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3학년 재학중인 학생입니다. 환영인사 같은 겉치레는 접어두고 바로 현실적인 말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제 주변에서 반수, 재수 혹은 그 이상의 수능 도전으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기 때문입니다.
마냥 하지말라고 말리는 글은 아닙니다. 다만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학생들은 생각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고 판단 돼 몇자 적어봅니다. 결론을 바로 밑에 써둘테니 시간이 없으신분은 결론만 읽어주셔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
결론 : 집안이 넉넉하지 않고, 대학 레벨을 두 단계이상 높일 수도 없다면 반수, 재수는 꿈도 꾸지 않는것이 좋다.
다시 수능을 치려고 마음먹은 분들의 말은 대부분 비슷합니다. 수능 당일의 컨디션 혹은 난이도 등의 문제로 평소보다 점수가 미흡했다는 것이죠. 간혹 수시로 납치 됐다던가 하시는 분들도 있긴 합니다.
저는 9월 모의평가에 비해 표준점수가 25점이상 하락한 점수로 수능 100% 전형으로 입학했습니다.
수능을 치고는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9월은 커녕 성적이 비교적 낮았던 6월 모의평가보다도 훨씬 못한 백분위로 대학을 지원해야 했습니다.
9월때 연고대 정도까지 노려볼만하겠다라고 듣고 했던 기대들이 산산히 부서졌습니다.
입시 과정은 정말 갈등의 연속이었습니다. 저는 집안사정이 굉장히 좋은편은 아닙니다. 입학하려는 학생들은 대부분 잘 알겠지만, 서울대와 부산대 사이, 대부분 사립대 입니다.
거기다 타지로 가야하니 경제적 부담이 배로 늘어나죠, 그때 당시에 얼핏 계산해봤을 때도 연간 천만 원 넘게 차이가 났습니다.
부모님은 서성한급 이상이 아니면 굳이 서울 갈필요가 있겠냐고 하셨고, 저는 그래도 서울을 가겠다고 우겼습니다.
그래도 현실적인게 우선이니 어떡하겠습니까... 등록은 부모님 돈으로 하는 것이고 그 당시의 저에게는 월세방을 얻을 보증금도, 당장의 한학기 등록금도 없었습니다. 빚내서 학교다니겠다는 자신감은 더더욱 없었죠.
그렇다고 부모님 노후를 뜯어먹으면서까지 대학을 다니고 싶진 않더군요.
그래서 타협끝에 선택한 것이 현재 재학중인 부산대학교입니다.
불만 정말 많았습니다. 입학 첫 학기는 공부도 하기 싫어 휴학까지 알아봤으나 군 휴학이 아니면 안된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최소한의 학점만 신청하고 듣고 싶은 수업만 나갔습니다.
다니면서도 재수를 할까 말까 정말 많은 고민 했습니다. 평소의 성적대로라면 프리미어 장학금 정도는 가볍게 받을 수 있는 성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몇가지를 고려한 끝에 포기했습니다. 제가 당시 수능을 다시 치길 포기한 이유를 아래와 같습니다.
1. 슬럼프라고 해야할까요. 열심히 해도 다시 성적이 잘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 재수비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습니다. 학원이라도 끼고 시도한다고 치면 월 100은 우스운 수준입니다.
3. 만일의 경우 부산대 보다 낮은 학교를 가게 될 때에 뒷 일을 감당할 수 가 없었습니다.
4. 재수 성공하더라도 서울대가 아닌 이상 서울 소재 사립대에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아, 경제적 부담이 증가합니다.
그 당시에 생각한 것은 이 정도 입니다. 그리고 학교에 다니다보니 그 당시 안보이던것들도 몇 가지 보이더군요.
그것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서성한 급 이상의 학교를 갈 것이 아니면 아웃풋은 부산대 학벌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합니다.
2. 학비가 정말정말 쌉니다. 넉넉한 집안이라면 몰라도 평범 이하의 경제력인 집안에서는 이것도 굉장히 큰 부분입니다.
3. 반수/재수에 투자하는 1년을 전공이나 취업활동에 투자하면 생각보다 성과가 큽니다.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제 주변에서 취업을 기준으로 1년 미루시고 준비하시는 분들은 중견기업에 서류도 못낼 정도에서 대기업 합격권까지 올라가시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4. 학교를 낮춰서 왔다고 생각하는 만큼 열심히 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부분일 수도 있고, 굉장히 거만해 보일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학교를 낮춰 들어왔다고 생각하고 제가 잘 하는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때문에 학점도 항상 학과 내 3%이내를 유지하고 있고 각종 지원 혜택 잘 챙겨가고 있습니다.
5. 지역 쿼터를 이용해 비교적 쉽게 취업 할 수 있습니다.
취업 시장에서 몇 가지 여건이 갖춰지면 지방인원에 할당량이 생깁니다. 이 부분에서 부산대는 역차별이란 말이 나올정도로 유리합니다.
이 외에도 이유야 대면 많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것들은 이렇습니다. 굉장히 현실적으로 생각해봤습니다.
학문이 너무 좋고 전공에 일평생을 바쳐 이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 하시는 분들은 재수 말리지 않겠습니다. 부산대 학벌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습니다. 경제적인 부분 전혀 상관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재수 말리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부산대라는 학교의 위치가 정말 애매합니다. 재수하기엔 투자 대비 회수할 수 있는 것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을 잘 고려해 보시고 본인의 대학진학 목적에 맞게 선택하시면 좋을것 같습니다.
부산대의 단점도 물으신다면 얼마든지 답해드리겠습니다.
편입관련해서도 물으신다면 대답해드릴수 있습니다.
최대한 전달하고 싶은 것들만 추려 간단히 적었기 때문에 제 생각이 그대로 전달됐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세부적인 궁금증은 언제나 질문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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