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에 날벌레가 보여서 잡고나니 문득 집에 들어온 쥐 생각이 나네요.
할아버지 댁에 가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천정에서 '찌직'하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 쥐랑 저의 첫 인연이었어요.
송일초등학교 통학시절, 차조심을 명심해서 차도와 붙어있는 인도보다는 청구, 우방아파트 옆길을 애용했어요. 이 옆길은 약간의 수풀이 있는데 여느 날처럼 가던 중, 바로 옆 수풀이 흔들리더니 처음으로 쥐랑 눈이 맞았어요. 농사 짓는 곳에만 쥐가 있는 줄 알았는데 신기했죠. 부모님은 병균 옮는다고 물리지 않게 조심하라셨고요.
컨테이너에 지낼 적에는 보온소재가 갉기가 좋은지 밤에 갉작거리는 소리가 자주들렸어요. 그래서 싱크대 밑에 쥐잡이 끈끈이를 놓고 잤는데 쥐 알람에 깨어보니 제대로 잡혔더군요. 끈끈이와 함께 창고 밖에 던져놨는데 하루가 지나고나니 뱀은 덤.
기숙사에 있을 때는 학교 방침으로 검도를 배웠어요. 주변 밭에서 살던 친구가 도복이 따뜻하니 좋았나봐요. 도복을 들고 방에 들어와 자려니까 선명하게 '찌직' 소리가 들리더군요. 쥐가 있다는 말을 해도 믿질 않고, 눈에는 보이지 않고.... 문이 열려있었으니 나갔겠지 싶었는데 다시 한 번 '찌직.' 박스로 덮어 잡아 방생했습니다.
군대에서는 2주 대기기간에 하릴없이 못자고 야간 토크를 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맞은 편 침상 밑 전투화, 활동화 사이로 제게 친숙한 그 친구가 지나간 것 같았어요. 하지만 이등병 주제에 잘못 말했다가는 어떤 일이 벌이질지 상상도 못해서 두고봤습니다. 한 번 더 움직임을 본 후, 고민이 되더군요. '있는 거 같긴한데, 안 믿을 수도 있고.... 그래도 전투력 손실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장고 끝에 "저.... 쥐가 있는 거 같습니다." 직후 맞은편 침상 바닥에서 제 침상으로 횡단하더군요. 당직부사관의 지시로 창고에서 쥐덫을 받아, 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던 침상 밑 호스 쪽에 설치하였지만 제가 전역할 때까지 결국 잡지는 못했습니다.
소초로 파견갔을 때는 한참 소초를 새로 짓는 중이었어요. 그래서 다시 컨테이너에 지내게 되었죠. 어김없이 들리는 '찌직' 소리... 컨테이너는 역시 쥐가 살기 좋은 공간인가봅니다. 이후 어지간한 중사보다 짬이 찬, 집나갔던 '고스'가 취사병이 바뀌면서 돌아오고, 소리는 안 들리게 되었어요.
이후 해당 소초는 완공되었고, 다시 파견 가게 되었어요. 옆 해운에 밥 얻어먹으로 갔던 고스가 눈 때문에 못 오던 날, 열심히 식당 청소 중이었는데 쥐 친구가 들어왔더군요. 마침 빗자루가 손에 있어서 바로 바깥으로 보낼 수 있었어요.
복학하고는 학생회관 앞 숲길을 가끔 지나는데 여기서도 이 친구가 있더군요. 역시 풀이 있고 음지인 곳에는 쥐가 있는 거 같습니다.
철로 된 쥐덫보다 끈끈이 쥐덫이 낫습니다. 끈끈이에 개사료 같은 게 올라가 있고, 면적도 넓어서 잘 잡힙니다. 덤으로 뱀까지 잡을 수도?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