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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9회 부대문학상 시부문 가작] 슬픈소묘

부대신문*2011.12.08 14:06조회 수 168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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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소묘

오랫동안 기다렸던 버스가 도착했어요
기사아저씨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셨어요
자네 그 동안 발전은 좀 있었나?
저는 고개를 떨구고 그저 자리에 앉아
창밖만을 바라봤어요
버스가 출발하자 거리위의 사물들이 어지러이 굴절되어 보였어요
차창에 희뿌연 아지랑이가 일더니 입이 돋아났어요
버스손잡이, 의자, 바닥 모두 입으로 변해갔어요
저기요, 여기, 여기좀, 제발, 여기좀, 보세요
기사아저씨와 승객들이 다가왔어요 온통 입이 뒤덮힌 채로요
그들이 저를 둘러싸고는 고막이 찢어질듯한 괴성을 질렀어요
귀를 막아도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고
저는 완전히 체념하여
파운데이션, 립스틱, 아이쉐도우를 두텁게 칠하고 치마를 입었어요
그러자 아름다운 선율로 바뀌며 머리카락이 자라났고
그들이 저의 다리사이로 호스를 넣고 펌프질을 시작했어요
저는 행복에겨워 가만히 배가 불러오는 모습을 바라만 보았어요
터질 듯 부풀러 올랐지만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펌프질을 했어요
마침내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거울이 밀려나왔어요
그들이 탯줄을 잘라내고 거울을 살펴보더니 혀를 찼어요
쯧쯧, 아직도 멀었군 멀었어
그들은 분노한 얼굴로 거울을 차창 밖으로 던져버리고
저의 등짝도 걷어차 밖으로 굴러떨어졌어요
버스는 무심히 출발했어요
깨어진 거울조각을 주워담으며 오열하는 저를 지나치며
버스 안에서 수염 난 여자가 저를 쳐다보고 한숨을 쉬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었어요
여자는 창백하게 비웃는 수많은 입들과 함께 멀어져갔어요

오늘도 저는 노트를 깨작거리며 버스가 다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원문출처 : http://weekly.pusan.ac.kr/news/articleView.html?idxno=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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