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배운점

친숙한 독일가문비2019.01.29 12:36조회 수 920추천 수 16댓글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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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마이피누에 군대 문제로 남자여자가 이러쿵 저러쿵 하는 글을 보니 군대생각이 나서 글을 적어봅니다.

참고로 젠더문제가 아니니 토론 좋아하시는 분은 안 읽으셔도 됩니다.

 

 제가 상병쯤이였나 어느 정도 근무를 했고 일도 익숙을 넘어 부대에서 제일 잘하게 되었죠. 

군대에선 전장비라는 행사가 있습니다. 여학우분이 이 글을 보실지는 모르지만 예전 우리 고등학교 중학교때 환경미화 기억하십니까? 말 그대로 군대에서 사용하는 장비들을 모두 청소하고 고쳐서 누가 누가 장비 관리를 잘하냐! 이런 걸 경합하는 대회입니다. 저는 직책상 정비를 많이 해야하는 보직이였고 일의 숙련도가 높은 상태라 전장비를 하면 꼭 필요한 인원중 한명이였습니다. 

 군대에선 휴가를 한달 전 부터 계획하고 관리합니다. 저도 물론 한달 전부터 휴가를 계획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기로 한 휴가기간에 전장비 준비기간이 겹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느 누구도 저에게 휴가를 취소하라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작업의 핵심이 되어야할 저와 저의 선임 둘다 그 기간에 휴가를 써 문제가 생겼지요. 하지만 선임은 저에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휴가를 나갔고 저는 중대장실에 찾아가 휴가를 취소하고 전장비 준비를 하였습니다. 

 저희 대대의 전장비 결과는 사단 1등이였고 당연히 대대장은 포상휴가를 뿌렸죠. 각 중대별로 가장 열심히 일한 인원 한명에게 포상을 줘라 였습니다. 저는 그 소식을 듣고 아 내가 받겠지 이런 생각은 안했습니다. 다만 많은 동기와 후임 선임이 함께 일했지만 그 중에서 가장 고생한 사람들은 저와 저의 후임이라고 생각했기에 저와 같은 보직을 가진 병사중에서 포상휴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후임들에게 나는 저번에 포상을 한번 받았으니 너희가 받을 수 있다 기대를 조금 해봐라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이없게 저희 중대장은 그 기간에 휴가를 나간 선임의 이름을 인사과에 올렸습니다. 뭐 군대니까 이해합니다. 군대니까 선임이니까 그 동안 고생했으니까 어떤 식으로 이해를 할려고 해도 저는 이해가 안되더군요. 그리고 저는 저의 후임 한 명을 불러 물어봤습니다.

Q:니가 보기엔 내가 군생활 어떻게 하는거 같냐?
A:짬 찼는데도 열심히 하시는 거 같습니다.

Q:너도 군생활 나 처럼 열심히 해볼꺼냐?
A:솔직히 말해서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XXX처럼 포상적당히 받고 안힘든일 하면서 보내고 싶습니다. XXX님 같은 군생활은 별롭니다.

 그 때 든 생각이 제가 참 멍청하였더군요 이등병시절 처음하는 일은 당연히 못하는건데 선임들은 갈구고 무시를 합니다. 그게 싫어 열심히 일했고 주특기 모든면에서 인정받을려고 최선을 다했죠. 하지만 제가 일을 잘하고 늘면 늘수록 선임들은 저에게 일을 시키기 시작했고 후임들은 저에게 의지하기시작했습니다. 간부들은 자기가 감독해야할 일인데도 저에게 몰래 시켜놓고 다른 곳을 가곤 했죠. 무시당하기 싫어 묵묵히 열심히한 저의 행동은 선임들에게 일을 떠넘길 이유를 만들었고 후임들은 저 사람이 일 잘하니까 나는 대충하면 욕한번 먹고 저사람이 다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죠. 심지어 간부들은 저에게 믿는다 고생많다는 말로 자기 일마저 저에게 떠넘기고 자기가 병사들에게 임무를 주는게 아니고 제가 하사들에게 오늘 할 일을 말하곤 했죠. 회의감이 많이 오더라구요. 

 제가 리더쉽이 부족했을 수 도 있고 팔로우쉽이 부족했을 수 도 혹은 간부들에게 저의 일을 어필하는 부분에서 잘 못했을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성격상 남을 막 부리기도 싫고 멍청한 선임들을 아부 떨며 따르기도 싫었고 간부옆에가 힘들다 포장좀달라 진짜 내가 다했다 이런 유새는 더더욱 떨기 싫었습니다. 

 멍청했죠. 그래서 다 던졌습니다. 집합안하고 생활관에서 자고 도망치고 훈련때 부르면 후임시켜 내보내고 그렇게 지냈습니다. 후임들은 제가 갑자기 일은 안하자 얼을 타기 시작했고 선임들이야 다 전역하고 간부들은 저의 변한 모습을 보고 머라하기도 하고 했지만 제가 받은 상심이 너무 커 머라해도 듣지 않았죠. 그러니 후임몇명이 와서 그러더군요 저처럼 군생활 하고싶다고. 참 아이러니 했습니다. 군대라는 특성이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참 이상했죠

 

 쓸데없는 말이 참 길었습니다. 

 사람 사는게 다 그런거 같습니다. 사람 마음이 모두 저와 같을 순 없으니까요. 조별과제도 똑같잖아요 선배가 솔선수범해서 조사하고 발표하고 하면 후배가 잘 따라오나요? 안하죠 그냥. 얼굴 붉히고 시키고 머라하고 해야 시간맞추고 해오죠. 회사도 똑같을 꺼라고 생각합니다. 사회는 열심히 하는 사람의 능력과 노력보다 정치잘하는 사회성있는 사람을 더 원하니까요.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의사소통능력은 정말 중요한거라고 생각합니다. 정치 여러분 정치를 배워야합니다. 정말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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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인드가 저랑 비슷하시네요. 늘 모범을 보이고, 총대매고 책임 질 줄 알고, 전역전날까지 앞장서서 일하는 사람이 제 목표였어요. 저는 다행히 몸쓰고 노가다하는 직별이라 간부일을 떠맡진 않았어요. 제 목표를 이루었구요. 맨날 가라안치고 애들데꼬가서 일해서 내밑에 애들은 고생좀했지만ㅋㅋ

    자신의 임무에 프라이드를 가지고 최선을 다한다는 자부심을 가져야하는데, 그거 없이 일 떠넘기고 책임넘기고, 가능한 일을 안된다고 하고. 군대에 참 역겨운사람 많았죠.

    그런데 책임감을 가지고 늘 최선을 다하시는 분또한 많았어요.
    작성자님은 인복이 없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그래도 경쟁사회였다면 그사람들 다 짓밟고 작성자님이 인정 받았을거라 믿어요.
    경쟁안해도 되니까 다 던지고 떠넘기고, 경쟁해야하면 열심히하고 이런부류는 더역겹네요.
  • 저렇게 희생하고 최선을 다했는데 아무도 안알아주고, 나만 손해보는것 같고. 결과는 이득이 없고 손해만 보고 속상하겠지만.

    작성자님이 바랬던건 포상, 인정을 못받을 지라도 우리가 자긍심을 갖고 진실하게 산다면, 내삶이 매순간 진실되고 올곧은 삶이 되겠죠. 훨씬 더 값진 것 아닐까요.

    저런 마인드의 사람이 많아지면 흔들릴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우리 자긍심을 갖고 살아봅시다.
  • 군대에서 열심히하는 용사들이 첨에 인정못받고 힘들고 다른 짬치워줘도 나중가면 주위에서 알아서 챙겨주고 칭찬하고 간부랑 친해지기도 쉬워서 이득볼 수 있는 부분도 있는데 근데 뭐 그냥저냥 편하게 군생활하려면 시키는 거만 하면됨
  • 나도 쌩고생 다하고 휴가나가있던 선임이 표창받았는데 ㄹㅇ ㅈ같더라
  • 글쓴님~
    많이 상심하셨을거 같아요.
    그래도 사회에서는 열심히 할 때에 똑같이 성실하고 좋은 사람들이 내 옆에 많이 찾아오더라고요! 낙담하지 말고 성실한 모습 계속 유지하셨으면 합니다! 화이팅
  • 저는 취사병 출신인데 선임들이 밥하다가 전부다 손다치고 말출나가서 이등병때 2주간 왕고 달았다가 군번이 잘풀려서 일병 6호봉때 왕고를 달았습니다. 이시기에 참 힘들었죠 아는것도 없는데 지지고 볶고 국끓이고 혼자 다할려니까.. 거기다 사단검열까지 왔었습니다. 근데 짬이 빨리 차다보니까.. 글쓴님이 상병때쯤 깨달으신걸 저는 일병 3~4호봉때 알아버려서.. 주위 다른보직선임들 눈치는 보였지만 진짜 일 대충하고 놀았습니다. 열심히 해도 남는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죠. 허구헌날 대대장이 잘게 썰어라, 튀김이 너무 딱딱하다, 맛이없다, 탔다.. 잔소리 맨날 질리도록 들었습니다. 여기서 저는 괴롭힐려고 일부러 갈구는 것이다 라고 느꼈습니다. 말하는 표정과 말투 휴가잘리고 싶냐는 협박과 함께 말했으니까요.. 실제로 맛이없었냐?? 사단에서 밥 맛있다고 소문이 난곳이 바로 저희부대 였습니다. 쓰다보니 댓글이 길어졌네요.. 저같은 경우엔 진짜 밥하는 시간외에는 취사관련된일 1도 안했습니다.. 그 밥하는 시간조차도 진짜 가라로 대충하고 나머지 시간엔 축구하고 사지방가고 자고 일시켜도 안했습니다 간부들 일했나 안했나 확인해본다?? 말하는데 하는간부 한명도못봄 군생활을 잘하는 사람은 일잘한다고 칭찬받는사람이아니라 어떻게든 일안하고 빠지고 놀고 먹고 하면서 무사히 전역하는 사람이 잘하는 사람입니다.
  • 저랬으면 중대장 멱살 잡고 흔들었을것 같네요. 04 05 11 96k 999 등등 아주 이야기만 들어도 화가 나네요.
  • 두돈반 45톤 k532 등등 전장비 단어하나에 확 떠오르네요. 저는 차량 정비병이었는데 전장비는 정비병에게 혹한기만큼 두려운 일정이었죠...
    고생하셨습니다.
  • 사기업가면 님처럼 열심히 하는게 좋고 공무원가면 각이랑 정치해서 승진에 너무 밀리지 않을정도만 하는게 조흠. 아니면 아예 진급이 안되는 각이 나옴
  • 회사 2년 다녀도 똑같이 배울수 잇음 고로 군대 개무쓸모
  • 진짜 개공감이다 군대 ㅡㅡ 열심히하고 총대다매도 뭐 찡찡거리는선임들이나 포상더챙겨주고 나는 아무것도 없이 시키는것만 많고^^ 후임들은 또 뺀질거리는 애들만 와가지고는 ㅋㅋ 끝까지 열심히하고 내가 다하고 인수인계대충하고 그냥 전역했습니다ㅋㅋ 그치만 저는 어딜가든 열심히 하려구요 내적으로 성장하는게 있더라고요 나중에 어디에 쓰든 쓸모도 잇고 가장좋은점은 적을 안만들어서 그건 편하더라구요
  • 와 이글 보니꺼 저도 ㅈ같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 비슷한 생각으로 군생활했던 사람입니다..ㅠㅠ믿고따라오는 후임이아니라 의지만 한다는 대목에서 진짜 공감합니다.. 저는 전역 직전이 다와서야 마음 많이 접을수 있었는데..ㅠㅠ 여러모로 생각이 많이드는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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