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에 대한 이정토 대부분의 해법이 강경책이기에, 자체 핵보유나 북한 선제타격 등의 강경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외교적 해법을 제안해 보려합니다. (혹은 외교적 해법의 깊은 내용을 모르시는 분에게 소개하려 합니다.)
1. NPT
외교적 해법의 핵심은 핵확산방지조약(이하 NPT)에 있다고 보기에 먼저 설명하고 가겠습니다. NPT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조약 체결 당시 핵보유중이던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5개의 국가만 핵보유국임을 공식 인정하고 이외의 비핵국가는 핵무기 개발을 금지하는 조약으로 현재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가입해 있습니다. 조약은 동참하는 비핵국가에게 핵에너지 기술을 제공하며 외부의 핵공격 위험으로부터 핵보유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주기적으로 핵무기 감찰을 받게됩니다. 반면에 핵보유 5국은 점진적인 핵무기 감축에 노력하는 것으로 명기되어 있으나 구체적으로 의무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혹자는 이 조약을 세계 핵무기폐기로 가는 평화적 협약이라고 보지만 반대편에서는 강대국들의 핵무기 독점으로 평가합니다. 저는 후자의 편에서 글을 쓰겠습니다. 사실상 조약이 핵보유 5국의 핵폐기를 의무화하고있지 않고, 핵보유국이 비가입국에게 경제적 압박으로 가입을 유도하고 있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즉, NPT가 5개 핵보유국의 절대적 군사 우위를 보장하는 일종의 현대 세계질서나 그들의 기득권이라고 보는 관점입니다. 사실 NPT는 핵보유 국가가 비핵국가의 핵무장을 막기 위한 정책 위에 기초하고 있으며, 불평등조약이라는 것은 이미 모든 가입국에게 공공연한 사실입니다. 아무튼,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글을 이어가겠습니다.
2. 한국의 핵보유에 대한 문제점
남한의 한해 예산의 3%가량인 국방비가 북한의 한해 총생산과 비슷합니다. 이렇게 군사, 경제적으로 월등한 남한이 북한에게 위협을 받는 이유는 단 한가지, 핵무기 때문인 듯 합니다. 단편적으로 보면 우리가 똑같이 핵만 가지면 북한이 더이상 핵무기로 협박할 수 없으니 모든게 해결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NPT입니다. 핵개발을 위해서는 NPT를 탈퇴하여야 하는데, NPT에서는 핵위협에 우방이 핵우산으로 보호해줄 것을 명시하였고 남한은 동의하에 가입하였으므로 북핵 문제는 남한의 NPT탈퇴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이에 혹자는 북핵이 세계적 문제이므로 예외적으로 남한에 핵개발을 허용한 후에 북한이 핵을 폐기하여 핵위험이 사라지면 남한도 폐기하는 방법을 주장하시던데, 이는 핵보유국 하나도 비핵화 시키기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의 핵폐기를 위해 또하나의 핵보유국을 탄생시키는 기형적인 방법인데다 남한이 핵을 보유한다고 해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지도 의문이고 만약 포기하지 않는다면 남한만 무기한 핵보유를 인정해주는 꼴이 됩니다. 또한, 이 사례가 선례가 되어 앞으로 핵보유국과 군사적 마찰을 빚는 비핵보유국들이 같은 방법으로 핵보유를 인정받으려 할겁니다. 국제사회가 이러한 비용을 감당할리 만무합니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나라만 생각한 이기적인 주장이지요. 따라서 남한이 핵보유를 하는 길은 NPT를 탈퇴하여 핵개발 하는 방법이 유일하고, 우리의 명분은 북핵방어일지라도 국제사회에서 남한은 NPT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핵개발국일 뿐입니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수십년간 쌓아온 국제신뢰를 무너뜨려 한국의 외교를 고립시키고 무능하게 만들뿐만 아니라 NPT주도국인 미국과의 한미동맹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는 상황을 야기하고 말겁니다. 자체 핵무장은 한반도를 정말로 예측불가능한 상태로 몰고갈 것이 분명합니다. 사실 이 방법은 북한의 전철을 그대로 밟는 것인데, 이런 위험천만한 선택으로 국제사회에서 북한과 같은 취급을 받는 한국의 미래를 바라는 사람은 없을겁니다.
3. 북핵의 외교적 해결법
세계에는 5개의 공식 핵보유국 이외에도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의 비공식 핵 보유국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국가들과 북한의 핵보유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는데, 위의 국가들은 애초에 NPT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로 핵개발을 하였고 북한은 NPT 가입국이었지만 돌연 탈퇴를 선언하고 핵개발을 하였다는 점입니다. 즉, 2번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당한 명분 없이 NPT의 핵에너지 기술 혜택만 쏙 빼먹고 핵포기 의무는 저버린 채 탈퇴하여 핵개발을 한 세계 유일무이한 양아치 집단인 것입니다. 세계는, 특히 공식 핵보유국들은 상기한 비공식핵보유국과 북한을 분명히 다르게 처리할 것입니다. 그들을 인정하면 NPT는 유명무실화 되고 북한과 비슷한 수순으로 핵을 보유하는 국가들이 탄생하기 마련인데, 지금까지 NPT로 핵무기를 합법적으로 독점하여 절대적 군사력 우위를 차지하던 강대국들이 이를 용납할리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만이 가진 핵이라는 최고 기득권을 포기할 리 없다는 것이지요. 그들은 그들이 만든 현대 세계의 힘의 질서를 반드시 지키려고 할 것입니다. 그렇기에 남한이 북핵제거를 위해 해야할 외교적 노력은 더러워도 그들의 기득권을 지켜주는 것입니다. 만약 남한이 강대국들 중 한편에 완전히 붙어서 다른 편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한다면 핵보유5국을 분열하게 만들 수 있고, 이것은 북핵을 제거하는데 있어서 우리에게 외교적으로 불리한 상황만 연출될 뿐입니다. 친중, 친러 외교와 중립적인 외교가 언급되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양쪽의 비위를 맞춰주다 보면 북한이 그들이 정해놓은 북핵의 마지노선을 넘을때가 오고, 핵보유국들을 중심으로 세계가 이전의 비공식 핵보유국과는 차원이 다른 대대적인 압박을 가할 것입니다. 현재의 제재도 그것의 진행형인것이겠지요. 그러나 이것이 평화적으로 끝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런 방식이라면, 군사력이 쓰이더라도 북한 타격의 경우 강대국들의 합의가 이루어지고 북한의 선제 남침이라면 중,러가 참전할 마땅한 명분이 없어지는 겁니다.
4. 북한 타격의 문제점
3번과 같은 방법을 통해 이끌어낸 국제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미국이나 남한이 북한의 핵시설 또는 군사시설을 폭격한다면 이것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북한에게 핵무기는 유일한 정권보장 수단이므로 핵시설 타격이 보복으로 이어지고 나아가 전면전으로 번질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중국과 러시아 인데, 그들에게 북한타격은 한반도 전쟁에 참전할 완벽한 명분이 되고 말겁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반드시 참전하여 사실상 북한보다도 자신들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지키려할겁니다. 거기다 한반도전쟁은 중러에 궁극적으로 이익일 수도 있는데, 중러연합과 미국은 한반도를 전쟁터로 한반도 내에서 전쟁을 끝내려 할 것이고 이것은 두 세력의 태평양 패권 다툼의 연장선이 될 것은 자명합니다. 그러나 두 거대세력의 승패가 갈리긴 힘드므로 적정수준에서 종전협상을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완충지대인 한반도가 어느 한쪽의 영향력으로 흡수되어 본토가 직접 위협받는 상황은 양쪽모두 바라지 않으니까요. 천운으로 전쟁 끝에 북한 핵문제가 처리된다 하더라도 전쟁은 한미에서 개전하였으므로 중러는 이 협상에서 양세력의 군대를 한반도에서 철수시키는 조건을 제시하며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직접영향력을 제거시키는 기회로 이용할 위험이 있습니다. 만약 전쟁으로도 북핵문제가 처리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강대국에게 직접적으로 얽혀 한반도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튼, 분명한 것은 양 세력의 합의없는 어떠한 한반도에서의 전쟁도 중러와 미국의 태평양패권 다툼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또 그 재앙은 한반도가 떠받게 될 것은 자명합니다.
* 4번의 경우 사실 워낙 변수가 많아 한반도전쟁이 발발했을 경우 전후를 예측한다는게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보다 분명한것은 한미동맹의 선제타격으로 인한 전면전에는 반드시 중국과 러시아가 참전하고, 심지어 한미동맹의 북한 핵시설 국지 타격만으로도 도화선이 되어 중국과 러시아가 참전해 전면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북핵의 외교적 해법과 단순 강경책의 문제점을 간추려 써보았습니다
써놓고 보니 모양 빠지게 여기저기 굽실거리는게 전부인거 같으나, 적어도 그 대상이 북한이 아니라 세계강대국들입니다. 한반도의 지리적 위치 덕분에 강대국 사이에서 고통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도 아실겁니다. 그렇다면 당장 우리 안보의 가장 큰 문제인 북한을 처리하기 위해서라도 이정도는 감수할만한 가치가 있지 않은가요?
+추가
이 것이 이전의 실패한 대응법과 같다고 말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맞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제재가 더욱 강력해진 것이겠지요. 바로 이점을 파고드는 겁니다. 제재하고 대화 제안하고 북한이 뒤통수 치면 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반복하면 됩니다. 종국에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말라서 스스로 붕괴하거나, 궁지에 몰려서 남침하겠지요. 이 전략이 가능한 것은 북한은 전쟁지속능력이 없어 북핵은 군사카드가 아닌 정치카드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식으로 몰고가면 북한이 어떠한 선택을 하던 붕괴한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달라지는 것은 남한이 감당해야할 피해 정도이겠지요. 그래서 우리는 국제사회가 단결되어 대북제재하도록 외교적 노력을 하는 동시에 북한의 평화적 핵포기 선언을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직접적인 대북 타격 등의 군사강경노선은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할 가능성이 너무 높기때문에 한반도 상황을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만듭니다. 전쟁도 남북한 수준이 아닌 미중러의 힘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구요. 만약 저에게 선택권이 있다면 저는 전자의 선택을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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