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지휘관 비서 출신입니다
최근 박찬주 대장 사건을 보고 돌이켜 봤는데 전자발찌와 사모님 갑질만 없었지
1호차는 발, 저는 손의 역할을 하며 수족을 들며 딱히 다른거 없이 노예 생활하다 온거 같네요.
지시를 안해도 알아서 자기가 지시할걸 생각하고 우리가 행동해주길 바라는 사람이어서
비서를 했으면서도 참 아이러니하게 절대 지휘관과 마주치는 시간이 적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관병이랑 정말 공감되는게 지휘관한테 부조리를 당하면, 신고할 곳이 없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같은 사무실에 있는 장교님이 그저 등 토닥여주는거와 1호차와 서로 의지하며 버텨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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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30 기상
-> 우리는 환복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샤워할때 빼고 항상 전투복은 패용상태다. 유일하게 허락되는게 전투복 입은 상태에서 전투화만 벗는게 용인된다. 잘때도 전투복을 입고 자는 편.
보통 군대 기상은 06:00지만 1호 차와 비서인 나는 항상 일찍 일어나서 같이 차 안팎에 있는 먼지를 제거한다. 특히 발판(차에서 오르고 내릴 때 발 닿는 부분)과 캐비닛(조수석 앞에 서랍주위) 먼지가 하나도 없는 상태로 만들어야 해서 물수건으로 닦고 마른 수건으로 다시 닦고 천으로 먼지를 닦아내었다.
그리고 서랍안에 무조건 모닝케어 2개와 헛깨수가 있어야 했다. (여름에 항상 냉동실에 안얼게 보관하는게 스트레스...)
어제 보던 조간신문으로 유리창이랑 사이드미러도 반짝반짝하게 만들어 놓아야 한다.
05:50 일지점검
-> 당직사령한테 가서 그날 각 예하 부대 사단, 연대 일정을 비교한다. 간밤에 변경된 사항이 있을지 모르므로 사령이랑 같이 비교하면서 읽어본다. 틀리면? 당직사령이 CP 실 올라와서 쿠사리 먹고 나도 불려가서 욕먹겠지.
06:00 장구류 정돈
-> 1호 차는 운행 나간다. 나는 05:50부터
1. 전투복이 각 잡혀서 걸려 있는지(소매 찍찍이를 서로 붙여서 앞에 손 모양을 취해야 함)
2. 전투복 바지가 1/4로 각 잡혀서 걸렸는지
3. 전투화 밑에 물로 씻은 것이 완벽하게 말려져 있는지(안 말려져 있으면 수건으로 구석구석 다 닦아내야 함)
4. 벨트 말아놓은 게 안 풀렸는지
5. 고무링과 견장, 겨울이면 야전 상의에 계급 견장까지
6. 철모(눈 오는 날이면 뒤집어 놔야함) 장구요대(역시 안풀리게 잘 말렸는지), 가죽장갑 상태도 확인한다.
점검한 후에 정해진 위치에 세팅한다.
06:10
-> 위병소에 1호 차가 들어올 때까지 전화기 앞에서 전화대기 한다.
(눈 오는 날이면 지휘관이 지나다니는 통로 파워 제설하고, 마른 수건 들고나와서 대리석 위에 있는 물기 다 닦는다.)
위병 조장의 계급 고하에 막론하고 무조건 1호 차 정보는 알려준다.
전화가 오면 전화기 3대를 이용해서 주임원사실/당직사령/추가로 부탁한 곳에 관등성명 생략하고(시간상 부족)
“1호 차 입영” 하고 바로 끊는다. 그리고 내 복장을 점검하고 기다린다.
정문에 내리면 주임원사는 정문에 있는 큰 유리문을 열어주고
나는 차(겨울에는 약재 차 끓인 거끓인거, 여름에는 약재 차 차게 해서) 원탁 위에 올려놓는다.
여름에 항상 주의해야 하는 것은 컵이 차면 밑에 물 자국이 생기므로 컵 받침 사용은 필수!
06:20
-> 부속문을 통해서 들려발자국 소리로 어디에 계시는지 파악했었다.
내실 문고리도 살짝 손봐서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나오는 소리를 약간 다르게 해놓았다.
키보드 소리,
서류 넘기는 소리,
신문 넘기는 소리,
내실 들어가는 소리,
담배 피우는 소리 진짜 다 구별했다.
신문을 넘긴 다음 항상 담배를 창가에서 피웠는데 재떨이에 담뱃재나 담배가 한 개비라도 있으면 안 되었다.
흡연 후 내실 들어가서 갈아입을 때 최대한 후다닥 들어가서 재떨이에 있는 꽁초 있는 휴지를 빼면서 새 휴지를 세팅해놓았다.
환복 후 나오는 시간을 대충 유추해서 커피를 타 놔야 한다. 이때 커피+담배 하는 시간인데
그래서 아까 재떨이 후딱 교체한 거다. 커피 탈 때는 물의 정량이 있다.
컵마다 높이가 다르니까 아예 비커를 사서 뜨거운 물을 계량한 다음 김연아? 화이트 골드 맥심을 타드렸다.
가끔, 아침을 안 먹고 오시는지 라면을 끓여 달라 하는데 ㅈ된다. 절대절대 라면이 없다고 하면 안 된다.
왜냐고? 지휘관의 기분을 거슬리면 예하 부대에 불똥이 튀기 때문에 무슨 수를 찾아서라도 가져와야 한다.
(꽤 있었다. 내 사수가 아직 px 안연다고 했다가 10초넘게 응시했다가, 갑자기 위로 올라가더니 그 뒤에 px를 아침에 열게했다. 사수는 뒤에 졸졸 따라다니면서 똥줄탔고, 아마 " 지휘관의 이름을 팔아서라도 가져와라" 라는 의미를 보여준거 같았다. - 그 뒤로 "양말을 놓고 왔거나 폼클이 떨어졌거나 하면 어떻게 해서든 구해와야 했다)
라면 먹고 싶다. -> 일단 알겠다 한 다음 물 올려놓고 -> 사령한테 보고 후 -> 선조치 후보고(생활관에서 라면을 가져온 다음 당직사령한테 보고하면 해당 병사한테 양해를 구함)
참고로 김치는 반드시 신김치 여야 하므로 취사장에서 짬 버리는 김치 좀 락앤락에 대용량으로 챙겨와서 햇빛에 삭힌다…….
07:00
-> 참모들이랑 회의하러 내려간다. 이 때 당직사령한테 전화해서 코드를 말해줘야 한다.
그 코드는 1호차와 내가 느낀 지휘관의 기분이다.
동선이 매우 짧아 이것도 관등성명 생략하고 바로 말한다
"오늘은 W 인거 같습니다."
지금은 코드가 잘 기억이 안나지만 4개로 나눴다. 그중 하나가 W였다.
격정 - 차에타서 1호차 운전병한테 찔을 부리고, 나한테 무엇가지고 트집잡는 날
근심 - 부부싸움이라도 했는지 차에서 한숨 푸푸푸푹 쉬고 창문열고 담배필때
평범 - 차에타서 한마디도 안하고 내려갈때까지도 아무런 지시 없을때
농담 - 1호차 운전병한테 농담하면서 웃거나 우리 안부를 물어봐준다.
이 틈을 이용해서 당일날 있을 일정표를 분석해가며 필요한 짐들을 뒷자리에 실어놓는다.
그리고 담배 핀곳을 가보면 담배갑이 있는데 갯수가 3개피 이하로 떨어지면 주임원사가 사준 ESSE 순 새것을 비닐을 풀어 밑에 살포시 겹쳐둔다. (다떨어지면 지휘관이 따로 사러갈 필요 없이)
그리고 널부려져있는 신문이 어딨는지 확인하고 다시 배달올때처럼 접어서 밖에 빼놓는다.
(물론 이것도 다봤으면 원탁 왼쪽, 덜봤으면 원탁 오른쪽 이런 표시 기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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