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좋아진 것 같다.

피곤한 꽃향유2018.06.08 23:21조회 수 1678추천 수 8댓글 1

    • 글자 크기
사람들은 좋아하는 이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건네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 사람들 중 하나가 아니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생각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하지 않게 된 지 오래였으니까.

왠지 생일을 축하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왠지 편지를 쓰고 싶었다. 문구점에 들러서 예쁜 편지지를 사고 책상에 앉아 샤프를 꺼내들어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갔다.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그야말로 오랜만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담기기는 커녕 시답잖은 농담만 가득이었다.

결국 무의미한 몇 줄의 끄적거림과 문장 사이사이 빼꼼 등장하는 이모티콘들은 지우기로 했다. 손편지를 쓴다고 생각하니까 아무래도 진심이 전해지지 않으면 안 된다고 여겼던 것 같다. 담기지 않는 마음을 편지지 안에 가지런히 담아보려 애쓰다보니, 너는 어떤 아이인지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너는 예쁘고 귀엽다. 어느 누구라도 너에게 예쁘고 귀엽다고 한다. 일 년 전에 처음 봤을 때도 넌 예쁘고 귀여웠다. 가끔 마주치고 가끔 이야기도 하면서 그럭저럭 알고 지내다 보니 너는 마음까지도 예쁘고 귀엽다는 걸 알게 됐다.

더 이상 떠오르는 생각이 없을 것 같을 때 쯤 너는 참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왜 그렇게 된 것인지는 도저히 가늠할 수 없지만, 아름답다는 그 단어에 갑작스레 꽂혀버린 나에게 더 이상 편지에 마음을 담는 건 어쩐지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되었다.

아름다운 사람의 아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이지 즐거운 일이다.

행복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어서 행복하다는 말이 있다. 이와 같이 세상의 많은 일들은 원인과 결과가 뒤바뀌어도 말이 되는 경우가 있다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이번 일은 말이 되는 경우였으면 좋겠다. 너를 좋아해서 네 이름을 곰곰이 생각했던 게 아니다. 예쁘고 귀여운 너, 아름다운 너의 이름을 곰곰이 생각하다보니 이리 되었다.

네가 좋아진 것 같다.
    • 글자 크기
3주쯤 지났는데 (by 짜릿한 극락조화) 지친다... (by 어두운 연꽃)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공지 욕설/반말시 글쓰기 권한 영구 정지3 똑똑한 개불알꽃 2019.01.26
공지 사랑학개론 이용규칙 (2018/09/30 최종 업데이트)6 나약한 달뿌리풀 2013.03.04
49525 금사빠 고치고 싶어요5 추운 유자나무 2018.06.09
49524 3주쯤 지났는데11 짜릿한 극락조화 2018.06.09
네가 좋아진 것 같다.1 피곤한 꽃향유 2018.06.08
49522 지친다...2 어두운 연꽃 2018.06.08
49521 졸지에 얼굴 밝히는 놈 되어버림..14 엄격한 편도 2018.06.08
49520 친구라는 말4 자상한 졸참나무 2018.06.08
49519 도른???19 난감한 들깨 2018.06.08
49518 .8 날렵한 금목서 2018.06.08
49517 여자분들 반지9 질긴 광대수염 2018.06.07
49516 여친의 남사친들의 선연락들이 스트레스 받아요10 깜찍한 참꽃마리 2018.06.07
49515 동성친구들 중에 이성친구 사귀고 나서25 밝은 넉줄고사리 2018.06.07
49514 .2 방구쟁이 층꽃나무 2018.06.07
49513 .35 깜찍한 부처꽃 2018.06.07
49512 페미니스트 여자친구와 헤어졌습니다42 훈훈한 더덕 2018.06.07
49511 .3 끔찍한 마삭줄 2018.06.07
49510 짝사랑이랑 단둘이 있을 때10 활동적인 대마 2018.06.07
49509 근데 성형하면 티나지않나요??25 발냄새나는 솔붓꽃 2018.06.07
49508 전여자친구랑 같은 선물9 황홀한 변산바람꽃 2018.06.07
49507 .3 겸연쩍은 고로쇠나무 2018.06.07
49506 짝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9 초연한 칡 2018.06.07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