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겸해서 할아버지댁에 식사하러 갔습니다.
동생은 지금 5급 공채 준비를 1년 동안 하고 있는 중인데, 할아버지께서 동생한테 '시험 준비를 하더라도 일을 좀 하면서 해야지, 요새 젊은 애들은 고생하는 거 싫어해서 큰일이다, 고생을 좀 해봐야 철도 드는건데...'는 식으로 훈계를 하셨습니다.
그랬더니 동생이 '아버지가 부자셔서 일 안 해도 된다'는 식으로 바로 맞받아치는 겁니다;
그 자리에는 정말로 평범하게 살고 계신 친척 내외분들도 잔뜩 있었고, 대학생활 내내 아르바이트하면서 자기가 돈 벌어서 지금 사무관으로 일하고 있는 친척동생도 있었습니다(제 동생보다는 2살 위 언니입니다)...
저희집은 아버지께서 직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시고 어머니가 투자 수완도 있으셔서 꽤 큰 돈을 저축한 탓에 저나 동생이나 살면서 돈 걱정 해본 적이 없는 것은 맞습니다... 명절 때 경비 일 몇십만원씩 나오는 것도 전부 아버지가 해결하시고요...
차라리 저희집도 그냥 평범한 집이었으면 동생의 어린 치기로 받아들였을텐데,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친척일가분들에게 우리집과 그 집들 간의 경제적 격차를 인식시켜주고, 할아버지께 불손하게 행동하고... 최근 동생이 시험 준비 때문에 예민해져 있단 건 알았지만(어머니와도 자기 방식에 간섭하지 말라고 몇 번 다투었다고 합니다)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친척들 앞에서도 이런데 친구들 앞에서 얼마나 오만하게 행세하고 있을 지 생각하면 좀 화가 나기도 하구요
그래서 부모님께서 집에 가서 훈계를 좀 하실 줄 알았는데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전혀 일언반구도 없으신 겁니다. 저는 직장인인 탓에 어제 저녁에 서울로 올라왔구요. 그치만 마음이 너무 안 좋습니다. 저라도 동생에게 몇 마디 해야하는건지, 아니면 부모님께 이야기드리는 게 맞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괜히 별 일도 아닌 일인데 힘들게 시험공부하는 동생의 사기를 꺾을까봐 걱정도 되고요.... 제가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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