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자영업자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학교 앞에서 장사를 하는데 오후 4시부터 12시까지, 총 4명의 알바생을 쓰는 가게의 사장입니다.
이들에게 주어야 하는 최저임금은 다음과 같습니다.
6,470원 * 8시간 * 30일 = 1,552,800원
법적으로는 유급휴일도 있어야 하므로 주말 알바는 따로 구하고 주휴수당 챙기고, 이것까지 계산하면 액수가 더 늘어나겠지만 일단 이것만 해 봅시다.
여기서 2018년도부터 인상되는 7,530원으로 계산하면...
7,530원 * 8시간 * 30일 = 1,807,200원
알바 1인당 254,400원의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됩니다. 위 사업장에는 알바가 4명이므로 약 1백만원가량이 더 지출되는 셈입니다.
만약 이 자영업자의 월 순이익이 3백만원이었다면 이 사람은 내년부터 순식간에 소득금액이 33% 감소한 2백만원으로 내려앉습니다.
알바 하나를 자르면 180을 아낄 수 있지만 그만큼 사장이 직접 일을 해야 하므로 삶의 질은 그만큼 하락합니다.
창업하는 사람들이 부자거나 혹은 뾰족한 수가 있어서 창업하는 게 아니잖습니까.
하다하다 안 되니까 마지막으로 치킨집이나 차려보자, 요즘은 뭐가 유행이더라, 이러면서 퇴직금 꼬라박는 거잖아요.
수익은커녕 대출이자도 못 갚다가 폐업하는 가게들이 부지기수에요.
물론 인건비가 오른 만큼 물가도 오르면서 차츰 가격 균형을 잡아나가겠지만 그 균형이 잡힐 때까지 버틸 수 있는 소상공인이 몇이나 되겠습니까. 이걸 버틸 수 있는 건 기본 체력이 튼튼한 대기업밖에 없어요.
가파른 임금상승 직격탄을 얻어맞아 골목상권이 황폐해지면 결국 그 빈 자리를 접수하는 건 대기업이라는 겁니다.
또 있습니다.
국내 노무비가 오르면 오르는 만큼 해외 수입물품의 경쟁력도 상대적으로 증가하겠죠.
자영업자도 자영업자지만 국내 영세 제조업체들에게 가해질 타격도 상당히 큽니다. 제조원가가 올랐으니 제품 값을 올려야 이전과 같은 수익을 낼 수 있는데, 중국산 수입품 때문에 값을 올리지도 못해요.
답은 뭐다? 다른 공급업체들이 다 말라죽을 때까지 버티는 겁니다. 네. 역시 대기업만 살아남는다는 뜻이에요.
임금이 오르면 내수시장도 활성화되지 않겠느냐고 할 수도 있는데 그만큼 폐업하는 곳도 늘어나면서 고용이 감소하면 소용이 없잖아요.
위에 예시로 든 가게 사장도 그래요.
하루종일 뼈 빠지게 일해서 겨우 200 건질 거면 차라리 안 하고 말죠. 하루 8시간 알바만 해도 월 180 받는 세상이 왔는데.
그렇게 가게 문 닫으면 4명의 알바가 새 직장을 구해야 합니다. 이전보다 일자리 수가 더 감소했을 테니 구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저는 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증가 폭이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그로 인해 발생할 부작용을 우려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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