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한글

연세대 대자보

잠이부족해2017.10.27 03:03조회 수 10033추천 수 100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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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고 믿습니다. 저는 페미니스트가 아닙니다. 앞의 두 문장이 양립할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저는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모든 인종이 평등하다고 믿습니다. 저는 어떤 인종이 다른 인종에 핍박받은 역사가 있었음을 압니다. 그러나 저는 스스로 유색인종주의자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언어에는 사태를 규정하고 개념을 정의하는 힘이 있습니다. 그 힘은 사물의 본질마저 뒤바꿀만큼 큽니다. 그런의미에서 저는 스스로를 여성주의자로 칭하기를 거부합니다.

이 용어가 우리가 처한 현실과 가야할 방향을 정확히 표현하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근래의 인터넷 문화와 방송, 학내 대자보등에서, 저는 페미니스트들이 자주 사용하는 특징적인 언어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비교적 온건한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도 '잠재적 가해자.시선강간.강간문화.여성혐오' 따위의 단어는 자주 쓰이는듯 합니다.

페미니스트 여러분은 아마도 의도의 절박한만큼이나 여러분의 목소리가 더멀리 퍼지기를 바랐을 것입니다. 강한언어로 말해지는 것들은 더 많은 시선을 끌게 마련입니다. 최근 남녀갈등 논쟁이 점점 과격해지며 첨예해지는 것은 이런 경향에서 비롯되었으리라 봅니다.

저는 학대받고 폭력을 당한 모든 여성들에 대한 연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의욕에 찬 과격한 언어나 불러올 결과를 걱정합니다. 여러분은 시선강간을 말합니다. 여러분은 욕망에 찬 시선에서 느끼는 불쾌함이 강간과 같다고 생각합니까? 그렇다면 강간은 단순히 불쾌한 일로 치부될 수 있는 성질의 것입니까?

만일 여러분이 강간이 중대한 의미를 갖는 일이라 믿는다면, 강간의 피해자를 진실로 연민한다면 강간이 아닌것을 강간으로 칭하기를 멈추어 주기 바랍니다.

죽일듯이 노려보는것이 시선살인이 아니듯, 시선강간은 불쾌한 시설일 뿐입니다. 자극적인 언어는 우리의 감각을 마비시켜 진실로 끔찍한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할 수 없게 만들 것이며, 건전한 상식과 감수성을 지닌 여러분의 잠재적 지지자들을 떠나게 만들것입니다

여러분은 남성이 여성을 혐오한다고 생각합니까?
역사를 통해 남성이 여성을 폭력으로 억압하고 학대하였다고 믿습니까?
여러분은 존재하지 않는 악마들과 싸우고 있습니다.
강간을 당하거나 사회에서 뜻을 펼치지 못하거나 여자다움을 강요받는 여성들이 있다면. 한편에는 의무에 시달리고 경쟁끝에 쓰러지며 남자다움을 강요받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남성들이 제 몫을 다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또는 계집애 같다는 이유로, 멸시받고 린치당하고 사회적 죽을을 맞아야 했습니까?

여러분은 남성이 여성에게 사슬을 채우고 그 위에서 미땅히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과실을 홀로 만끽하였다고 믿습니까? 차별이 있다면 그것은 남성이 여성을 혐오하였기 때문이 아닙니다. 여성이 며느리로서 고통을 받는다면, 그것은 시어머니가 여성혐오자이기 때문이라고 답변하시겠습니까? 고통 받는 남녀 모두는 구조의 희생자입니다.

남성이 여성에게 사슬을 부과한 것이 아니라 구조가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모두를 옭아맨 것입니다. 남성이 여성을 짓밟으며 즐거워 하리라는 피해의식을 떨쳐내야 합니다.

이러한 인식아래서 바꿀것을 바꿔나갑시다. 남성이 여성을 이해하지 못할것이라 생각지 말고 인간대 인간으로서 신뢰를 회복합니다. 가해자가 아닌 이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는 일도 그만둡시다. '혐오를 멈추라'고 말하는대신 '서로 사랑하자' 고 말합니다. 제가 여러분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면 미안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서로의 고통을 이해하는데서 시작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재학중인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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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10.27 08:03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글이네요.. 아무거리낌없이 시선강간이니 혐오니 하는게 시선을끌기위함인지 진실로 그렇게 생각하는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오히려 역효과인듯 싶네요 그리고 여성들이 여성다움을 강요받는것처럼 남자도 어릴때부터 남자다움을 강요받으며 살았습니다 20살 어린 나이에 2년동안 군대에서 처음으로 밑바닥 쭈구리로 살며 자존감이 바닥치기도 하고 돈을벌어 가족을 부양해야한다는 의무감으로 평생 살아갑니다... 물론 여성이라서 받는 피해들도 있겠지만 그건 페미니스트들이 주장하는것처럼 단순히 남녀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오로지 남성이 가해자고 여성이 피해자라는 생각은 정말 이기적인거같네요. 구조의 문제입니다 가부장적 사회에서 남성이 권리가 많앗던건 의무를 많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점차 사회가 바뀌고있는 과도기인 것같은데 이때 올바르고 객관적인 시선에서 바라보아야지 남녀평등 여권신장이라는 주제도 더 사회적 공감을 얻고 발전할거라고 믿습니다
  • @3504
    마 ㅂㅅ아 ㅋㅋ
  • 요새 젊은 여자들이 열광하는 페미니즘은 사실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을 덧씌운 여성우월주의 혹은 여성집단이기주의입니다.
    여성이 받고 있는 사회적 차별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난과 폭력적인 언사만을 반복하고 있죠. 사회운동을 성공시키기 위한 전략으로서 미러링이라는 수단을 택했는데 글쎄요.... 너무 과도한 공격성은 오히려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만 사들이는 결과를 낳은 걸로 보여요. 페미니즘의 ㅍ자만 들어도 사람들이 학을 떼는 게 현실이고요.
    특정 집단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자신들이 행복해질 거라는 극단적인 사상에 물들어서 타인을 무조건적으로 혐오하고, 결국 타인을 보듬어주지도 사랑하지도 못한 채 인생을 낭비하는 게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 2017.10.27 09:23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김대중-노무현 시대를 거치며 역대급 양성평등시대에 자란 세대에게 페미니즘을 계속 강요한다면 언젠가 그 값을 톡톡히 치루리라는 것 정도가 있네요
  • 2017.10.27 13:25
    와 필력 보소.... .
    글에 빨려들어 갈 뻔
  • 똑같은 얘기 사개론에 쓰면 욕설댯글 융단폭격맞고 블라인드 게시물되는 부산대 무엇...
  • 연세대 총여학생회에서 답한 글 퍼왔습니다,
    <자보에는 자보로>
    메일로 피드백을 보내지 않겠습니다. 자보에는 자보로 답하겠습니다. 연세대학교 학우들이 모두 볼 수 있도록 걸어둔 대자보에 대해 개인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유효하지 않을 것입니다.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다고 믿음에도 불구하고 페미니스트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는 페미니즘을 지지하고,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부르거나 페미니스트라고 불리고 있지만, 우리가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한다고 믿지는 않습니다. 페미니즘은 단 한 가지의 정의만을 가지는 단어가 아닙니다. 페미니즘은 복수형입니다. 페미니즘은 이론이기도 하고, 생활양식이기도 하며, 정치이기도 합니다. (물론 이론과 생활양식, 정치는 긴밀하게 연결되어있고 상호작용하는 관계에 있겠지요.) 경제학을 전공하는 것처럼 여성학을 전공할 수 있는 것이고, 여성주의 운동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여느 운동들과 다를 바 없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적 의제를 공론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도 당신에게 페미니스트가 되어라,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선택하는 것이지요.
    당신은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한다고 말하고, 남성성에 대해 사유합니다. 그런데 왜 페미니즘을 지지한다고 말하고 싶지 않은가요? 여성을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남성성에 대해 사유하는 것은 너무나도 페미니즘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말입니다. 당신이 페미니스트가 아니라고 선언하는 것은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어떤 이유에서 페미니스트 되기 혹은 페미니스트라고 불리기를 거부하는지가 중요한 의미를 가질 것입니다. 불쾌(페미니즘의 언어가 내 기분을 상하게 한다)와 고통(근본주의 페미니즘이 유색인종, 트랜스젠더와 레즈비언을 비롯한 퀴어, 사회경제적 계급이 낮은 사람들을 배제한다)은 구분될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은 왜 페미니스트라는 딱지를 거부하나요?
    페미니즘은 인간이 만든 이론이며, 따라서 페미니즘에도 문제와 결함이 있고 때로 실패하기도 합니다. 예컨대 근본주의 페미니즘이 그렇습니다. 근본주의 페미니즘이 실제로 있거나, 우리가 무언가를 근본주의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 우리는 근본적인 것과 근본주의적인 것의 차이를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단 하나의 진짜 페미니즘이 모든 여성 인류를 지배한다는 근본주의(fundamentalism) 페미니즘과, 견고하게 유지되어온 가부장적 구조에 대해 근본적인(radical; 뿌리의, 급진적인) 의문을 제기하는 페미니즘은 다릅니다. 근본주의 페미니즘은 본질적인 여성이 되는 옳은 방법이 있다는 개념을 퍼뜨립니다. 반면 급진적 페미니즘은 선언하거나 단정짓는 대신 질문을 던지고 성찰하며 우리 사회에 젠더가 어떻게 배치되는지, 그럼으로써 어떤 효과를 낳는지를 고민합니다.
    ‘시선강간’이라는 단어의 정치적 효과를 의심하는 부분에는 동의하는 바입니다. 다만 언어의 힘을 강조하셨는데, “싸우지 말자, 서로 사랑하자” 라는 말이 갖는 배제적인 효과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으셨나 봅니다.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인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면 최선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런 갈등 없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존재합니까? 당신이 관심을 두지 않은 사이 실제로 피해를 받는 여성들이 수없이 많이 존재하고, 그들을 위한 정치적인 구호가 필요함을 인식하지 못하셨나요? 죄책감을 거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선 자보는 죄책감이 부적 정서이나 우리를 적응적인 방향으로 이끈다고 말하지 않던가요? ‘죄책감을 갖되,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기’ 라는 요지를 파악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남성과 여성은 평등해야 한다는 말은 당위를 말하는 것이고, 남성과 여성이 평등하지 않다는 말은 역사적으로 이어져오는 현실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사고와 언어는 어쩔 수 없이 모든 현상을 포괄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할 수 있는 말을, 해야 할 말을 합니다. 제 의견이 완벽한 정답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저 학우 여러분들과 함께 성찰하고 사유할 기회를 나누고 싶을 뿐입니다. 인류가 남성과 여성으로 이분된다는 전제 하에 문장을 구성하는 것 역시,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성찰해볼 수 있겠지요. 페미니스트는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니까요!
    *여성혐오(misogyny의 번역어)의 학술적 의미에 대해
    ‘여성혐오’와 관련하여 생기는 혼란의 일부는 ‘혐오’라는 감정의 표현과 관련되어 있다. 여자를 싫어하거나 꺼리는 것, 미워하는 감정의 표현이 여성혐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혐(‘여성혐오’의 줄임말로 유통되는 신조어)이라는 게 있는지도 몰랐다. 여자라면 환장하는 사람들밖에 못 봤는데”라는 표현을 찾을 수 있는데, 이는 ‘여성혐오’를 말 그대로 여자를 ‘싫어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혐오’란 단순히 개인이 개인에 대해 갖는 감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성차별 구조와 질서를 뒷받침하는 집단적인 정서구조이다. 가부장제 하의 성차별과 관련된 현상들이 ‘여성혐오’ 개념과 연결될 수 있다. ‘여성혐오’는 그 역사적 맥락, 그리고 사용되는 문화권에 따라 정의가 달라질 수 있으며, 그에 대한 진단 역시 복합적일 수 있다.
    출처: 김수아. (2015). 온라인상의 여성 혐오 표현. 페미니즘 연구, 15(2), 279-317.
    _연세대학교 재학 중인 한 학생(경제학입문 듣지만 경제학과 아님), 피드백은 자보로 받습니다.
  • @드나쨩
    글이 흩날리네요
  • 와 단어하나하나가
  • 와 차별없애는 능력이 거의 사이비종교주 수준임;; 여러분 차별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믿습니끄아아아??!!! 믿습니다~~~~~!!!
  • @sphoidkujlgaggy
    존재하는 차별은 인정하나 존재하지 않는 차별을 차별로 인식하지 말라는 글인거 같은데...
    글귀 단위로 차근차근 다시 읽어보시는게 좋을거 같네요.
  • 존재하지 않는 악마와 싸우고 있다는 말이 깊게 공감되네요
    사회구조에 의한 서로의 상처를 남성과 여성으로 나누어 서로를 탓하고 있으니 보기 안타깝습니다
    상대의 죄를 용서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분노를 참아 무한한 폭력의 반복의 흐름을 끊으라는 말이 생각나네요
  • 2ED
    2017.10.31 01:10
    수준 높다.. 맨 처음 대자보를 쓴 사람도
    답변 대자보를 쓴 사람도.
  • @2ED
    2017.11.2 19:40
    역시 대한민국을 이끌어가는 스카이는 수준이 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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