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 때가 있다. 물론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없을 때 움츠러들기도 하지만 대부분이 타인에 의해 내가 장애가 있음을 인식할 때 더욱 내 자신이 작아짐을 느낀다. 주변 사람들이 나의 발전가능성을 무시해버리고 자신의 잣대로 나를 평가하며 내가 할 수 있는 기량을 “네가 어떻게 할 수 있겠어”라는 말로 막아버린다. 이에 대처하는 내 행동은 두 가지이다. 더욱 노력해 내가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과 그들의 말에 기가 죽는 것이다. 나는 전자를 주로 택하지만 어떤 때는 나도 원치 않지만 후자를 택할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편견은 아직 사라지지 않은 것 같다.
내가 겪은 이야기 하나를 해보고자 한다. 어느 날 장애인 택시 ‘두리발’을 이용했다. 두리발 기사님들은 많지 않아서 나는 기사님들 얼굴을 안다. 하지만 많은 손님들을 태우셔서 그런지 기사님은 나를 알아보지 못하셨다. 기사님은 어느 빌딩 앞에서 차를 탄 나를 보고 “아가씨, 이 회사 직원이에요?”라고 물으셨다. 내가 아니라고 말하자 기사님의 다음 말은 나를 약간 불편하게 만들었다. “우리 장애인 택시회사가 작아서 직원은 몇 명 안 되지만 거기서 전화 받는 일을 해볼래?”. 물론 기사님이 다른 의도로 말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안다. 그리고 내가 콜센터에서 전화 받는 직업이 안 좋다고 여기는 것도 아니다. 내가 기분이 언짢았던 이유는 그 분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나 좋아하는 일을 물어보기에 앞서 나의 활동과 가능한 능력치를 스스로 제한해 버린 것이다. 휠체어를 타고 있으니 움직이지 못할 것이고, 대학도 안 나왔을 것이며, 일반 회사에서도 받아 주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셨던 것 같다.
나는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을 힘들어 하는 성격이라 아무런 도전이나 결과물 없이 1학년을 보냈다. 손이 부자연스러워 컴퓨터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힘들다고 생각했으며 운전면허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취득해야지’라고 생각한지 어언 1년째이다. 하지만 이 모든 생각들이 과연 그 기사님과 무엇이 다른가? 나 자신조차도 내 능력을 무의식적으로 제한하고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한 이후 나는 두 가지를 깨달았다. 나의 우려는 괜한 것이었다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생각에 앞선 도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그리고 미래의 위치에 만족하려면 장애 학생들은 특히 무언가에 도전해야 한다. 다른 이들에게는 아주 작은 일이지만 나에게는 그 작은 일들이 모여 ‘나’라는 사람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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