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합격하고 수습도 끝난 후 이제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있습니다. 수업도 몇개 없어서 자전거 동호회에 들었었는데요.
정말 예쁜 아가씨가 있어서 마음이 갔었습니다. 이제 27살이니까 이성과의 진지한 만남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세살어린 사회인이었는데 취미도 비슷하고 가는 방향도 같아서 금새 친해졌어요. 둘 다 키가 커서 동호회 SNS홍보모델 하면서 매일 붙어다녔고 주말에는 드라이브도 즐겼었죠. 영화도 보고 맛집도 찾아다니고 가끔은 술한잔도 하면서 그렇게 지낸지 두달째 서로 호감이 있다는건 알았지만 제가 연애에 서툴러서 고백을 미루고만 있었습니다. 비오는 날 동해안 해안도로 한쪽에 차를 세워두고 키스를 나눌때 이제 정말 내 마음을 전해야 되겠다고 결심한 바로 다음날에 일이터졌네요.
갑자기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오더니 어떤 남자가 온갖 쌍욕을 하더군요. 누구시냐고 왜 다짜고짜 욕하냐고 저도 화를 냈지만 욕설을 끊이지 않았죠. 알고보니 그 여자의 약혼남이더군요. 그여자 참 나쁘더군요. 저랑 동갑이면서 나이도 속이고 남자친구 아니 결혼할 사람 있으면서 솔로인척 하고 사람 마음을 가지고 놀았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그러고는 제가 무슨 성추행을 했냐느니 직업으로 꼬시더라드니 싫다는데 계속 만나자고 했냐느니 그랬다는겁니다. 정신병자냐 경찰서에 집어넣겠다는 말까지 나왔어요. 정말 충격먹었습니다. 그리고 억울했습니다. 제가 남친 그것도 약혼남 있는 여자를 왜 만납니까. 그 동안 고생해서 시험에 합격했고 이제 본격적으로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야 하는데 제 인생에 오점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없을 뿐더러, 솔로인걸로 알았던 그녀를 진심으로 좋아했습니다.
너무 속상해서 선배를 만났습니다. 다짜고짜 이런말을 하시더군요. 그 여자랑 잤냐고. 아니라고 했죠. 아마 약혼남이 그 여자가 바람피는 낌새를 알아채고 추궁하니까 그 여자가 난처한 상황을 피하려고 그렇게 말한 것 같다고 하더군요. 만약에 그 여자랑 잤으면 그 여자가 저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세금문제 상담받으러 만났다는 식으로 둘러댔을거라고 그러시더라구요. 남자 있는 여자 만나려면 차라리 따먹어라 그래야 지도 말을 함부로 안한다고.
어쩌다보니 결혼을 앞둔 여자의 바람상대로 전락해버린 제 자신이 너무 비참합니다. 지금 일주일째 아무것도 못먹고 있네요. 제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던 건가요. 아니면 그냥 건드려 보고 싶었던 걸까요. 몇년동안 공부만 하느라 군대다녀온 후에는 연애 한번도 못해봤거든요. 결혼하기 전에 그냥 순진한놈 한번 꼬드겨서 데리고 놀고 싶었던 건지 제 마음에 상처만 남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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