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문법에는 아직 인터넷 여론 조작에 대한 부분이 제정되어 있지 않고 관련된 법안들(댓글 조작 금지·배후자 동일 처벌 법안 등)이 이제서야 국회에 발의되어 있는 정도에 불과하다. (정치권 댓글 조작 사건 당시 네이버가 댓글조작단에 업무방해죄를 물을 수 있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 이것은 인터넷 여론 조작이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법은 항상 사회가 바뀌고나서 뒤늦게 바뀌는 것이라 법이 현실을 따라가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변호사 자문을 구하였으나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라고 해명하였다. 맞다. 총학생회는 현재 관련 법률이 제정되지 않아 법적으로는 책임을 질 것이 없다. 그러나 누구도 총학생회에 법적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 적이 없다.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총학생회가 말하는 도의적 책임도 아니다. 우리 손으로 뽑은 총학생회에 2만 학생들을 기만하고 학내 민주주의를 훼손한 데에 대하여 정치적 책임을 어떻게 질 것이냐고 물어보고 있는 것이다.
총학생회는 부정하고 있지만 총학생회의 30%에 해당하는 인원이 여론 조작에 참가하였다면 그것은 누가 봐도 '조직적 조작'이며, 그들은 "개인의 의견 표출"이므로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하지만 그 개인에게는 '공식적 지위'가 부여되어 있기 때문에 그 개인은 절대로 개인 OOO이 될 수 없다. 사석이 아닌 이상 총학생회 간부 OOO이 되어야 마땅하다. 게다가 마이피누는 사석이 아니라 부산대생 절대 다수가 이용하는 넉터와 같은 '공중 장소'이다.
예를 들어 우리학교 직원들 중 30%가 넉터에서 "학생들을 위해 직원 월급을 동결하겠습니다."라고 발표한 후 다음날 후드티를 뒤집어쓰고 직원들임을 숨기고 "직원 월급이 너무 적다. 인상해야 한다. 동결하자는 사람들은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단체 시위를 하고 다니다가 적발되었는데 그 해명이 "시위를 한 것은 직원 OOO이 아니라 개인 OOO"이라고 하면 누가 상식적으로 그것을 납득하겠는가? 직원 개개인이 학교라는 단체에 소속되고 공식적 지위를 부여받은 순간부터 그는 절대 개인 OOO이 아니다. 그리고 그 직원들이 계획적으로 움직이지 않고 각각이 그런 시위를 했다고 하더라도 밖에서 보이는 그 행위의 모습은 '조직적 행위'이다.
지위라는 것은 그것을 부여받은 개인이 마치 명찰처럼 "나는 지금 '총학생회 간부'라는 명찰을 뗐으니 이제 '총학생회 간부'가 아니라 개인 OOO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은 오직 '총학생회 간부'라는 지위를 스스로 사퇴하거나 제명당했을 때만 가능한 것이다. 지위는 총학생회라는 단체로부터 공식적 절차를 통해 부여받은 것이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부여 받았으니 그것을 떼는 것도 개인의 의사에 따라 이루어질 것이 아니라 공식적 절차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적어도 총학생회가 "개인 OOO의 의견 표현"이었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정말 순수한 '개인의 입장에서의 의견 표출'이었어야 한다. '개인의 입장에서의 의견 표출'이 되기 위해서는 적어도 총학생회 간부만이 알 수 있는 내부 정보들을 모르고 있어야 하며, 게시글에 그것들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이미 그런 정보를 아는 상태에서 작성된 게시글들에서는 총학생회 간부만이 알 수 있는 정보가 알게 모르게 묻어나오고 있고, 설사 그렇지 않을지라도 이미 그런 정보들을 아는 상태에서 작성되었다면 이미 순수한 개인의 입장이 아니게 된다. 개인의 입장이라는 변명에 "왜 개인에 관한 글을 쓰지 않고 총학의 글을 썼나?"라고 묻고 싶고, 그 이유는 개인 OOO과 총학생회 간부 OOO이 같아 분리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대신 답해주고 싶다.
아무도 총학생회에 법적 책임을 요구한 적이 없으니 총학생회는 변호사만 찾지 말고 이 사건에 대해서 어떻게 정치적 책임을 질 것인지 발표해야 한다. 총학생회가 그들 스스로 조사를 할 의지도 정치적 책임을 질 의지도 없다면 그들에게 선거에 의해 정치적 정당성을 부여한 부산대 학생들에 의해서 그 왕좌에서 질질 끌려 내려오게 될 것이다.
정치적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항상 타이밍이었다. 총학생회가 변명을 하고 시간을 끌면 끌수록 그들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은 더욱 무거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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