아냐... 집에 갈꺼지? 데려다 줄게...”
“응...”
한동안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않았던 그녀와 나...
조금 어색했다.
그녀가 탈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가 조심스레 다가와 팔짱을 낀다.
나 아직도 이 여자를 사랑하는데...
이렇게 사랑스러운 여자를 어떻게...
눈물이 나오려고 한다.
아니야...
더 행복할 수 있는 그녀를 나로 인해 잡아 놓아선 안 돼...
내가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은...
어느새 버스가 도착했지만 난 타지 못했다.
그녀도 옆에서 아무 말이 없다.
다음 버스도...
그 다음 버스도...
우리는 말없이 그냥 서서 보내야 했다.
그녀도 알고 있을까?
오늘 내가 그녀와 헤어지자고 말 할 거란 걸...
결국 막차가 왔고...
“오빠... 저게 막차인 것 같은데...”
라는 그녀에 말에 어쩔 수 없이 버스에 올랐다.
한동안 말은 없었지만...
내가 몸을 떨고 있었는지...
아님 내 마음속 떨림이 그녀에게 느껴졌는지...
그녀가 내 손을 꼭 잡아온다.
그런 그녀를 쳐다보았을 때...
그녀의 행복한 모습...
내 팔을 꼭 감싸 안고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댄 체 행복해 하는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 아래로 떠나버린 눈물을 붙잡을 수 없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전혀 모르는 그녀...
단지 한동안 소원했던 우리의 관계가 내가 다시 그녀 앞에 나타남으로써 다시 가까워진 거라 믿어버리고 안심하는 그녀...
내 안의 떨림이 나의 어깨까지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게 하고
내 눈으로부터 흘러내리는 더러운 욕심을 막지 못하게 하자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의아해한다.
“미안해...”
이 말 이외는 생각나지 않는다.
“왜 그래?”
그녀가 놀라서 나를 쳐다본다.
“미안해... 미안해...”
나의 죄악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 날 보며 그녀는 측은한 표정을 지었고...
내 눈물을 닦아주면서
“괜찮아... 이제부터 잘하면 되지...”
라고 날 다독거렸다.
하지만 이 말은 내 마음을 더욱 자극하였고
더 이상 감정을 절제할 수 없어 그저 눈물만 한없이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내가 한동안 그녀를 멀리한 것에 미안하다는 줄 아는 것 같았다.
이게 아닌데...
“너... 나 없이도 행복해야해...”
그녀를 쳐다보지도 못한 체 자그마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무슨...말이야?”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그게 무슨 말이냐고!”
다그치듯이 나에게 묻는 그녀를
그녀는 이제야 알아차린 듯 벌떡 일어서서 내가 사주었던 핸드폰을 챙기더니 나에게 던지듯이 건넸다.
“그런 거였어? 이런 거 이제 필요 없어.”
“이러지마...”
그녀의 손에 다시 핸드폰을 쥐어주고 난 그녀와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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