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신문

국악의 판소리, 힙합의 랩이 만나다

부대신문*2011.04.12 14:05조회 수 2413댓글 0

    • 글자 크기
    

‘아(我)비(飛)오(娛)’라는 퓨전(fusion) 국악 밴드에서 보컬을 담당하고 있다. ‘아비오’라는 명칭은 ‘나는 음악을 하면서 즐겁게 날아보고 싶다’는 의미이며 밴드에서는 가야금, 거문고, 해금, 피리 등을 하는 국악 전공 팀원과 힙합 팀 등이 함께 공연하고 있다.


2002년 부산대학교 국악학과 판소리전공으로 입학해 퓨전국악을 불러왔으며, 대중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국악을 알리기 위해 힙합의 랩과 춤을 가미해 새로운 퓨전음악을 알려나가고 있다. ‘아비오’는 매년 공연을 열고 있으며 공연이 끝나면 바로 다음해 행사를 준비한다. 오는 12월, 3번 째 행사를 앞두고 있다.

 

“국악이라고 하면 ‘지루하다’ ‘촌스럽다’는 고정관념 있어… 새롭게 다가가기 위해 국악과 힙합을 접목하다”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우리의 악기와 소리에도 관심 가졌으면. 색다른 매력의 퓨전음악은 앞으로도 계속 알려 나갈 것”

Q. 국악과 힙합을 접목해 퓨전음악을 한다고 알고 있다. 이 새로운 시도는 언제 무엇을 계기로 시작했나.
  대학교 2학년 때 부산대에서 주최한 행사 중 하나로 국악학과 공연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국악가요를 불렀다. 국악가요는 대중가요보다는 조금 무겁고 판소리보다는 가볍다고 볼 수 있다. 판소리는 북 하나를 놓고 사람 혼자 노래 부르지만, 국악가요는 여러 악기가 함께 반주한다. 즉, 국악가요는 기본은 국악이지만 가요의 장점을 가미한 것이다.


  4년 전, 대학 시절 국악가요를 했던 것을 알던 학과 동기가 국악 밴드를 구성하자고 제안해왔다. 당시 우리학교 학생도 상당수 속해있던 힙합 팀이 있었는데, 그들과 함께 힙합과 국악을 접목하면 정말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악을 전공한 친구가 작곡을 하고 힙합을 하는 친구가 랩을 만들어 학교 앞 클럽에서 처음 공연을 했다.

Q. 힙합과 국악의 조합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두 가지의 조합은 퓨전(fusion)이고 크로스 오버(cross over)이다. 이 때 어느 장르가 좀 더 비중을 차지하는가를 따져 서로간의 적정선을 찾는 것이 어렵다. 요만큼만 더하면 국악적인 느낌이고 요만큼만 더하면 대중음악이 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힙합을 선택한 것은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는데 우리 팀원은 젊은 패기와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었다. 판소리를 할 때 래퍼와 함께 하면서는 내가 모자란 부분들을 래퍼가 채워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 대중가요는 가사와 함께 랩이 많이 들어가 있는데, 힙합의 랩과 국악 악기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보완적인 관계라고 보면 된다.

 

Q. 퓨전 밴드에서 보컬을 맡으면서도 국악을 알리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을 것 같다.
  2006년도에 국악학과를 졸업한 후 ‘어떻게 하면 내가 전공을 살리면서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와 ‘국악을 알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먼저 국악을 알리려면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에는 공연장에서 국악가요를 부르며 관객들에게 알려 나갔고, 현재는 초등학교에서 국악 강사를 하면서 퓨전 국악 밴드에서도 같이 활동하고 있다.


  관현악단은 서양의 오케스트라 형태를 본떠 그와 비슷하게 악기를 배치하고 지휘자가 있다.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국악관현악단도 국악을 좀 더 알리기 위한 방법에서 생성됐다. 그러니까 국악 관현악 자체가 퓨전 음악이다. 앞에 국악이 붙었다고 해서 지루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Q. 사실 국악이라고 하면 대중가요보다 관심도 적고 듣는 사람도 적은데, 국악과 퓨전음악을 전하면서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
  국악이 대중가요에 밀리는 것은 당연한 것 같다. 공연을 하는 횟수나 규모의 차이도 물론 있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화려하고 많은 볼거리를 제공해주면 공연 자체를 좋게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화려함에 반해 국악은 정적이면서 동시에 재미를 주는 부분이 많이 약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지루하다’, ‘촌스럽다’고 느끼는 것인데 어찌 보면 당연하다.


Q. 국악에 대한 좋지 않은 고정관념은 언제 어떻게 생겨났다고 보는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당시 일본인들은 문화말살정책을 실시했는데, 그 영향력이 매우 컸다. 국악을 기생의 문화라고 치부해버리고 국악이라 하면 굿판에서 무당이 하는 것 정도로 생각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음악 교과서를 보면 국악이라는 장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제 와서야 비로소 국악이 음악 교과서에서 40% 정도를 차지한다. 이제야 국악이 조금 관심을 받고 있는 마당이니 그러한 관념은 일제강점기 이후부터 차곡차곡 쌓여온 것이라 할 수 있겠다.

 

Q. 일반인의 인식은 그렇다고 하지만 그러한 인식에 전환을 유도하고 새롭게 알려나가는 입장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이 퓨전음악이고 국악가요였다. 새로운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다가간다면 내가 부르는 노래나 국악가요를 그들이 알게 되고 국악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도 점점 좋아해갈 수 있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국악에 힙합이 가미되면서부터는 관객이 열광하는 정도가 달랐다. 힙합을 하는 친구들이 풍기는 분위기, 관객에게 다가가는 방식 등은 그들밖에는 할 수 없는 것이고 거기에 국악 악기와 판소리 등이 더해지니 새로웠다. 힙합 역시 같이 노래해주면서 뒤에서 반주까지 해주니 더욱 풍성한 공연을 했고, 결국 서로 윈윈(win-win)했다고 할 수 있다.

 

Q. 초·중·고등학교에서 국악을 가르친다고 했는데 교육에 있어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어린 학생들이 우리나라 전통음악에 대해 느끼는 점은 배우면서 형성된다. 내가 지루하게 국악을 가르치면 이 친구들은 평생 동안 국악은 지루한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학생들에게는 재미나게 국악을 알려, 우리와 우리 부모 세대와 달리 우리나라 음악과 악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할까를 생각한다.


  진도아리랑을 가르칠 때보다는 창작 국악동요라는 것을 가르칠 때 학생들은 훨씬 재미있어 한다. 국악동요를 이용해 국악의 장단 등을 가르치면서 국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장구나 단소 같은 악기를 많이 접할 수 있게 하고 국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Q. 많은 사람들이 국악 공연을 접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국립국악원에서 정기공연을 보려고 하기보다 그 시간에 뮤지컬이나 연극을 보는 사람이 훨씬 많다. 현재, 국악 행사 정보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공연을 한 번도 못 본 사람보다는 한두 번이라도 직접 가서 본 사람이 또다시 공연을 보러오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마당에 왜 국악 공연을 보러 오지 않았느냐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지금도 정기적인 공연이 시립, 국립 차원에서 많이 있는데 대학에서 정보를 제공하고 언론도 지속적으로 보도해준다면 많은 분들이 보러 올 거라 믿는다.

 

Q. 퓨전음악이라는 독특한 장르로 국악을 알려나가고 있는데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
  대학생들 역시 판소리, 국악이라고 하면 정적이고 따분하다고 느끼기 쉽다. 부산대학교 학생이라면 10·16기념관을 알 것이다. 매주 10·16기념관에서는 예술대학 학과의 공연이 진행되고 있는데, 가끔 점심시간에 30분만 시간을 내 예술 공연을 본다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자면, 아주 유명한 한 외국대학에서 그곳 유학생을 대상으로 장기자랑을 시켰다고 한다. 유학생들은 각 나라별로 다들 모국의 악기나 노래를 했다는데 유일하게 우리나라 학생만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했다고 한다. 사실 잘하는 게 중요하기보다 모국의 전통 춤이나 노래, 악기연주 등을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나라 학생들은 아무것도 몰라 창피를 당했다고 한다. 너무 부끄러운 일이다.


  성인인 대학생들은 관심과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이 직접 무언가를 찾고 배울 수 있다. 거창한 것이 아닌 장구 한 장단이든 단소 소리를 조금 내든, 민요를 한 구절하든 완벽하기보다는 단지 알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한민국 음악과 전통악기를 조금이나마 알고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특히 부산에는 시립 국악관현악단과 국립 국악원이 모두 존재하는데 이러한 환경을 잘 활용하고 또한 우리학교 내에서는 무료로 예술 공연을 관람한다면 예술에 대한 시각을 훨씬 넓힐 수 있다. 그리고 이왕이면 국악에 힙합이 가미돼 더욱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다면 더욱 좋다. 그렇게 된다면 국악에 대한 고정관념도 깨지고, 이후에는 우리 국악까지 접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다.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264
    • 글자 크기
"부대신문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 (by 부대신문*) 젊은 그대 미지의 신세계로 달려나가자! 젊음의 희망을 마시자! (by 부대신문*)

댓글 달기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부대신문 배기량 50cc 이하 이륜차 신고제 의무화 부대신문* 2012.03.08
부대신문 쉽고 싸게 책 사고 파세요 부대신문* 2012.03.08
부대신문 나노대 밀양 수업, 대부분 부산으로 옮겨 부대신문* 2012.03.08
부대신문 1435호 메아리 부대신문* 2012.03.08
부대신문 1435호 메아리 부대신문* 2012.03.08
부대신문 1435호 메아리 부대신문* 2012.03.08
부대신문 1435호 메아리 부대신문* 2012.03.08
부대신문 등록금 4.7% 인하 그쳐…“등록금 심의 다시 해야” 부대신문* 2012.03.08
부대신문 주민 모두가 가지가 돼 퍼져나가는 ‘반송나무’ 부대신문* 2011.12.05
부대신문 현대판 ‘두레’가 나타났다 부대신문* 2011.12.05
부대신문 [제49회 부대문학상 소설 부문 심사평] 부대신문* 2011.12.08
부대신문 [제49회 부대문학상 시부문 심사평] 부대신문* 2011.12.08
부대신문 [제49회 부대문학상 시부문 가작] 슬픈소묘 부대신문* 2011.12.08
부대신문 [제49회 부대문학상 소설부문 당선작] 순정 부대신문* 2011.12.08
부대신문 자연은 자연다울 때 가장 아름다워요 부대신문* 2011.06.15
부대신문 "부대신문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입니까?"1 부대신문* 2011.04.12
부대신문 국악의 판소리, 힙합의 랩이 만나다 부대신문* 2011.04.12
부대신문 젊은 그대 미지의 신세계로 달려나가자! 젊음의 희망을 마시자! 부대신문* 2011.03.06
부대신문 사인펜은 안녕, 컴퓨터로 수강신청하다 부대신문* 2011.02.17
부대신문 꿈을 담은 편지 부대신문* 2010.05.06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