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회의 진리관 매점 철거는 재고해야 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대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본인을 드러낼 용기가 부족하여 부득이하게 소속과 이름을 밝히지 않는 점을 양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13일 부대신문에서 <진리관 매점 철거에 좁혀지지 않는 이해관계>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습니다. 기사의 내용은 진리관 매점이 철거되는 데 진리관 매점 주인과 대학생활원 간의 갈등을 다룬 것이었습니다.
기사에서 진리관 매점 주인 아주머니는 매점이 철거될 경우 자신이 겪을 생계 어려움을 호소했고, 대학생활원은 택배저장 공간과 경비원 휴식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진리관 매점 철거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런데 기사에서는 다루어지지 않은 부분이 있습니다. 아마 사실관계의 확인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혹은 사실관계의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기사에 다루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릴 내용은 대학생활원 원생회 소속 원생원의 행동에 대한 해명 요구와 진리관 매점 철거에 대한 의문입니다.
우선 대학생활원 원생회원의 행동에 대한 해명 요구입니다. 아래는 진리관 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주인 아주머니께 직접 들은 내용을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매점 계약기간인 2월 28일이 지나고, 대학생활원 원생회 소속 학생이 매점주인을 찾아갔다. 그 학생은 매점주인에게 조속히 진리관 매점에서 퇴거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퇴거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매점주인에게 매점으로 들어오는 전기를 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문을 강제로 봉쇄할 수 있다고 말하였으며, 매점에 카드 단말기가 설치되지 않은 점을 두고 매점주인의 탈세 가능성과 세무조사를 언급했다.”
이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겁박입니다. 대학생활원 원생회의 이와 같은 태도는 전혀 민주적인 해결 방식이라고 볼 수 없으며, 이성적인 법집행 절차라고 볼 수도 없습니다.
저는 눈시울을 붉히던 아주머니를 보고 이 같은 이야기 속에 과장됨이 없었는지를 차마 의심할 수 없었습니다. 대학생활 원생회에서는 이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 파악하고 조속히 해명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이 같은 일이 일어났다면 매점 아주머니께 사과하고 해당 발언을 한 원생회원을 처벌해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으로 진리관 매점 철거에 대하여 의문과 이의를 제기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설문조사의 정당성에 대한 의문입니다.
매점을 철거하기 전, 대학생활원은 생활협동조합의 제의로 매점 철거 찬반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에서는 진리관 매점 철거를 직접 명시하지 않고 “택배공간을 개설하려 한다.”는 내용이 중심적으로 나왔습니다.
결국 최초 설문조사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자 2차 설문조사가 진행되었습니다. 2차 설문조사에서는 505명의 응답자 중 66%가 매점 철거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대학생활원은 설문조사 대상자에 웅비관과 효원재 학생들까지 포함한 채 설문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진리관 매점 이용자 중 진리관에 거주하는 학생이 더 많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타 기숙사 학생들까지 포함하여 설문조사를 진행했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학생활원 원생회장께서 해명하신 내용이 부대신문에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진리관 매점을 찾는 학생들은 진리관에 거주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진리관 매점은 진리관 학생들을 위해 설치된 편의시설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단지 진리관 매점을 웅비관과 효원재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설문조사에 포함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물론 설문조사 방식의 문제점과 별개로, 두 번째로 진행된 설문조사에서 진리관 학생들 중 53%가 매점 철거에 찬성한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설문조사가 과연 매점철거의 여부를 결정할 만큼 정당성이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2차 설문조사에 응답한 학생은 모두 505명이며 이중 66%가 찬성했습니다. 여기서 진리관 학생들만 놓고 본다면 53%가 매점 철거에 찬성했습니다. 진리관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들의 총 수가 약 800여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모든 학생들이 설문조사에 응한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53%라는 수치는 설문조사 응답자가 늘어나면 충분히 뒤집어질 수 있는 수치입니다. 또한 설문조사는 투표와 달리 권리행사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하지 않은 학생들의 의견을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만약 매점 존치에 대한 찬반 여부를 진지하게 물을 것이라면 여론조사가 아니라 진리관 원생 전체에 대한 찬반투표를 거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할 것입니다.
추가로 기숙사에 거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문조사가 시행된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학생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토대로 설문조사에 대한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검토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다음은 대학생활원이 주장하는 “택배저장 공간과 경비원 휴식 공간의 필요”에 대한 의문입니다.
부대신문에는 택배상자 더미가 진리관 운영실 앞에 가득 놓여있는 사진이 기사와 함께 실렸습니다. 그러나 이 사진은 확실히 최근의 모습은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택배가 정말 쌓여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진리관 운영실 앞을 가보았지만, 택배가 사진처럼 포화상태로 방치되어 있진 않았습니다. 사진처럼 택배가 포화상태로 방치되는 것은 생활원 입사 시기(학기 초) 한 철에만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그리고 대학생활원은 “경비원 휴식 공간 필요”를 이유로 들었지만, 경비원의 휴식 공간으로 쓰기에 매점은 너무 비좁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매점을 택배 보관소로 쓴다고 했는데 경비원 휴식 공간이 어떻게 마련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생활원의 묘책이 무엇인지 제가 잘 알지 못하므로 이 이상 이의는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다만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매점을 철거하고 공간을 확보하는 것보다 운영실 뒤편으로 확장공사를 진행하여 경비휴식공간을 조성하는 것이 경비원의 복지 향상에 더 유익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마지막으로 진리관 매점 유지가 관리비 인상의 주범이라는 대학생활 원생회의 주장에 대한 의문입니다.
대학생활 원생회가 말한 바와 같이 진리관 매점 유지가 관리비 인상에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원생회는 진리관 매점 유지로 인상되는 관리비 액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관리비가 얼마만큼 인상되는지 공개한다면, 학생들이 진리관 매점 존치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합리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원생회는 인상되는 관리비 액수를 공개하지 않는 것입니까?
이상의 의문에 대해 대학생활원과 원생회가 답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이 글을 대나무숲과 마이피누에 올린 까닭은 학내 커뮤니티를 통해 공론화되면 논의과정을 통해 좋은 해답이 나올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 원생회의 태도와 일처리 방식에 실망감을 갖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사실관계의 확인이 미흡한 상황에서 이 글을 통해 누군가의 잘못을 고발하는 것보다 공론화 과정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면서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이 모두에게 유익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매점 문제가 공론화되고 갈등이 조속히 해결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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