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초에 겪었던 ‘청춘99도’에 대한 경험은 좋지 못한 기억이라 기억 속 깊은 곳에 묻었는데, 어제하고 오늘 묻혀있던 기억이 저절로 꺼내졌습니다.
사이비인지 사이비가 아닌지에 대해서 확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른 분들도 경각심을 가지고 만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예전에 써뒀던 일기와 제가 느꼈던 감정을 추가해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청춘99도’를 알게 된 건 올해 3월 29일 목요일날, 서면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타지방에 있는 지인들이 서면에 오는 날이라 수업을 마치고 바로 서면으로 가는 중 두 분이 제게로 다가와 잠깐만 시간을 빌려달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빨리 가서 지인들을 만나고 싶었지만 그래도 말을 걸어온 사람들에게 매몰차게 얘기하기는 좀 그래서 잠깐 얘기라도 듣자는 생각에 서로 대화를 나눴습니다.
제게 휴대폰을 보여주더군요. 그 휴대폰엔 ‘청춘 99도’라고 적혀있었습니다. 그러더니, 제게 웃으면서 묻더라고요.
“왜 청춘 99도인지 아세요?”
공대인 저는 압력이 다르면 물의 끓는 점이 다르다고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꾹 참고 그분들이 생각하고 있는 답을 꺼냈습니다.
“물의 끓는 점이 100도라서요?”
제 대답이 맞다고 웃으셨습니다.
그 후에 자기들은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면서, 책을 쓰고 있는데 그 주제가 청춘들이 겪고 있는 고민과 향후 장래에 대한 것인데 조금 도와줄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 제 장래희망은 작가였습니다. 책 얘기가 나오면 눈이 돌아갔죠. 그래서 작가시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런데 대답이 이상하게도 ‘자기는 작가는 아니고, tmg란 문화단체에서 자기들에게 지원금을 주고 자기들은 그 지원금을 받고 정보를 얻고 있다.’ 잘은 기억 안 나지만 이런 식이었습니다.
‘정말 유명한 저자가 아니면, 적자 위험 때문에 이렇게 사람들을 고용하진 않을 텐데… 하물며 청춘과 장래에 대한 주제는 이미 레드오션이라 더더욱 성공하기 힘들 텐데…’라는 의심 때문에 그 앞에서 tmg 문화단체를 검색해봤는데 존재하는 단체가 아니더군요.
제가 물어보니, 지금 사이트 정비 때문에 잠시 폐쇄되었다고 답했습니다. 물론 사이트가 정비된다고 해서 사이트들의 활동 흔적들이 사라지지는 않을텐데, 검색해보니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책을 쓰는 사람들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제 번호를 주면서 얘기했습니다.
“사실 이런 거 잘 안 해드리는데, 책 쓰신다고 하셔서 도움 드리는 겁니다. 제가 책을 정말 좋아하거든요.”
“아 그러세요? 무슨 책 좋아하시는데요?”
“도스토예프스키 좋아합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적어도 책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름은 들어봤을 텐데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일단은, 그 자리에서 벗어났고 3월 31일날 만났습니다. 조금만 대화하다가 정 아니다 싶으면 바로 빠져야겠다는 생각으로 그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만나보니 생각했던 거랑 달라서 의외였습니다. 대화도 생각했던 것보다 잘 통했고 꿈이나 삶에 대해서 나름 즐겁게 대화할 수 있어서 좋았는데, 마지막에 낙과 행복을 얘기할 때 살짝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나무를 보면서 즐겁다고 느끼는 감정이 낙이고 행복이 아니라고, 행복은 영원한 상태라고 얘기를 하는데 순간 뭔가 싶었습니다. ‘언어의 온도’에서 그런 방식으로 표현했다고 내게 계속 그건 낙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저도 ‘언어의 온도’를 읽어봤습니다만, 그게 기억에 남지 않는 거로 봐서 큰 주제는 아니었던 거 같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행복을 다루는 책은 ‘낙’과 ‘행복’에 대해서 구분 짓지도 않기도 하고요. 저는 순간적인 행복이 모여 삶의 전체적인 행복을 이룬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예 접근하고 있는 방식이 달랐고, 계속 얘기해봤자 쓸데없는 논쟁이 계속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넘어갔습니다.
마지막으로 장래와 행복을 얘기하는데, 박진영이 남을 이롭게 하는 삶을 살아가는데 행복하지 않았다고 제게 얘기하더군요.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의 가치관의 차이가 아닌가? 나는 지금 행복하다. 공부만 하고 책을 읽고 운동하고 게임 하고 글을 쓰는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데, 왜 내 행복을 부정하려고 하세요?”라고 답했지만 의뭉스러운 미소만 지은 채로 알아보시라고 대답하더군요. 후에 그리고 박진영에 대해서 검색을 했는데, 힐링캠프에서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더 찾아보니 그 말이 절대적인 신이 존재함을 함축적으로 나타내주는 말이었습니다. 그 후에 행복에 대해서 2차 설문조사를 하자고 하더군요. 일단 알겠다고 대답하고 재빨리 도망쳤습니다.
지인한테 물어보니 자기도 부산대에서 ‘청춘99도’에 대해서 질문받았다고 답하더군요. 그래서 혹시나 싶어 검색해보니, ‘동의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스북 사이트에 ‘청춘99도’에 대한 인터뷰에 대한 질문 글이 있더군요. 날짜는 1월이었습니다. 물론 인터뷰를 2달 동안 할 수 있고, 저 글이 거짓일 수도 있겠지만, 글 안에 ‘청춘99도’와 부산대 학생이 있는 거로 봐선 진실일 확률이 높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종교를 믿고 있냐고, 인터넷에 ‘청춘99도’ 평이 좋지 않고 1월에도 인터뷰하신 거 같은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니, 돌아온 건 1월에 한 적 없다는 답과 화였습니다. 물론 상대방은 사이비든 사이비가 아니든 화가 날 상황입니다만, 그래도 그렇게 얘기를 한 건 제가 배려심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불안하고 걱정스러워서였습니다. 종교적인 색채가 드러난 대답을 했고 tmg란 단체는 찾아볼 수 없고 1월에도 하던 걸 왜 아직도 하는지 이유를 듣고 싶었지만, 줏대가 없는 사람과는 같이 일하지 않는다고 얘기하시길래 그렇게 끝이 났습니다.
6월 25일 또 휴대폰에 담긴 ‘청춘99도’를 제게 보여주며 설문조사를 부탁하더군요. 이번엔 교수님의 지도 아래에 교양교육원의 지원을 받는다고 하더군요. tmg 문화단체는 어디갔냐고 묻고 싶었지만 일단 참았습니다. 다른 방식으로 알아보려고 교양교육원에 전화해보겠다고 얘기하니 교양교육원은 지원만 해줄 뿐 잘 모른다고 얘기를 하더군요.
그리고 오늘, 어제는 교양교육원이라고 했으면서 이번에는 공모전 참가로 저한테 부탁드리더군요.
여러분들 이건 제 경험입니다. 이분들이 사이비가 아닐 수도 있고 진짜 책을 쓸 목적이면서 tmg 문화단체와 교양교육원의 지원을 받고 공모전 참가를 위해 인터뷰할 수도 있습니다. 만나실 때 어느정도 경각심은 가진 채로 만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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