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의 일입니다.
그 당시 전 또래들보다 키가 큰 편이어서, 가끔씩 중학생이 아니냐 오해를 받곤 했었어요.
그리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셨던 어머니의 압박으로, 토요일마다 성당에 나갔습니다. (사춘기 이후로는 안 감)
근데 교리는 정말 듣기 싫어서, 교리시간에는 피시방에서 게임하다가
미사시간에만 어기적어기적 들어가서 듣고(사실상 졸고) 오는 생활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성당으로 갈려면 골목 하나를 꺾어야 했는데
그 골목이, 지금은 상권이 들어와서 사람도 많이 다니고, 밤에도 번쩍번쩍하지만
그 때만 해도 낙후된 골목이었습니다.
더군다나 미사시간은 저녁이어서, 걸어가면 약간 으시시했어요.
어느날도 마찬가지로 피시방에서 게임하다가
미사시간이 돼서 성당으로 가고 있는데
그 골목 중간쯤에서, 한 여자분이 제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을 건넸어요.
"혹시, 몇 년생이세요?"
"넹??? 저 95년생이요" (이때만 해도....묻는 말에 곧이곧대로 대답하던 순수한 초딩이었...)
"95년생이요??? 아, 초등학생?"
"네넹"
"아,하~... 중학생처럼 보였는데..."
"지금 어디가세요?"
"넹?? (손가락으로 가리키면) 요앞에 성당..."
그래서 제가 "근데 왜요??" 라고 물으니까
그 여자분은 애매하게 웃으시면서
"아, 제가 아는 동생이랑 닮으셔서요~ 근데 95년생이시라니까, 아니네요."
라고 말한 뒤에 가셨습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일행분에게 작게 "95년생이래"라고 말하시더군요.
그 때의 저는 ^-^?? 이 표정으로 그냥 갈 길 갔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아는 동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처음에 몇년생이냐를 묻는게 아니라
이름이 뭔지부터 묻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드네요.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