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여행자 ‘김이경’, ‘주세운’을 만나다|
지난 2007년, 대학교 3,4학년이었던 친구들 세 명이 공정여행을 다녀왔다. 남들은 취업준비에 한창인데 그들은 세상의 불평등과 착취, 빈곤의 현장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 떠났다. 공정여행을 다녀온 후 <20대의 공정여행 희망을 찾아 떠나다>를 집필한 김이경(28세), 주세운(26세) 씨. 공정 무역 상품을 판매하고 필요한 것들을 스스로 만드는 공방이 있는 서울 홍대근처의 ‘기분좋은 가게’에서 그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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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여행, 어느 정도 알려진 개념이지만 자세히 소개해주세요
주: 공정여행(Fair Travel)의 Fair는 공정무역(Fair Trade)에서 따온 단어에요. 즉, 여행을 할 때 윤리적인 관점이 들어가는 것이죠. 여행지에서 만나는 이들의 삶과 문화를 존중하고 내가 여행에서 쓴 돈이 그들의 삶에 보탬이 되는 여행, 쓰고 버리는 소비가 아닌 관계의 여행이에요. 하지만 저는 공정여행의 테두리가 좀 더 넓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할 때 배움과 만남이 있고 새로운 소통이 이루어진다면 그것도 공정여행이라고 느껴요. ‘단순히 쾌락과 소비만을 위해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여행을 하자’가 공정여행의 가장 큰 취지가 아닐까요.
김: 네. 우리의 여행이 질문에서 시작된 여행이거든요. ‘나와 다른 사람과의 연결고리는 어떻지?’, ‘세상이 왜 이렇게 불공평하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밖으로 나갔어요. 여행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얘기를 듣고, 직접 보면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깨졌어요. 이런 것을 느끼는 여행이 공정여행이죠.
여행 가기 전에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김: 100일 동안 여행을 갔는데 준비는 9개월 동안 했어요. 매일 만나서 어떤 사람을 만날 것인가, 어떤 곳을 갈 것인가, 그 나라의 역사와 배경지식을 공부했어요. 일주일에 3,4번은 밤을 지새웠어요. 보통 사람들이 유럽 등 잘 사는 국가로 여행갈 때는 공부를 많이 해요.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이나 인사예절 등 빠삭히 익히고 가죠. 그러나 낙후된 지역에 갈 때는 공부를 하지 않고 가요. 그들의 문화나 예절은 배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가봐요.
우리는 우리가 갈 나라에 대해 죽어라 공부만 했어요. 방글라데시 같은 경우는 가이드 북이 없어서 이주노동자 분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받았어요. 현재 방글라데시의 정세, 다카대학교에 시위가 있으니 출입을 자제하라는 정보, 반정부에 대한 지식 등을 들었어요. 이렇게 준비를 하면 그 나라와 그 사람들을 이해하고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되죠. 여행 준비 단계부터 ‘공정’한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행을 다녀오고 난 뒤에 책이 나왔는데요.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있나요
주: 어른들이 만들어주는 밥상에만 의존하지 말자고 전하고 싶네요. 우리가 여행을 떠났던 것도 어른들이 좋다고 했던 것들이 진짜 좋은 것인지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어요. ‘가난한 이들을 위한 은행인 그라민 은행이 좋다고 하던데 정말 그럴까?’, ‘그라민 은행 대표가 아닌 말단직원을 직접 만나서 무조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질 수 있을까?’를 확인하고 싶었죠. 어른들이 제공하는 기회만 쫓아가지 말고 우리처럼 돈 없고 빽(?) 없어도 어떻게 하다보면 되지 않을까하는 무책임함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김: 기존에 나와 있는 패키지 여행상품은 루트가 나와 있고 현지인들과의 만남을 대신 잡아주죠. 그러나 이 책에는 ‘여행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분야에 대해 조사하고 그 활동을 하고 있는 분에게 메일을 보내 확답을 받고 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와 있어요.
주: 또한 TV광고에서 보이는 아프리카인들은 항상 헐벗고 기부를 기다리고 누군가의 도움만을 바라는 수동적인 사람들로 표현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전하고 싶어요. 그들은 제한된 조건과 환경 속에서 우리보다 더 열심히, 더 대단하게 삶을 개척하고 있었죠. 예를 들어 인도의 불가촉천민 중 한 분은 자신의 계급을 뛰어 넘으려는 행동을 하고 있었어요. 오히려 가난한 나라, 좋지 못한 환경에서 태어났지만 우리보다 더 멋있고 용기 있는 사람들이 있더라고 말하고 싶어요.
빈곤국에서 그들이 열심히 사는 것을 보고 난 후, 그들의 빈곤이 해결 가능하던가요? 그들에게서 희망을 찾았는지 궁금해요
주: 여행을 다녀오기 전과 후 모두 빈곤이 해결될 거라는 희망은 있었지만 느낌이 달랐어요. 여행 전에는 빈곤이란 빈곤국의 국민들이 조금만 노력하면 우리 시대에 극복될 수 있는 문제고 우리도 세계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는 긍정적인 희망이었어요. 그러나 여행을 다녀온 후에는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가 거대하다고 느껴졌어요. 타인의 고통을 해결해줄 수 있다고 어쭙잖게 얘기하는 것은 오만하고 건방지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그 곳에 희망이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함부로 다른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없어요.
김: ‘우리 열심히 좋은 길을 만들 수 있어요’가 아니라 ‘비틀대지만 길을 만들며 희망을 찾으러 떠나자’를 느꼈죠. 책 마지막 부분에 넣은 루쉰의 시가 바로 이 뜻이에요.
희망이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이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한 사람이 먼저 가고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그것이 곧 길이 되는 것이다.-루쉰
한국에도 빈곤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꼭 국외로 여행을 떠나야 하나요
주: 장소가 한국 혹은 외국일 뿐이지 빈곤이나 불평등 등이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되지 않아요. 세계의 빈곤국들의 문제는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에요. 식민지 시대부터 착취당하고 지금도 다국적기업과 자본주의 무역구조 안에서 약자의 위치해 있기 때문에 그 국가가 빈곤에 빠져있고 국민들도 가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에요. 이들이 바로 한국에 돈을 벌러 오면 한국의 기업들은 이런 외국인노동자를 고용하고 한국인 비정규직은 해고당해요. 인건비에서 부를 축적한 기업들은 빈곤국으로 사업을 확장해 이번 한진중공업사태처럼 정규직까지 해고당하는 일이 나타는 것이죠.
이 모든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그 나라의 문제도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문제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한국의 빈곤한 사람 혹은 빈곤국의 사람을 돕는다는 개념은 벗어던지고 단지 빈곤과 불평등, 착취당한 사람을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랍니다.
앞으로는 무엇을 할 계획인가요?
김: 평화 여행 단체 ‘이매진피스’에서 만난 친구들과 새로운 개념의 여행 잡지를 만들려고 해요. 지금은 기획 단계구요. 공정여행만을 내세우려는 것은 아니고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려고 해요. 여행과 일상이 분리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을 담는 잡지죠. 올 상반기에 나올 예정이에요.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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