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성격상 맞지 않다고 느끼실 수 있다는 점을 알지만 한번 써볼게요.
우선 저희 누나 얘기부터 하면 저희 누나는 86년 생, 올해 우리나라 나이로 32살인데 지금까지 남자친구 한 번 사귀어보지 못했습니다. 낯선 남자를 보면 경계하고 꺼리기만 합니다. 남성을 보는 시각도 '모든 남성은 성욕을 풀기 위해 여자를 만난다.'라는 생각이 깊게 박혀있어요.
그도 그럴 것이 저희 누나는 제가 태어나기 전인 10살의 나이에 외사촌 오빠라는(저에게는 사촌 형이 되겠지요) 작자에게 성폭행 미수를 당했어요. 알게 모르게 들은 바에 의하면 당시 그 상황, 그 사촌이라는 작자가 누나의 옷을 벗기려는 순간에 누나와 동갑인 또 다른 사촌 형이 그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방의 문을 열고 소리치면서 다행이 저희 누나는 그 상황에서 피할 수 있었는데 당시만 해도 어른들은 가족간 불화를 생각해서인지 이 일을 문제 삼지 않았고 그 당시만 해도 나이 지긋한 어른 분들은 분위기 자체가 '여자가 지 처신이 그러니 그렇지.' 라든가 '그러게 왜 남자 애들하고 붙어다녀서는...'하는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비단 저희 집 뿐만이 아니라 당시만 해도 그러한 불미스런 일에 대해서 여성의 잘못으로 돌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2004년, 19살, 고등학교 3학년때의 저희 누나, 그 때는 제가 태어난 이후고 그 날은 저 또한 잊을수가 없습니다. 아테네 올림픽이 한창이었고 축구 한국vs파라과이의 경기가 늦은 새벽에 열리던 날이었지요. 여느 수험생들처럼 한창 식욕이 왕성했던 저희 누나는 늦은 밤까지 공부를 하기 위해 비상식량을 사루 오후 5시쯤 나가서 축구 전반전이 끝난 새벽에야 만신창이의 몸으로 돌아왔어요. 모든 가족들이 뜬 눈으로 밤을 지샜고(당시만 해도 핸드폰이 보편화되지는 않았어요.) 저는 누나가 어머니께 하는 겪은 일에 대해 들었어요.
당시 재건축 아파트가 있었고 어떤 남자가 물건을 들어달라 해서 따라갔는데 그 철거 아파트의 빈 집에 들어가 흉한 일을 당할뻔 했고 누나를 끌고 들어가서 그 남자가 해코지를 할 찰나에 누나는 그 남자에게 빌고 또 빌어서 남자의 경계가 느슨해진 사이에 뛰쳐 나왔다고 해요. 당시만 해도 역시 이러한 일이 알려지지 않는게 다반사였고 여성의 잘못으로 돌리곤 했구요. 요즘에야 그런 '누구 따라가지 마라.' 등의 교육을 잘 받아왔지만 당시만 해도 그런게 부족했었던것 같아요.
그렇게 저희 누나는 그 후로 낯선 남자면 누구를 막론하고 경계를 하고 꺼려하고 그래요.
네, 그래요. 모든 남자들이 다 그런건 아닐테지요. 저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의 남성분들은 정상적일거라고 믿어요. 그래야만 하구요. 하지만 당장 가족중에 그러한 일을 닥친 경험이 있는 저의 입장에서 보면 여성의 치안이 남성보다 불안한건 맞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범죄의 피해자 가해자 비율만 봐도 바로 알 수 있잖아요.
그리고 누적되어 온 사회의 분위기 또한 문제가 있었던것도 사실이죠. 왜 저희 누나의 책임이고 저희 누나가 비난을 들어야 하는거였죠? 정작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남자들은 따로 있는데 왜 여자가 조신하지 못해서 그런 일을 당했다고들 해온건가요?
저는 저 책을 직접 읽지는 않았지만 블로그나 줄거리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는 접했어요. 직접 겪은 가족이 있는 입장에서 보면 책과 작가를 힐난할 수 없어요. 적어도 저에게는...
'남자는 다 ~하다.' '남자이기에~ 해야한다.' '여자는 다~ 하다.''여자이기에~ 해야한다.' 로 프레임이 씌워지는것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도 결국은 아버지의 씨앗에서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났을테지요. 남성 여성이 존재하지 않았으면 여러분 또한 없을거구요.
그런 의미에서 보면 저러한 종류의 책은 사회가 그간 남성의 입장으로 다소간 편파적이었던 사회에 대한 고찰을 풀어내기 위해 나온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뻘글일지도 모르지만 이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 각자의 입장이 있으실것이기에 저를 향한 비판이나 비난은 듣겠지만 그 외의 분을 향한 것은 삼가주세요. 부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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