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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다 괜찮다

부대신문*2011.12.08 10:34조회 수 867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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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에도 내 연구실에 온 한 학생이 울고 갔다. 제법 많은 학생들이 개인 면담을 원하고, 면담하러 온 학생들의 절반쯤은 얘기하면서 운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그저 가만히 그들의 이야기를 집중해서 들어줄 뿐. 심리학자라면 다들 상담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 것으로 대단히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난 상담과는 거리가 먼 전공이라 나에게 누군가가 상담을 하러 오는 상황 자체가 무척 당황스럽다. 그러나 내 연구실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을 어떻게 외면할 수 있겠는가. 대학원 진학 문제, 부모님과의 갈등, 가정불화, 경제적인 문제, 내적‧심리적 갈등 등 고민의 종류도 다양하다. 진학이나 전과 문제 같은 고민은 현실적인 조언을 해 줄 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사정에 따른 고민들은 들으면서 참으로 막막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학생들은 머뭇거리다가 마음을 열고 울기도 하고 수다를 떨기도 하면서 속내를 꺼내 놓는다. 그리고 대부분은 웃으며 연구실 문을 나선다.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도 그저 이야기를 들어줬다는 이유 하나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고 나면 어색함을 넘어선 미안함이 몰려든다.
  많은 학생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것들 중 하나는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잘 해나가고 있는데 지금 나만 헤매고 있는 것 같다는 ‘상대적’ 힘듦이다. 취업을 하든, 대학원에 진학하든, 부모님을 설득하든, 애인과 정리하든, 여러 가지 결정해야 할 사안들이 많은데 많은 학생들이 중요한 물음들 예컨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잘 할 수 있는지, 그래서 어떠한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와 같은 질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다들 마음만 급하고 불안하다. 게다가 남들과 비교해 우열을 정하는 것에 익숙한 시대에 살고 있으니 자신의 혼란한 마음 상태마저도 남들과 비교해 더 힘들어진다. 요즘 여기저기서 한창 유행하고 있는 청춘콘서트니 토크 페스티벌과 같은 프로그램이 젊은이들 사이에서 왜 그렇게 인기가 많을까? 아마도 그런 프로그램들이 젊은이로서 반드시 숙고해봐야 할 기본적인 물음들에 대해 멘토들과 함께 고민해 보는 기회가 되고 지금 나의 고민이 나만의 고민은 아니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면 지금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없을지도 모른다.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무언가에 도전하기엔 부족한 실력에 움츠러들 수도 있다. 그리고 뭔지 모를 막막함에 괴로울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다들 그러하다. 가끔씩은 절대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고 싶을 때가 있다. 내가 좀 못나고, 비틀거리고, 혹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어도 그저 나를 응원해주며 괜찮다고 말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소설가 공지영이 보내는 위로와 응원을 담은 책 <괜찮다, 다 괜찮다>의 제목을 빌어 힘든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학생들에게 진심어린 응원을 보낸다. 무엇이든, 지금, 전력을 다해 시도해 봐라. 당신은 청춘이지 않은가. 괜찮다, 다 괜찮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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