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시급 5100원을 받는 57살의 대학 구내식당 노동자입니다. 아침 8시부터 일합니다. 오후 4시까지 일하기로 했으나 어떤 날은 6시나 7시까지도 합니다. 저는 시간이 짧은 편에 속합니다. 다른 분들은 아침 7시반부터 저녁 7시반까지 꼬박 12시간을 뜨거운 불과 무거운 식재료와 커다란 용기들을 옮기면서 일하고 계십니다. 그 많은 학생들과 교직원 밥을 해 주는 사람이 조리장을 포함해 9명입니다. 50대와 60대의 배우지 못하고 아는 게 없는 우리들이 일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일하는 시간 내내 단 1분도 휴식시간이 없습니다. 저는 9월16일부터 출근을 했는데 점심시간에조차(유급이기에 그렇다고 합니다) 밥을 먹고 나면 바로 일어나서 또 일을 했습니다. 거기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일하든지 단순히 시급에 시간을 곱해서 임금을 받습니다. 주 5일 60시간을 일하면 30만6000원입니다. 휴일에 행사가 있어 일을 하면 시간에 상관없이 단지 1시간 임금을 더 줍니다. 급여명세서를 달라고 했더니 “우리는 직원이 많아서 일일이 못 준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학교 축제 때는 바쁘지 않으니 나오지 말라고 하면서 근로계약서에 다 쓰여 있다고 하더군요(나중에 받고 보니 정말 그런 조항이 있습니다).
근로계약서를 한 부 달라고 두번 요청했으나 “곧 준다”는 말만 들었습니다. 저는 휴게시간과 부당한 임금과 근로계약서에 관해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성과 일’에 상담을 하고 총장님께 탄원서를 제출하였습니다. 학교에서는 ‘위탁업자와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당신 때문에 우리가 학교에 망신을 당했다.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하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에 준한 정상임금과 휴게시간’일 뿐이라고 하자 회사에서는 “그러면 우리는 망한다”고 하더군요. 정상임금을 지불하면 회사가 망하기 때문에 임금을 제대로 줄 수 없다는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요.
저 혼자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이곳저곳에 자문을 구하다가 마침내 저와 함께 7명이 민주 노조에 가입을 했습니다. 그러나 “탈퇴하면 다음 학기에 다시 일하게 해 주겠다. 그때 정상임금을 주겠다. 그때 인원도 보충해 주겠다”는 말에 7명이 모두 탈퇴했습니다.
저는 투쟁도 싫고 싸움도 싫습니다. 사람과 사람이 서로의 눈을 보고 이야기를 하는데 왜 소통이 안 되는지, 왜 이런 세상이 되었는지 안타까울 뿐입니다. 정당하게 일한 만큼의 대가를 받는 것이, 또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슬픕니다.
이곳만 그런 게 아니겠지요. 수많은 곳에서 저희 같은 사람들이 오늘도 새벽 찬바람을 맞으며 지친 몸을 끌고 일하러 나가고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 모두에게 깊은 애정을 느낍니다. 누구에게도 노조가 필요 없고 투쟁도 필요 없는 그런 날이 오리라고 믿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이곳 덕성여대에는 수많은 석학이 있고 훌륭한 교수님이 계시며 더 훌륭한 총장님이 계십니다. 미래의 어머니들이 배출되는 곳입니다. 무엇보다 소중하고 아름다운 이곳의 학생들의 밥에 수많은 눈물과 원성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쁨과 즐거움과 보람이 밥과 함께할 날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이제 회사의 몫입니다. 윤혜숙 덕성여대 구내식당 조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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