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글

좋아해, 이유는 없어

베지밀2013.03.23 18:30조회 수 2275추천 수 8댓글 8

  • 1
    • 글자 크기

우연히 본 문장인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찾아봤더니 대학내일 기사 제목이었어요.


기사도 마음에 쏙 들어서 퍼왔습니다. 한번 읽어보세요 :)


출처 : http://www.naeilshot.co.kr/Articles/RecentView.aspx?p=3KBPc0gc7lrhNnilPlUtqppXG42Jxodgdc5n~plus~r7IhMswt44qRDc9ow%3D%3D


------------------------------------------------------------------------------------------------------



1.jpg


‘지원 동기를 5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라는 문장 앞에서 한참을 망설였다. 일단 보류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왔으나 이내 멈추었다. 봉사활동, 동아리, 취미, 특기. 어느 항목 하나 쉽게 채울 수 없었다. 셀 수 없이 많은 지원서를 써 내면서 나는 늘 같은 이유로 쩔쩔맨다. 거창한 동기가 없다는 것. 우연히 혹은 그냥 좋아서 시작한 일들의 집합이 지금 내 인생인데. 자기소개를 하기 위해서 나는 좋아하는 것들에 그럴싸한 이유를 가져다 붙여야만 했다. ‘책이 좋아 독서를 취미로 가졌다’고 말하면 ‘매력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이 분명하니까. 


어설프게 포장된 문장들이 흩어진 노트북을 밀어놓고 테이블에 엎드렸다. 옆에 바싹 붙어 앉은 커플들의 대화가 귀에 꽂힌다. 여자는 남자에게 날 ‘왜’ 좋아하느냐고 묻고, 남자는 ‘그냥’이라고 답한다. 그러자 여자가 ‘구체적으로 어디’ 하며 물고 늘어진다. 하다못해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도 이유를 대야 한다니. 좋아하는 것들은 대부분 그냥인데. 내가 널 좋아하듯, 떡볶이를 좋아하듯, 그 책을 좋아하듯. 이유 같은 건 붙이지 않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러운데. ‘그냥’ 이라는 말로는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이 문득 야속하게 느껴진다. 


새벽에 혼자 영화를 보다가 ‘진짜 좋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 진짜 좋아. 한번 봐봐’라고 문자를 썼는데 너에게 보내지 못했다. ‘왜 좋아?’라는 물음에 답할 자신이 없었다. 주눅 들지 않고 이야기하고싶다. 좋아해. 이유는 없어. 



김혜원 학생리포터 khw618@naver.com 

Photo 임여옥 학생리포터 

  • 1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정보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쓰레받기 2019.01.26
공지 가벼운글 자유게시판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 - 학생회 관련 게시글, 댓글 가능2 빗자루 2013.03.05
21943 가벼운글 우리 강아지를 홀리신 여학우분들~4 carber 2012.10.19
21942 질문 ㄱㅖ절학기 수요조사3 1234 2012.10.19
21941 가벼운글 정문앞에서 아이패드같은걸로 영상보여주는사람들11 부산대학생 2012.10.19
21940 가벼운글 온천천운동팟구함ㅎㅎ9 난늘배고프당 2012.10.19
21939 가벼운글 중간고사안치면...6 에휴 2012.10.19
21938 진지한글 아놔...2 20 2012.10.19
21937 가벼운글 [오유펌] 세상에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셋이나 있다고 한다14 암살멧돼지 2012.10.19
21936 질문 오늘 행복의 심리학 두시수업 휴강??2 왈밥 2012.10.19
21935 가벼운글 일요일 아침 알람없이도 일찍 일어 날 수 있었던 원동력.7 내비누의좀파 2012.10.19
21934 가벼운글 호옹이...4 深影 2012.10.19
21933 가벼운글 오늘은 간단한 가을요리로 찾아뵙겠습니다.12 carber 2012.10.19
21932 가벼운글 마지막 시험을 몇시간 남겨두고6 빗자루 2012.10.19
21931 가벼운글 .13 ㅁㅁㅁ 2012.10.19
21930 가벼운글 생산관리 월수 오후 1시1 두로로로고 2012.10.19
21929 가벼운글 춥다11 사는동안 2012.10.19
21928 가벼운글 .5 지금나를바보로아는거야 2012.10.19
21927 가벼운글 좋은아침요!!5 김시민 2012.10.19
21926 가벼운글 오늘은 좀 많이 춥네요....11 深影 2012.10.19
21925 가벼운글 자게가 죽었슴다.jpg23 深影 2012.10.19
21924 가벼운글 아...나...저 울과 완전 어린 후배한데 완전 농락당한듯...14 우엉이 2012.10.19
첨부 (1)
1.jpg
106.4KB / Download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