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입학한 첫 날, 나는 J를 처음 만났다. 그녀는 예뻤고, 공부도 잘했으며, 그녀 주위는 친구들로 넘쳐났다. J는 나와 너무 다르기 때문에, 애초부터 J와 친구가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덧 우리는 꽤 친한 친구가 됐다. 왜냐하면 꿈을 위해 노력하는 집념과 함께 같은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같은 꿈을 가진 친구였지만 여전히 거리감은 존재했다. 나는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서 자수성가 한 사람을 보고 감동했고, 때론 눈물까지 흘렸다. 그런데 J는 그걸 이해하지 못했다. 언젠가 J는 가난한 장애인 소년이 열심히 공부해 서울대에 합격한 이야기를 듣고 “우리 집이 가난했다면 나도 동기부여가 되어서 그 소년처럼 될 수 있었을거야”라며 냉소를 머금었었다.
어느날 나는 <가난하다고 꿈조차 가난할 수는 없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분명 J가 보면 잘난 사람이 자기 자랑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할 법한 책이다. 나는 옆에도 없는 J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책을 집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하지만 그 제목에 끌려 나도 모르게 그 책을 읽게 됐다.
책 속의 주인공은 우리와 닮은 점이 많았다. 우리와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이를 극복한 주인공의 짧지만 치열한 인생 이야기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던져줬다.
주인공의 무서운 끈기와 열정은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해 줬다. 예전에 영재학교로 전근가신 선생님을 뵈러 갔을 때, 선생님은 나에게 이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타고난 지능과 사교육의 힘이 필수라고 말씀해 주신 적이 있다. 하지만 선생님의 생각과는 다르게 과학 영재 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프린스턴에 입학한 책의 주인공은 천재도, 영재도 아니었다. 남들은 이미 이해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밤새 붙잡고 울던 학생이었지만, 노력을 통해 수석 졸업의 영광을 안았다.
당시 나는 나름대로 공부를 많이 하고, 또 잘하던 학생이었는데도, 그의 노력 앞에 부끄러웠다. 나는 단 한 방울의 땀과 눈물을 흘려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주인공이 이룬 꿈을 조각 조각내어보면 그가 흘린 눈물과 땀으로 변해 반짝거리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또 주인공은 꿈을 갖고 있었다. 그것도 꼭 이루고야 말겠다는 아주 확고한 꿈을 갖고 있었다. 그는 힘들고 지칠 때마다 프린스턴에 합격한 자신의 모습을 그려보곤 했다고 한다. 만약 그가 꿈꾸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과연 프린스턴 교정을 거닐고 있을까. J와 나는 당시 국제사회의 여성 리더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지만, 추상적이고, 형식적이었으며, 확신도 부족했다. 주인공은 우리에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꿈을 생생하게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이 책을 읽고 J에게 장문의 편지를 썼었다. J에게 내 마음이 전달됐는지 잘 모르겠다. J와 나는 훗날 각자 다른 환경에서 서로 다른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바가 J에게까지 전달되어, 우리 둘 다 꿈과 노력이라는 비장의 무기를 가지고 각자 정상에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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