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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여짓은 ‘쓸모없는 짓’이 아니다

부대신문*2011.12.05 18:52조회 수 128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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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창섭의 <잉여인간>은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들은 충분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적절한 환경이 갖춰지지 않아 병든 아내의 장례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는 잉여인간이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잉여인간은 어떤 모습일까?
  잉여는 원래 ‘쓰고 난 후 남은 것, 필요 이상으로 넘쳐서 불필요한 것’ 등의 뜻을 가진다. 그러나 현재 특히 인터넷에서 잉여라는 단어는 ‘자신의 욕구에는 충실한 열정을 발휘하지만 먹고 사는 것에는 도움이 안 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흔히 쓰인다. 또한 돈이 되지 않는 것들에 열정과 시간을 투자하는 젊은이들이 불안감을 떨치고자 자조 섞인 의미로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잉여가 부정적인 뜻만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많은 전문가들이 ‘잉여짓’이 가지는 저항적 의미와 잉여들의 가능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잉여행위에 대해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뚫고 들어갈 수 있는 취업의 문이 너무 좁고 반복적인 좌절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경쟁적인 사회 시스템에 대한 일종의 소극적인 저항”이라고 평가했다. 즉 사회시스템이 강요하는 것을 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의사를 전달한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학교 신지은(사회) 강사는 “자본의 입장에서는 돈을 많이 벌지 못하면 잉여지만 자기가 능동적으로 그런 삶을 선택한 것이라면 그것은 자신만의 가치와 차이를 당당하게 주장하는 사람”이라며 “이런 사람은 자기 모습이 고착되기 전에 끊임없이 다른 모습을 찾고자 하며 새로운 질서의 사회를 꿈꾸는 사람이므로 긍정적인 노마드(특정한 가치와 삶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자아를 찾아가는 것)”라고 말했다.
  잉여들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도 많다. 잉여들이 가진 열정과 창조적 속성에서 뛰어난 능력이 탄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당장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고 성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충분히 가치 있는 잉여짓이 될 수 있다는 위로이기도 하다. <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의 저자 엄기호(연세대 문화인류학) 강사는 “20대 때 자신이 집중하는 일이 생긴다는 것은 삶의 자양분이 될 수 있다”며 “또한 잉여들의 관심 분야가 워낙 다양하고 방대하므로 창조적인 일에 있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문강형준 문화평론가 역시 “잉여는 문화와 예술, 취향을 이끄는 새로운 생산적 계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 같은 소극적 저항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이종범 문화평론가는 “사회 환경이 변하길 기다리는 것은 누워서 사과가 입 안으로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취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무작정 스펙을 쌓거나 자기계발에 탐닉하는 것도 해결책은 아니라고 조언했다. 신지은 강사는 “스펙만을 추구하는 사회에선 경쟁이 연대를 대신하게 되고 사람들은 실패하면 끝이라는 공포 때문에 자기계발에 열을 올린다”며 “그러나 이런 공포에서 시작해 자신을 스펙으로 무장해도 결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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