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욱 환경활동가
아이들과 함께 들판에서 뛰어놀며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알리는 환경활동가 김현욱 씨. 부산녹색연합에서 활동하는 현욱 씨는 ‘환경 보호’가 그리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자연은 돈이 들지 않고 다른 것들과 공존할 수 있다고 목청 높이는 그를 만나봤다.
“지역 시민단체가 진행하는 생태체험 프로그램에 자녀와 함께 참여하며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말하는 김현욱 활동가. 한 가정의 주부인 그는 부산녹색연합에서 시민들과 함께하는 생태교육을 주로 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낙동강살리기부산시민본부와 함께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낙동강을 보존하기 위해 1인 시위도 참여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떳떳한 엄마가 되고 싶었어요
한창 민주 항쟁이 활발하게 진행되던 80년대 후반에 대학을 다녔다는 현욱 씨. 잠시 노동운동에 참여했지만 이내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와 결혼생활에 전념했다고 한다. 그는 “그때는 노동 부분에만 관심을 가졌었지 환경에 대한 인식은 전혀 없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다 결혼 후, 자녀와 함께 시민단체의 들꽃기행 자원봉사를 하며 남들보다 꽃이나 나무를 더 많이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속에서 아버지와의 기억을 되새기게 됐고 환경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환경단체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의 머릿속을 스쳤던 건 다름 아닌 자녀들이었다. 현욱 씨는 “당시에 우리 아이가 고등학생이 될 때였다”며 “돈만 벌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아닌, 사회에 떳떳한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아이들과 함께 들판을 누비다보니 얼굴이 새까맣게 타버린 현욱 씨는 “어머니께서는 아직도 내가 하는 일을 못마땅해 하신다”며 웃어 보인다. 피부가 잘 타는 편이라는 그는 “기자회견을 할 때마다 혹여나 어머니께서 보실까봐 모자를 눌러쓰게 된다”며 “어머니는 매번 ‘내 죽는 꼴 봐야겠나!’라고 안타까워하신다”고 말한다. 여느 어머니가 그러하듯 예쁜 옷을 차려입고 정시에 출퇴근하는 직장에 다니길 바라신다고. 정해진 출퇴근 시간이 없고 주말에도 활동을 해야 하는 시민단체의 특성상 가족과 소소한 갈등을 겪기도 했다고 말한다.
시민들의 참여, 가장 중요해요
낙동강 하구 생명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김현욱 활동가는 매번 활동을 할 때마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하나하나에 행복함을 느낀다고 한다. 더불어 1회성으로 끝나는 타 단체와 달리 14년째 진행하고 있는 바다정화 프로그램을 통해 자부심을 가진다고. 초·중·고등학생과 대학생 그리고 가족단위가 많이 참여한다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바다에 쓸려 내려온 쓰레기를 함께 줍고 모니터링 한다. 참여한 시민들이 이를 통해 바다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현욱 씨는 “모니터링에 참여하는 아이들은 대부분 힘들어 하면서도 내가 버린 쓰레기가 정말 돌아온다는 사실을 보며 놀라워한다”며 “이들의 행동이 당장 바뀌진 않아도 많은 것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지난 1월 중순부터는 서면에서 4대강반대 엽서보내기 운동도 참여하고 있다. 엽서보내기 운동을 진행하다 보면 “왜 공사가 다 끝나가는 이제야 반대 목소리를 내냐”고 말하면서도 꾸준히 참여해주는 시민들 덕에 행복하다는 현욱 씨. 그는 “이 엽서를 보낸다고 해서 정부가 4대강 사업을 당장 중단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이라도 노력해야하지 않겠냐”며 “늦었지만 4대강 업이 중단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이런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됐다”고 말한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진 않지만 관심을 가지며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엽서를 적어주는 모습이 고맙다고 한다.
4대강 사업, 지금 당장이라도 그만둬야해
현재 4대강 사업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전문가들이 강조해왔던 문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설명하는 현욱 씨. “지금까지는 정부가 어떤 식으로든 사업을 진행해 나가고 있지만 임기가 끝나면 곧 복원하겠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한다. 엽서보내기 운동을 진행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한다. 4대강 사업이 시행되기 전 낙동강 주변에는 버드나무와 같이 수질을 개선해주는 여러 수생식물이 많이 서식했다고 한다. 강 아래에는 자정능력이 뛰어난 모래와 여러 생물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두 파헤쳐져 사라진 상태다.
더불어 그는 장마가 오면 천편일률적이고 깔끔하게 조성한 널찍한 공간들이 더 많은 문제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시멘트는 비가와도 물을 머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멘트로 발라버린 자리를 원래 차지하고 있던 둔치는 스펀지와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어 비가 오면 홍수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재 그 둔치들은 넓고 쾌적한 체육공원으로 변해버렸다. 현욱 씨는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큰 재앙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최대한 빨리 그만둬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연 생태계는 복원되기 위해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그는 “자라날 아이들이 자연의 자연스러움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한다. 조경되고 예쁘고 규격화된 것에만 익숙해진 어린아이들은 자연을 접할 기회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현욱 씨는 “처음에는 파괴된 자연을 보며 속상해하던 아이들도 잘 조성된 공원을 보면 ‘예쁘다’고 감탄한다”며 “자라나는 아이들이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복원을 할 때도 ‘빨리’보다는 ‘천천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턱대고 추진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 안전하지 않아
“정부가 말하는 친환경발전은 이산화탄소만 배출되지 않는 것”이라며 “원자력 발전은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하는 현욱 씨. 그는 최근 화두로 떠오른 원자력 발전소에 대해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만약 후쿠시마 원전 사태와 같은 사건이 우리나라에도 발생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강조한다. 부산-고리간 거리는 25km로 240km인 도쿄-후쿠시마에 비해 1/10이나 가깝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고리원자력발전소 1호기를 연장가동하며 ‘안정성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하며 ‘지진해일을 막기 위해 제방을 쌓겠다’고 말한 것 역시 ‘말이 안된다’고 강조한다. 현욱 씨는 “지진해일이 발생한 후쿠시마가 가장 자랑하던 게 ‘제방’이었다”며 “제방이 있는지도 모르게 들이닥치는데 막을 수 있겠냐”며 회의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만약 지진해일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해도 핵폐기물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방사성에 오염된 옷이나 모자 등은 다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버릴만한 공간을 계속 확충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욱 씨는 “원자력 발전소는 가동을 중단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가동이 중단돼도 방사능은 계속 유출되고 열이 식는 데도 몇 만 년이 걸려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환경보호, 누구나 참여해주길
환경단체에서 일하긴 하지만 환경운동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현욱 씨는 강조한다. 함부로 담배꽁초를 버리지 않는 행동이 환경 보호를 위한 길이기 때문이다. 활동을 하다보면 “환경단체는 반대만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하는 그는 멀리서 바라보고 ‘왜 저러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다가와서 이유를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현욱 씨는 “모든 사회에서 환경은 1순위가 돼야 한다”며 “그 속에서 체계를 잡아가야만 자연스럽고 평온한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자연은 돈이 들지 않는다”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하는 현욱 씨는 다시 거리로 나선다. 낙동강을 무분별하게 개발하는 정부에게 “자연을 괴롭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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